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번영·통일시대와 노동운동의 과제(2)

4.27판문점선언에서 9월평양공동선언에 이르는 역사적 전환은 한반도에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린다. 이에 그 배경과 동력, 각 선언의 내용과 의미, 이와 관련된 노동운동의 과제를 아래 순서로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글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9월 이슈페이퍼에 기고한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1. 평화‧번영‧통일시대의 등장 : 그 배경과 동력
2.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의 내용과 의미
3. 4.27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노동운동의 노력과 과제

▲ 9월평양공동선언문

2.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의 내용과 의미

1) 4.27판문점 선언의 내용과 이행과정

(1) 4.27판문점 선언의 내용

판문점선언의 정확한 명칭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6.15남북공동선언’은 표현 그대로이고, 10.4선언은 “10.4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다. 판문점 선언은 정확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계승본이자 종합판이라는 점이 선언 제목에도 잘 나타나 있다.
판문점 선언은 모두 3조 13개항으로 구성되어있다. 총 5조로 구성된 6.15공동선언보다 많이 길고, 총 8조로 구성된 10.4선언에 비해 구성이 조와 항으로 나뉘어져 있고 전체 2,757자인데, 2,618자인 10.4선언보다 약간 길다. 

판문점선언은 서문에서 평화‧번영‧통일문제에 대하여,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4.27판문점 선언을 두고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었고, “통일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하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판문점선언은 6.15공동선언 1항의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나간다는 표현을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한다는 표현으로 대체했는데, 상대적으로 선명하고 개념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6.15공동선언 2항에 있는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한다는 대목은 반영하지 않았다. 먼저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며, 문재인정부의 현재 처지와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조 ①항에서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함으로써 말로 하는 “선언”보다 실천적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박근혜정부를 거치며 6.15, 10.4선언이 휴지조각이 되고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것에 대한 경계가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4.27판문점 선언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
① 민족자주의 원칙 확인, 기존 남북 간 선언·합의 철저 이행으로 관계 개선과 발전
② 고위급회담 등 분야별 대화를 빠른 시일 안에 개최, 실천대책 수립
③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지역 설치
④ 각계각층의 다방면적 교류·협력 및 왕래·접촉 활성화.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
사 추진,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출전
⑤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진행, 남북적십자회담 개최
⑥ 10.4선언 합의사업 적극 추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
①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② 서해 평화수역 조성으로 우발적 충돌 방지 대책 마련, 안전한 어로 활동 보장
③ 국방부장관회담 등 군사당국자회담 수시 개최, 5월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3.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갈 것
①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 합의 재확인 및 엄격 준수
② 상호 군사적 신뢰의 실질적 구축에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 실현
③ 올해 종전선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 개최
④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의 목표 확인
정상회담 정례화 및 직통전화 실시, 올해 가을 평양에서 정상회담 개최

선언의 구성을 보면, 남과 북이 손을 잡고 해야 할 “교류와 협력”, “공동번영”을 위한 중대한 조치들이 1조에 우선적으로 들어가 있으며, ③항에 각각의 대표부가 아니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지역 설치”가 들어가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2조에 특별하게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한 공동노력사항이 별도의 조항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그만큼 남북사이의 평화를 선행하는 것이 절실하고 반드시 실천해야하며, 또 가능한 과제임을 천명한 것이다.

3조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점은 세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남북의 확고한 과제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남북정상이 이 점과 관련해서는 완강하고 비타협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둘째로 “종전선언,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을 연내에 달성해야할 공동의 목표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바로 이 점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목표로 제기하였다. 한반도 비핵화가 남이 북을 상대로 한 과제이거나 북이 홀로 미와 상대하는 과제가 아니라 남북공동의 과제라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운전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가 있다.

▲ 4.27판문점선언 내용[자료 : 뉴시스]

(2) 4.27판문점 선언의 이행과정

4.27판문점 선언부터 9.19평양공동선언까지 정확히 141일 경과했다. 4.27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많은 일들이 진행되었다.

빠르게 움직인 것은 역시 북이었다. 이미 3월 25일부터 28일 동안 1차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북중관계를 근본적으로 복원한 바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월 7일 다롄에서 2차 북중 정상회담을 열었다. 5월 9일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2차 방북을 통해 미국인 억류자 3인을 데리고 귀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항까지 마중 나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최대의 감사인사를  전했다. 5월 22일에는 워싱턴에서 4.27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공유하고, 싱가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이 있은 지 이틀 만에 그리고 5월 24일 북이 풍계리 핵실험 갱도 폭파한 직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취소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5월 26일 깜짝 실무형 정상회담(4차 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2차정상회담)이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다.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을 긴급히 복구시킨 후 공동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4.27판문점선언의 3조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5월 30일~6월 2일까지 북 김영철 특사가 방미하여 트럼프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사이, 6월 1일에는 2차 남북 고위급회담 회담이 열리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분야별 회담 일정에 합의했다.

