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이하 정책대대)가 열린다.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10월 17일에서 18일까지 1박2일 일정이다. 
민주노총 정책대대는 한상균 위원장 재임 시절인 2016년 8월 처음 열렸다. 한상균 집행부가 민주노총의 새로운 운동전략 수립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대대였으나 정치방침에 대한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초되었던 쓰라린 추억이 있다.
김명환 집행부에서도 쉽지 않은 정책대대이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지난 10월 2일 연구원 객원연구원, 자문위원들을 초대해서 정책대대준비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원래 김명환 위원장이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출타 중이라 백석근 사무총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주호 정책실장도 배석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 2016년 한상균 집행부 시절 민주노총 1회 정책대의원 대회 모습[사진 : 노동과 세계]

나열식이다. 좋은 이야기를 다 모아놓은 것 아니냐

민주노총 최대 딜레마는 가맹산하조직에서 제기하는 모든 의제를 다룰 것이냐, 한두 핵심전략에 집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날 참가한 자문위원들은 한결같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다.

“정책대대 자료집을 살펴봤다. 다 필요한 사업이고, 수년 동안 민주노총 핵심과제로 제기된 사안들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집행부가 어떤 요구를 표방할 것인가가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핵심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1년 동안 집행과정에서 발굴된 잠재성이 드러난 사안들이 있을텐데 이걸 모아서 조합원에게 핵심전략이라고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 없다 보니까 역시 똑같은 패턴이 나온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어느 것이 핵심 전략인지 조직의 중심부, 리더가 밝혀주어야 한다.”

“수년 동안 민주노총은 교섭체제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쟁하는 것 같다. 집행부가 입장이 있다면, 들어가라, 그리고 하다가 안되면 나오는 거다. 이런 점이 불분명하다. 대의원에게, 자문위원들에게 의견을 듣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집행부 전략이 담겨있는 핵심사업, 전략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것이 불분명하니까 뭘 이야기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청년, 여성 노동문제에 민감해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강력하게 나왔다.

“정치세력화도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요즘 ‘환경문제’, ‘미투’ 이런 문제들이 나오는데 젊은 여성에게 안희정 판결은 매우 분노스러운 일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이 잘 안 읽혀진다.”

“젊은층에게 ’아, 민주노총의 입장이 나와 좀 비슷하구나‘ 이런 걸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고민은 안 하는 것 같다. 이 문서는 정치세력화 타이틀은 있는데, 정치세력화를 어떤 내용,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은 없다.”

“중층적 교섭구조, 양극화 관련 연구를 하다가 퀘벡 노동자 연대기금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퀘백노동총연맹이 노동자연대기금을 모아서 퀘백지역 실업율이 높고 고용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소기업에 투자를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우리도 공공연대기금이나 사회적 연대기금 같은 것이 있는데, 복지차원에서 나누어 쓰는 정도이다. 퀘백은 사모펀드처럼 장기캐피탈 기능을 하는 거다. 노동기준을 잘 지키고 환경적으로 안전할 것을 만드는 기업에 대해 사회연대기금이 장기투자를 해 주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 노후자금으로도 활용된다. 노동조합이 투자와 관련되기 때문에 싫어하는 소리일 수도 있고, 뜬금없는 소리처럼들릴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움직이는 고리에 노동자들이 직접 개입해서 민주노총이 이런 훌륭한 일을 한다는 것을 드러내야 정치세력화도 더 용이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정책대대에서는 타이틀 위주말고 컨텐츠 위주로 발굴해서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의제설정 능력을 높이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노동인권교육에 너무 관심이 없다

자문위원들 사이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핵심 이슈로 제기하고 그 방안을 찾는 정책대대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노동자들과 연구사업을 하다보니 심각한 문제를 알게되었다. 노동조합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노동3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노동조합하면 생각나는 것은 ’기득권‘이라고 대답하더라. 어떤 노동자는 임금을 최저임금보다는 조금 더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연장수당을 하나도 못 받고 있었다. 연장수당 28만원 받아야 하는데, 5만원밖에 못 받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는 연장수당을 다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 개념이 없는거다.”

“꼭 좀 포함시켰으면 하는 아젠다가 노동인권교육이다. 민주노총은 정말 관심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백서에 노동과 관련된 이슈가 별로 없는데, 그 중 노동인권교육을 학교교육에서 진행하겠다는 이슈가 들어가 있다. 사실 진보교육감들이 몇 년차 집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학교내에서 노동인권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인권교육을 반드시 일반 교육과정으로 이슈화시켜야 한다.”

