수구보수언론들 미국내 비판론 ‘확성기’… VOA “핵전문가들 긍정 평가”

<“풍계리 사찰? 김정은이 같은 車 두 번 팔았다”>(조선일보 10일자 5면)

<“김정은 또 풍계리 얘기…똑같은 물건 두 번 파는 데 성공”>(중앙일보 6면) 

<“풍계리 사찰, 같은車 두번 팔아먹는 격”>(동아일보 6면) 

수구보수 ‘조중동’이 10일자 신문에 비중 있게 다룬 기사들 제목이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전문가 비판 발언을 인용 보도한 거다. 제목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데 앤드리아 버거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같은 차’)과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같은 물건’/원래는 말(horse))의 힐난성 은유 발언을 뽑은 것이다. 결론은 “비핵화 실질 진전이 없었다”, “폼페오, 김정은에게 놀아났다”는 혹평이다. 

▲ 지난 5월24일 북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정말 미국 전문가들은 폼페오 장관의 방북 결과, 특히 북의 풍계리 핵시험장에 대한 검증단 초청(사찰)에 비판 일색일까?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를 보면 그렇지 않다. 

VOA는 10일자 <미 핵전문가들 “풍계리 사찰 허용,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될 수 있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통해 시료 채취 등을 할 수 있다면 이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VOA와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풍계리에서 어떤 종류의 핵실험이 이뤄졌는지를 시험하고,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울 것”이라며 북의 결정을 긍정 평가했다. 왜냐면 “북한(조선)이 핵실험 당시 플루토늄이나 무기급 우라늄 혹은 두 종류 모두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이번 사찰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어서인데 “이런 종류의 검증을 허용한다는 건 북 핵문제에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풍계리 핵실험장의 현 상태를 확인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애초 북한은 터널 깊숙한 곳에서 폭발물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실제 터널은 완전히 무너졌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입구 쪽에서만 폭발물을 작동시킨 것이라면 풍계리 핵시험장은 재사용 가능한 상태일 텐데, 이번 사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단 것이다.

핵 전문가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의 풍계리 사찰 허용을 실질적 비핵화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부정적 견해를 일축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조선)이 핵실험에 사용한 핵폭발의 유형과 핵물질의 양, 특히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얼마만큼 사용됐는지를 이해하는 건 (비핵화 과정에서) 필수적”이라며 “보유 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시료 채취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회의론도 있다.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씨는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조선)의 핵실험장 폐기로 모든 터널 입구가 막혔고, 이로 인해 채취할 시료가 사실상 많지 않다”고 말했다. 로퍼씨는 “북한(조선)이 핵실험을 할 때 대기에서조차 핵 시료가 채취되지 않도록 해 외부에선 어떤 물질이 이용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플루토늄과 우라늄 중 어떤 물질이 핵실험에 이용됐는지를 확인하려면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고 시료를 채취해야 하는데, 북한(조선)이 이를 허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에 대한 미국 내 ‘반트럼프’ 성향 주류언론들의 ‘묻지마식 공격’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그럴수록 국내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와 판단을 위해 언론은 균형감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닐까? 

사실 북이 지난 5월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풍계리 핵시험장을 폭파할 당시 조선일보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전문가 참여해 핵 흔적 조사해야>란 제목의 사설(5월15일자)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외국기자들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핵전문가들이 들어가 현장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은 “같은 車(풍계리)를 두 번 팔아야 한다고 요구했던 건 북한 김정은이 아니라 조선일보였다”고 꼬집었다. 

홍상수 감독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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