6월 14일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서해 해상 충돌 방지 이행과 군통신선 완전 복구를 위한 6.4 합의를 만들어 냈다. 6.15 남북공동행사 '현실적인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6.12북미정상회담이 있은 지 6일이 되는 6월 18일에는 남북체육회담이 열리고 남북통일농구경기, 2018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 등 합의했다. 6월 22일에는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리고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8.20~26사이에 금강산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6월 26일, 28일에는 철도·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 공동연구조사단 구성과 현지 공동조사 등을 합의하였다.
7월 2일부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공사가 시작되었다. 7월 4일 평양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에서는 병해충 공동방제 및 현장방문, 산림과학기술협력 등 합의가 이루어졌다. 
7월 16~23일 동안 대전에서 코리아오픈 국제탁구 대회가 개최되고, 남북 탁구 단일팀이 출전하여, 혼합복식에서 우진-차효심 남북 단일팀조가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7월 16~19일 동안 김홍걸 남측 민화협 의장이 방북하여 일본강제징용자 유해봉환사업 진행에  합의하고 돌아왔다.
8월 8일에는 남측 12명이 금강산을 찾아 북측 10여 명과 함께 병해충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8월 10일에는 남측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참석자들이 19일까지 방북 길에 올랐다. 
8월 11~12일 동안 서울에서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상암경기장에서 북측 대표단 65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8월 13일에는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이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8월 15일에는 남북, 동해 군통신선 연결 및 시험통화를 성공했다.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이 개,폐회식에 공동입장을 하고, 3개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여 카누 용선 여자 200미터 동메달, 500미터 금메달, 남자 용선 1000미터 동메달, 여자농구 단일팀 은메달을 수상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은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을 달고 출전하였고, 남과 북은 현지에서 공동응원활동을 펼쳤다.
8월 20~26일에는 금강산면회소에서 각 100명씩의 가족이 이산가족상봉행사를 가졌다.
8월 31일~9월 15일 기간에는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 북 선수 22명이 참가했다.

불과 4개월 만에 많은 일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4.27판문점선언 이행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5월 16일 예정되었던 1차 남북고위급 회담이 불과 10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되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맥스 썬더’ 훈련과 당시 국회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대북강경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북에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5월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재개될 수 있었다.
3차 남북고위급 회담은 8월 13일 3차 남북정상회담 실무협의를 위해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렸다.

6·12 북미정상회담이 만들어낸 센토사 합의 이후 핵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의 선후관계를 놓고 북미간 난항을 거듭하며 북미 고위급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제재의 고삐를 더욱 옥죄어야 한다면서 남북간 4.27판문점 선언 이행사항에 대해 걸음마다 난관을 조성했다. 

4.27판문점 선언 이행을 미국이 제재위반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건 것은 이미 6월부터 시작되었다.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6월18일과 6월28일 연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전화를 걸어 강력한 대북제재를 압박했다. 6월 25일엔 이례적으로 조명균 통일부장관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대북제재 유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는 폼페오 국무장관이 7월25일(현지시각)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제재를 이어가기로 한 입장을 밝히기 직전에 이뤄졌다.
7월 26일에는 방한 중인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코레일을 비롯한 대북경협기업 관계자들과 비공개 만남에서 “대북 경협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는 미국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그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민간 기업들이 북한(조선)과 교류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하고, 필요하면 미국측에도 직접 문의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남북경협 기업인은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돼 모든 제재가 해제되기 전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한 전방위적인 단속과 압박은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개성공단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공사를 위한 물자 반입에 대한 포괄적 대북제재 유예 조치를 신청한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북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스포츠용품 관련 제재 대상에서 제외를 요청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각하됐다. 4.27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다양한 남북의 노력이 미국의 대북제재 앞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결국 미국의 반대로 8월말에 예정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개소는 9월로 연기되었다. 유엔사는 남북이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을 공동으로 조사하려던 계획 역시 8월 30일 '48시간 이전 사전 통보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핑계로 불허했다.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 발전보다 절대 앞서나가서는 안된다고 반복해서 경고했다.

2) 9월평양공동선언의 내용과 의의

이런 조건에서 3차 평양남북정상회담이 잡혔다.
3차 평양남북정상회담은 무수한 명장면과 명언들을 남기며 또 하나의 세기의 기적으로 기록되었다.

9월평양공동선언의 목표와 의미는 4개 문단으로 되어 있는 서문에 잘 나와 있다. 일부만 발췌하면, 양 정상은 우선 “대화와 소통”, “교류와 협력”, “군사적 긴장완화”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통일로 이어나가기 위해 정책적으로 실현해가자는 문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과 실천적 대책들을 허심탄회하고 심도있게 논의하였으며, 이번 평양정상회담이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유를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한 장으로 설정한 것이다.