“외부 시민사회단체들 중 직접 학교에 들어가서 노동인권교육을 조직하는데가 있다. 한국노총도 하고 있다. 법률사무소쪽에서 지원금을 받아 학교에 직접 들어가서 교육을 한다. 물론 학교에서 별로 안좋아하시는데, 공짜로 해준다고 하면서(웃음) 시간날 때마다 들어가서 한다. 민주노총은 중앙단위에서는 일단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지역본부 단위에서는 노동인권교육을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일부 조합원들이 해보겠다면서 강사양성과정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있다. 민주노총이 좀 더 조직적이고 힘을 바쳐서 노동인권교육이 일반교육과정에서 흡수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는 사업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한 번도 배워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다 나와있다. 헌법에도 나와있고. 그런데 교사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강조해서 가르치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가장 관심있는게 자녀교육이고, 자녀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결국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에 관한 이슈이다. 노동이 잘 되라는 교육이 바로 노동인권교육이다. 이 문제를 핵심 아젠다로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가 세상을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까지 노동3권이 있다는 수준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에서 휴게시간을 몇 분을 주는지, 연장수당을 얼마나 주는지하는 것들을 다 알고 졸업해야 한다. 그런데 국영수만 붙잡고 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에 들어가서 이런 문제를 합의하고, 모든 초중고 교육과정에 근로기준법의 모든 내용과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대해서 정확하고 완벽하게 커리큘럼상으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200만 조직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김명환 집행부 임기 안에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한 10년 걸리는 사업이라고 본다면 그 기초를 어떻게 다져나갈 것이냐는 문제이고, 결국 노동인권교육, 교과서를 바꾸는 사업 같은 전략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 자체가 조직사업이다.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집단 중 하나가 청년층인데, 학력이 낮은 것도 아니다. 다 대학 다니고, 대학 나왔고, 그런데 노동인권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갑갑한 문제다. 사업을 밑바닥부터 해나가야 한다.”

“경기본부 같은 경우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참여하는 조합원들도 제법된다. 전문가들과 연계를 가지고 하고 있다. 경노사회위원회에서도 관련된 특위를 만들려고 사전모임을 한다고 해서 가 보았는데, 의외로 고용노동부가 반대를 했다. 왜 경노사회위원회에서 하는가였다. 고용노동부에서 하든 어디서 하든 관계없다. 그런데 학교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일반커리귤럼으로 하자고 하면 경총 같은데서는 엄청나게 반대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용자들에게도 나쁜 것이 아니다. 사용자도, 지금 커 나가는 아이들도 노동기본권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담당자부터 선정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꾸준한 관계를 형성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반드시 민주노총의 사업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노동기본권에 집중해야

자문위원들의 발언은 노동기본권 문제로 모아지는 것 같았다.
집행부는 민주노총 전체 전략 역시 노동기본권에 모아지고 있다는 설명을 거듭했다. 전략조직화와 연결되는 사안 역시 포커스는 노동기본권이고, 하반기 총파업의 경우도 ’노조할 권리‘, 특히 특고같은 전략조직화문제와 연계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년과 여성문제에 대해서 깊게 접근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민주노총이 내부적으로는 노동기본권에 초점을 맞추며 연결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에서 볼 때는 종래의 틀에 갇혀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따갑게 받아안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문위원들은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모든 이슈에 노동기본권 문제가 관통하고 있다. 동성애자 시위를 보자. 그들이 ’연애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 ’결혼제도를 바꿔 달라‘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노동에 대한 권리를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일자리에서 퇴출되는 것을 제기하는 것이  동성애 운동의 핵심이다. 장애인문제도 결국 장애인 노동권 문제이다. 청년, 여성노동을 포함해서 사회적 약자들이 제기하는 노동기본권에 관한 이야기, 그 사람들이 노동기본권의 주체로 나서는 이야기를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 아닌가.”

“전략조직화를 하려면 민주노총에 대한 이미지를 잘 잡아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이미지 쇄신은 안하는 것 같다. 40대 노동자들의 경우 자기와 관련된 노동권은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노동조합과 연결해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거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민주노총이 해 온 일이 많은데 그것을 많이 알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노동기본권에 대해 민주노총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기업별 노조 시대의 단사별 노동기본권이 아니라 촛불혁명시대의 노동기본권이 어떤 의미인가를 민주노총이 던지고 강력한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은 정치기본권으로 확장되어야 할 숙제가 있다. 공무원, 전교조 등은 법외노조를 뛰어넘어 정치기본권까지 가야하고, 비정규직 같은 경우 청년, 여성, 소수자를 포함해서 노동기본권 사각지대를 극복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촛불혁명 이후 어떻게 노동기본권을 시민권화할건가와 관련된 발전된 의제가 민주노총 안에서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활발하게 토론되고, 운동이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기본권 의제가 시대에 맞게 새롭게 설정되고, 그것이 교육선전, 캠페인, 투쟁, 교섭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가맹산하조직에서 현안으로 가져온 것을 민주노총이 백화점식으로 모아서 노동기본권이라는 타이틀 아래 나열하는 식으로 가니까 낡은 프레임이라고 지적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노동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기득권 같기도 하고 새로운 권리 같기도 하고 뒤죽박죽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아젠다 세팅을 좀 더 뾰족하게 해서 모아내면 가능한 것 아닐까 싶다.”

