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미국의 ‘제재 프레임’과 9월 평양공동선언

▲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양손의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우린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말하면서도 대북제재는 해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계속하는 명분은 무엇일까? 

미국은 일찌감치 “대북 제재가 북한(조선)을 대화로 이끌었다”는 프레임을 짰다. 

대북 제재가 대화로 이어져 현재와 같은 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을 이뤘다는 것. 때문에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는 계속된다”는 논리를 완성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로 북의 비핵화 선제조치가 또 추가되고, 10월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과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예고됐지만 대북 제재를 고수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요지부동인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이 짜논 ‘제재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평창올림픽에 북한(조선)이 참가 의사를 밝혔을 때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대북 제재의 성과”라고 화답했고, 이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가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에 기여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물론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이 짜논 고도의 ‘프레임 전략’을 간파하지 못했을 것 같고,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의 외교적 언사 정도로 생각했을 법하다. 

문제는 지금 ‘제재 프레임’에서 벗어나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그 비책을 함께 찾은 듯 보인다. 9월 평양공동선언과 부속합의서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복선(伏線)을 깔았다.

평양선언은 “앞으로 남과 북이 싸우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잘 지낼 건데, 미국은 반대 없죠?”라고 묻고 있다. 

[사진 : 평양사진합동취재단]

미국은 종전선언을 거부했지만 평양선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 전역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했다. 

아울러 한미군사위원회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증강 문제 등을 미국이 아닌 남과 북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특히 군사분야 부속합의에서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남북 사이에 무력충돌은 사라졌다. 

또한 미국이 제재 위반이라고 만류하던 남북 철도와 도로연결 착공식 등을 연내에 갖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까지 재개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한반도를 대북제재 예외지역으로 선포한 셈이 됐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미 3각 관계에 지형 변화가 감지됐다. 70년 만에 남북이 ‘연애’를 시작했고, 미국은 이에 끼어드는 형국이 된 것. 이제부터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의(銳意)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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