9월평양공동선언은 사실 4.27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제반영역에서의 실천선언의 성격이 강하다. 구체적으로 사실상 남북간 종전선언을 실행하는 내용이며, 남북간 교류와 경제협력을 진전시키고, 미국이 참가하는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공동의 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9월평양공동선언은 남북간 종전선언

선언은 총 6조 14항으로 되어있다. 그 중 첫 번째 조항이 바로 사실상 “남북종전선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평양공동선언 1조는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고, ①항에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였다. ②항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기로 하였다.

(2) 9월평양공동선언은 교류협력과 민족경제발전을 위한 실천적 이행선언 

9월평양공동선언은 사회경제분야에서 4.27판문점 선언이행을 위한 실천선언이다. 2, 3, 4조가 다 이러한 실천대책에 관한 내용이다.

2조에서는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합의하고, ①금년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②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문제 협의, ③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 적극 추진, 우선적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 ④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 긴급조치,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를 명시했다. 남북정상은 이제 남북경협을 가시권 안에 넣기 시작했다.

3조에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①금강산 지역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②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 우선 해결 등에 합의했다.

4조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을 위해, ①문화 및 예술분야의 교류  증진, 10월 중 평양예술단 서울공연 진행, ②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 등 국제경기 공동  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 협력, ③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개최, 3·1운동 100주년 공동기념 등에 합의했다.

(3)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대한 공동의 목소리 

9월평양공동선언 5조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함으로써 종전선언에 대한 공동입장을 확인했다.

4.27판문점 선언 3조 ③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문구는 유엔에 공식문서 제출과정에서 한 차례 번역논란을 거쳤다.

 4.27 판문점 선언 직후 외신에 배포한 청와대 비공식 영문번역본
“During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declaring an end to the War, turning the armistice into a peace treaty,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3자, 4자 회담 개최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 “종선선언 하기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하기 위해”로 해석될 수 있다.

9월 6일 남북공동이 제출한 [유엔 제출 공식 번역본]
“The two sides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replacing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greement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

“1. 연내 종전선언 하기로 합의, 2.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자, 4자회담 개최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로 의미가 명확히 정리되어 있다.

남북 정상은 이미 4.27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명확한 공동목표로 했던 것이다. 실제로 6.12 싱가폴 회담에서도 미국이 초안을 준비할 정도로 종전선언문제는 임박한 문제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에 2,3차례 약속하고 공언했던 사항이었다.

3차 평양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대한 합의들이 이루어진 동기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아니고서는 북미간 교착을 타개할 수 없고, 연내 종전선언도 쉽지 않으며, 판문점 선언 이행에도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양 정상의 절박한 정세인식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4.27판문점선언은 3조 ④항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로 한 수준이었다.

여기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9.19평양공동성명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는 내용이 결국 북의 책임과 역할의 내용이고, “③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남이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다. 
남의 역할만 중심으로 보자면 한미동맹 아래 대북압박을 기본으로 하던 것에서 4.27판문점 선언 이후에는 북미간 가교역할을 강화하고 9월평양공동선언에서는 북의 선제적 신뢰조치를 기반으로 남북이 공동안을 마련하며, 대미관계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측 정부도 대미관계에서 단순한 북측 메시지 전달자에서 공동안을 만들고 미국을 설득하는 입장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제 미국이 종전선언을 회피할 명분은 거의 없다. 이것이 9월평양공동선언의 최대의 성과이다.

(4)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감

9월평양공동선언 6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9월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의 확신을 심어주고, 더 큰 미래가 눈앞에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는 조항이다. 사상 최초의 북 지도자의 서울방문이 실현된다면 남과 북은 이제 더 큰 평화번영의 고속도로로, 자주통일의 대로로 질주하게 될 것이다.