“노동기본권을 촛불 이후 각계민중의 기본권연대로 발전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이 노동기본권 의제를 확장성있게 제기하고, 투쟁과 교섭의 목표로 삼고, 을들의 기본권연대의 힘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을들의 연대에는 반드시 노동기본권이 관통하는 영역이 있는 거고, 각 주체들이 노동기본권을 중심으로 자기해석이 가능한 영역이 있다. 이렇게 주체와 연대를 연결시켜야 전략조직화, 200만 조직화 전략도 좀 더 선명하게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들을 뚜렷하게 해서 중간수준의 실천프로그램을 메뉴페스토화하고, 차기 정기대대에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한 번 모여보자고 해야 이어지는 맛이 있을 거다. 그래야 교섭목표도 뚜렷해지고, 확실성있게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것이 안되다 보니 자꾸 공학적, 정파적 문제가 앞에 보이게 되는 것 같다.”

“노동기본권 문제, ’노조할 권리‘에 대해서 자본과 정권은 사실 양보할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ILO협약 비준에 대해서 백주년 총회에서 확언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노동계에서 나온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교섭기구에서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킨다고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노동기본권은 200만 조직화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고 핵심적인 문제이다. 오늘 연구자들,  전문가들이 다 느끼고 있는데 정작 민주노총은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조직화가 왜 이렇게 어렵냐? 보통 사람들이 노동조합에 함께 하기 어려운 것은 부정적 인식도 있지만 무섭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하게 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이 경험적, 역사적으로 누적되어 있다.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의 평범한 노동자들은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강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노조가 그것을 위한 유용하고 효과적인 수단인가에 대해서 전혀 동의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 그 이유는 무엇인가. 여전히 억압적이고 제도적인 폭력 때문이다. 헌법에 노동3권이 명시되어 있지만 장식일 뿐이다. 현실에서 힘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억압적인 법제도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할 권리‘, ’노동기본권‘이 민주노총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여야 한다. 4번의 민주노총 집행부와 함께 활동해 보았지만 ’노조할 권리‘ 문제를 총파업의 원포인트 이슈로 삼은 집행부는 없었다. 노조할 권리가 가장 중요한 요구여야 한다고 주장했 봤지만, 어느 집행부도 ’다 이해한다, 그러나 내셔널 센타로서 총연맹은 이거저거 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식이었다. 집행부 성향과 관련없이. 이번에 노동기본권 문제를 가지고 총파업을 한다고 하는데, 많은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포스터 보고 이런게 있구나하는 수준이다. 조합원으로서 강력한 바람은 이번 총파업은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는 것을 원포인트 아젠다로 하는 11월 총파업 되었으면 좋겠다.”

내부 조직진단과 구조혁신이 먼저다

자문위원들은 근본적 조직진단에 대한 요구도 제기했다.

“운동전략에 앞서 민주노총 내부진단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200만 조직화는 기본적인 활동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조합원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고, 성과는 성과대로 남겨야 한다. 그러나 금속만 국한해서 생각해 보면. 완성차 조합원 같은 경우 10년 안에 2/3, 즉 58%밖에 안 남게 된다. 1차 부품업체도 거의 절반 이상이 날라간다. 순수 은퇴자만으로 그렇게 된다는 거다. 지금 민주노총은 고령화 조합원들이 퇴직하는 문제가 현실에 닥치고 있다. 게다가 제조공장이 해외에 많다보니 국내에서 금속노동자는 사무직만으로 조직된 경우가 많다. 2,30대로 내려가면 사무직이 더 많다. 그런데 그 청년들이 볼 때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를 어떻게 보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금속노조 로고가 너무 짜증난다고 하고 선전물이 그게 뭐냐고 한다. 청년들은 SNS세대고 대화내용이 다르다. 민주노총 간부들이 청년 노동자들 용어를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시급할 것 같다.”

백석근 사무총장은 자문위원들의 제기에 대해 집행부의 고민을 드러냈다.

“받아야 할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조직이자 사회운동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내부의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조합원들의 조직으로서의 민주노총이 20년이 넘도록 산별교섭틀이 취약하고, 총노동과 총자본의 교섭틀을 없다. 이 교섭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렛폼으로서 ’사회적 대화‘를 상정한 것이다. 또 하나는 사회운동조직으로서 사회양극화 극복문제, 재벌과의 투쟁문제이다. 그 동안 총자본-총노동의 관계에서 약 10%정도의 분배를 빼앗긴 상황이다. 이 안에서 나눠먹기식의 노동구조가 있는 거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대표선수로서 총자본에 대한 전선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두 가지 요구를 중심에 놓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좀 더 뾰족하지 않은 허술한 점이 드러난 것 같다.”

“내부적 조직문제도 크다. 민주노총은 총회, 대의원 대회, 중앙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이라는 각급 의결구조, 집행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중앙위원회의 위상이 애매하고, 실제로는 중집이 일상적 최고의결기구로서 기능하는 형편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비민주적인 구조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중집이 이전에는 표결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해 왔지만, 언제부터인가 표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한 문제는 20만 조직도 한 표, 1천명 조직도 한표라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것을 풀자면 산별통합문제, 비정규직 조직관할권 문제들이 풀려야 하는데, 진척을 못보고 있다.”

“이런 의결, 집행구조상의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은 조건에서 조직사업 역시 발목을 잡히고 있다. 각종 조직분쟁이 늘어나고, 최근만 해도 공공요양서비스 조직화 사업을 6개 연맹이 경합하는 양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산별단위에서 분열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여기에 개입하고 혁신전략을 마련하기가 힘들다. 이런 문제들을 타고 넘어가기 위한 내용들을 이번 정책대대에 넣어놓은 것인데,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책대의원 대회의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

백석근 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히려 정책대대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모든 조직은 항상적 과제와 시기집중해야 할 과제를 분리해야 하는데, 비슷한 의제들을 나열하고 있는 것 같다. 정책대대는 항상적인 과제를 토론할 것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를 토론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전략과 목표 이런 개념들이 완전히 혼재되어 있는 것 아닌가. 전략이라면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실현 것인가하는 계획에 관한 것이다. 전략을 보면 조직의 목표가 어떻게 실현되겠구나 하는 지점이 분명하게 들어나야 하는데, 총파업 투쟁 이것이 끝나면 무엇이 결과로 나온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정책대대가 전략수립을 위한 의견수렴과정인지, 전략실행을 위한 설득과 동력을 만드는 과정인지도 불분명하다. 전략이란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만으로는 안되고 지도부가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모 산별 전략대의원 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토론도 열심히 했고, 재미도 있었다. 알토란 같은 의견도 많이 모아졌다. 문제는 ’그래서, 어쩌라는거냐?‘ 이렇게 된다. 지도부가 수립한 전략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설득하는 과정, 이견에 대한 논쟁, 설득을 위한 논쟁들 이런 것이 되어야 실천동력이 마련된다. 좋은 의견들은 많이 나왔는데, 지금 노동조합은 바쁜 일이 너무 많아서 할 수가 없다는 식이 되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백석근 총장은 추가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행부의 전략이나 정책대대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정치세력화 쟁점은 명백하다. 분열되어 있는 정체세력들을 통합 또는 연합할 것이냐 아니면 다원주의 인정하고 그대로 갈 것이냐 하는 문제로 되어 있다. 또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안을 가질 거냐 말 거냐 이런 거다. 이 문제에 대해 지도부가 입장을 가지고 방침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걸 가지고 1차 정책대대에서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거다.
다른 의제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공약에서 이미 제출한 내용이다.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 ‘투쟁과 교섭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연대전략에서는 민중의힘, 민중행동과 관련된 의제이다. 촛불혁명의 결과를 조직적 성과로 남겼어야 할 과제들을 포기한 측면이 있다. 이 부분들을 어떻게 모아낼 것이냐 하는 과제가 제출되어 있다. 이런 문제들을 의견수렴을 거치는 과정, 이번 정책대대에서 일정하게 진척시키는 과정, 내년 정기대대에서 정확히 사업화하는 3단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정책대대에서 반드시 꼭지를 따겠다는 계획이나 단순히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이라는 식으로 설정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2년 전 정책대대가 정치방침 한 꼭지에 걸려서 좌절된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자문위원들은 다소 누그러진 듯 대의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전략, 합의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대의원 대회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해 보였다. 자문위원들도 서로 충돌되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정책대대에 제출한 의제의 제목만 보면 사실 ‘강령’수준이다. 정책대대가 강령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보다는 시급한 공통적인 숙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한 단계 낮은 차원의 전략으로 의견을 모아내는 과정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지금 민주노총이 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쟁과 교섭, 정치방침, 연대전략, 전략조직화 등의 문제는 민주노총이 지난 10년 동안 정립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강령수준의 큰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특별세션을 마련해서 청년, 여성 문제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했으면 좋겠다.”