▲ 6.12조미공동성명

3) 6.12북미공동성명 이행과정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센토사 섬에서 열린 북미간 정상회담은 북미관계가 새로운 관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알리는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6.12북미공동성명은 2000년 10월 12일 조미공동코뮤니케나 2005년 9.19공동성명과 유사한 점도 있으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우선 2005년 9.19공동성명은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의 산물이었으나, 이번 6.12북미회담은 북미간 직접 정상회담의 산물이다. 2000년 조미공동코뮤니케는 북미간 직접 합의의 산물인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리해서 조명록 차수가 미국 워싱턴을 찾아 클린턴 대통령과 합의한 것으로 양정상의 직접 협상의 산물은 아니었다.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2005년 9.19공동성명은 북의 비핵화를 먼저 앞세우고, 양국 간 평화구축회담은 별도의 포럼에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북이 9.19공동성명의 진행경과를 놓고 “선의를 가지고 비핵화에 먼저 합의했으나 언제가도 평화구축에 관한 북미간의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맥락을 놓고 한 말이었다.
때문에 6.12북미공동성명이 서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 관계를 형성하고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견실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지속적이고 포괄적이며 깊이 있으며 진실된 의견 교환을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총 4개조로 되어 있는 6.12북미공동성명은 1조에서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향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미국-북한 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고 되어있다.
북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뼈에 사무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6.12 북미공동성명은 4개 조항 밖에 없는 추상적인 공동성명이지만 문구가 선명하고 사상최초의 양정상의 직접협상의 산물이기에 실현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공동성명이다. 또한 양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탑다운 방식으로 양국 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기조를 반영하고 있어 동시조치, 단계적 이행도 실무적 암초에 걸려 좌초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극복해가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6.12북미공동성명의 이행은 첫 단계부터 암초를 만나 교착상태에 빠졌다.
6.12북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1차 북미고위급회담차 7월 5~6일 평양을 방문했던 폼페오 국무장관은 빈손으로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했다. 8월말 2차 북미고위급 회담은 출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시켰다.
쟁점은 하나였다. 북은 미국에 종전선언을 하자는 것이고, 미국은 북에게 종전선언 이전에 핵리스트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하는 편이나 미국내 군산복합체 세력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종전선언 자체가 주한미군철수로,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북미간 관계개선에 걸음마다 발목을 잡았다. 미국 내 정치지형은 트럼프가 이러한 반대를 쉽게 넘어서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이런 조건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진행되고 북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즉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면 영변핵시설 영구 폐기하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여기서 더 높은 단계의 관계발전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야에서는 북의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되고 종전선언을 절대 해주지 말라는 경고로 가득차 있지만, 미국의 종전선언에 합류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거부할 경우 반대급부는 미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클 것이다. 미국은 전면적인 국제적 고립에 빠지는 국제지형이 조성될 것이 분명하다.
종전선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국에 대한 남북 민심과 여론도 급격히 악화될 것이다. 미국은 시간을 끌 수는 있지만 정치적 외통수에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4)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의 특징

(1) 불가역성 : 4.27판문점 선언, 6.12북미공동성명의 이행은 불가역적이다. 즉 반드시 이행된다. 불가역성,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 이것이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의 제일의 특징이다.
그 근거는 우선 북의 핵무력의 성격에서 나온다. 북의 핵무력완성은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의 지원과 협조 속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몇 차례의 전쟁위기를 넘기고, 심지어 인근의 중국마저도 미국의 외과수술적 대북 타격을 용인할 정도로 반대해왔다. 이러한 군사적, 외교적 압박을 물리치고 완성해 낸 핵무력이다. 때문에 이 핵에 대한 처분권은 여전히 확고하게 북의 손에 달려있다.
다음으로 북이 경제면에서 달라지고 있다. 이 역시 평화롭고 협조적인 조건에서 진행된 것이 아니다. 방북했던 인사들이 평양이 상전벽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바뀐 것은 중국처럼 개혁개방의 산물이 아니다. 오히려 자강력 제일주의와 과학기술의 결과이다. 때문에 북이 북미간 새로운 관계개선과 한반도 비핵화를 외교적, 평화적 해결하는 기본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이것을 뒤돌릴만한 힘이 없다. 그것이 있었다면 북의 핵무장과 경제성장도 막았어야 한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보여주듯이 남북관계의 발전 역시 불가역적인 길로 전진하고 있다. 촛불 혁명 이후 남쪽 친미수구세력은 상당기간 이걸 거꾸로 돌리지 못한다. 남북관계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이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들의 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든 평화‧번영‧통일로 가는 새 시대의 흐름은 불가역적인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2) 명장면이 가득한 파격의 연속 :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는 파격, 결단, 예측할 수 없는 선제조치 등으로 세인의 경탄과 감동을 주는 방식으로 전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국면을 이끌어 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쉽이 그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품성,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 등이 맞물리면서 더욱 극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사실에 대한 세인의 경탄은 시작에 불과했다. 남북 양정상이 판문점 경계선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장면, 도보다리 장면, 싱가폴 회담의 각 장면, 평양 5.1경기장 연설, 백두산에 선 두 정상의 모습 등 명장면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리더십의 표현은 기존사고방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대담성, 의외성과 파격을 낳음으로써 호감과 감동을 주고, 여론을 장악하는 힘을 발휘하며, 저항세력들을 무력화시키는데 있어서도 극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3) 빠른 속도 :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2000년 남북정상이 만난이래 18년 동안 5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는데, 그 중 3차례가 2018년 7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새벽에 백두산에 오르고 저녁에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남북 정상은 이러한 속도조차도 시대의 요구에 비하면 결코 빠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평화‧번영‧통일의 새시대는 그 추진동력, 공간의 확장력, 속도 모든 면에서 새로운 시대임이 틀림없다. 민족과 민중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낼 새로운 시대로 한반도는 태풍처럼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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