역시 민주노총이 강령 수준의 논의도 진척시키면서, 당면해서 뽀족한 전략을 제출해야 하는 심각한 딜레마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회적 대화문제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가?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서는 노사정 플렛폼은 그렇다치고, 민주노총 내부의 플렛폼은 있는가 하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중집이 사회적 대화책임기구인가, 아니면 연구원인가, 또는 무슨 팀이 짜여져 있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세 가지 파트가 있다. 하나는 ‘노동기본권 개선을 위한 파트’인데, 노조할 권리, 특수고용, 전교조 등 기본파트가 하나 움직이고 있다. 둘째로 ‘고용관련 파트’이다. 아직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못풀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이 고용문제이다. 금속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과정, 비정규직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책임있고 효과적인 대응을 잘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 하나는 ‘사회안전망 문제’이다. 사회적 의제의 하나로 국민연금이 부각되면서 가동하는 파트이다. 이렇게 세 축이 움직이고 있다. 이 중 고용문제, 특고문제가 중간급 이슈로 중요한데, 이걸 못 풀고 있다 보니까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자체가 과연 어떤 성과를 가지고 있는거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회적 대화는 정확히 이런 고민이 담겨져 있다.”

정책대대를 앞두고 민주노총의 고민 지점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언급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토론이 깊게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총파업에 대한 고질적, 그러나 도발적인 문제제기가 나왔다.

“정책대대 의제에 총파업이 올라와 있다. 그런데 이 총파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가 모르는데 상대방은 전혀 두려워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 이 총파업은 왜 하는가. 숨막히는 청년들의 삶과 관련해서 이 총파업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의제가 너무 많아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잘 모르겠다. 최근 노동문제와 관련된 우리 사회 최대 정점은 최저임금문제였고, 여기에 따른 고용문제였다. 그런데 민주노총의 구호는 ‘최저임금 원상회복’이다. ‘보수언론이 떠드니까 잘못이다, 가짜뉴스다’ 하고 넘어가자는 건지. 최저임금 논의 지형이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인상률만 문제삼는 것 같다. 이걸 해결하기 위한 자영업자들과 연대투쟁을 어떻게 부각하고 해결하겠다는 건지도 별로 없다. 민주노총이 일반사람들의 체감과 많이 다른 것 아닌가.”

집행부는 간담회 내내 ‘사회적 대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이 문제 대해서는 언급하는 자문위원들은 많지 않았다. 결국 한 마디씩 하기는 했는데, 결론은 집행부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문제는 집행부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집행부 의지대로 결정해서 가고 집행부가 책임지면 되는 문제라고 본다.”

“‘사회적 대화’ 참여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 지금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각급에서 다 하고 있다. 다양한 정부위원회에도 다 들어간다. 오직 ‘노사정 위원회’에만 안 들어간 것이다. 이거 하나 들어가고 말고를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냐 마냐로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경사노위 문제만 사회적 대화는 아니다.”

“사회적 대화, 교섭이야기는 지난 번에 많이 토론한 문제이다. 의견을 수렴하는 것하고 집행부가 결단해서 추진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문제는 여건자체가 많이 변화했다. 또 집행부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만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결과는 평가를 받으면 된다.”

이번 민주노총 정책대대는 10년 동안 묶은 ‘투쟁과 교섭’, ‘정치방침’, ‘사회연대전략’, ‘노동기본권과 200만 조직화 방침’ 등 강령적 수준의 문제에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강령재정립을 위한 논의를 모아내기에는 민주노총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그러나 촛불혁명 이후, 게다가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를 놓고 볼 때 민주노총이 강령적 방침을 재정립하기 위한 중간전략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이번 정책대대에서 무엇을 초점에 두고 진행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집행부는 ‘투쟁과 교섭’, ‘사회적 대화’ 방침을 확정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민주노총은 이번 정책대대에서 ‘투쟁과 교섭’, ‘사회적 대화’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일정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총파업의 동력과 전망이 불투명한 점, 사회적 교섭의 성과물이 뚜렷하지 않은 조건에서 정책대대가 어떤 결정을 해야할 지가 숙제중의 숙제로 보였다. 두 번째로 열리는 민주노총 정책대대가 대의원들의 솔직하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지혜를 모아내는 장이 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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