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두려워 할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포스코 자신이다"

금속노조가 오늘 지난 24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움직임과 관련, “두려워 할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포스코 자신이다”, 부당노동행위 중단하고 노조와해 음모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 지회는 공개질의서 형식의 “회사측의 민주노조 무력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 역시 전문을 아래에 게재한다.

두려워 할 것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포스코 자신이다
부당노동행위 중단하고 노조와해 음모 사과하라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1일, 댓글 공작이 의심되던 국정원 여직원은 현장을 적발한 야당 의원들을 막기 위해 스스로 갇히는 이른바 셀프감금을 선보였다. 법을 어긴 자가 이를 적발한 자들을 향해 너희들이 불법이라고 외쳤다. 3년이 지난 2015년 10월 25일, 상식을 가진 이는 누구나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몰래 추진하던 교육부 공무원들은 멀쩡한 사무실을 놔두고 첩보공작하듯 종로 국립국제교육원에 모였다. 이를 확인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몰려들자 공무원들은 문을 닫아걸고 경찰을 불렀다. 들키면 안 되는 것을 들킨 공무원들의 처량한 몸부림이었다.

이런 꼴 안 보자고 그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세상을 바꿨는데 아직도 세상 바뀐 줄 모르는 곳이 있다. 바로 포스코다. 온 나라가 명절을 즐기고 있던 지난 24일, 포스코가 노조대응을 위해 신설한 노사문화그룹이 인재창조원에 모여 있는 것이 수상하다는 제보가 노조에 들어왔다. 확인을 위해 지회 간부들이 문을 열자 당황한 노무팀 인원들이 거칠게 막아섰다. 노조와해를 논의한 문건, 금속노조 음해를 위해 준비한 괴문서, 회사노조 지원책이 적힌 칠판 등 온갖 부당노동행위가 모여 있었다. 회사는 폭력을 쓰며 문건을 지키려 했고 경찰을 불렀다. 들키면 안 되는 것을 들킨 포스코의 처량한 몸부림이었다.

제보의 힘, 현장의 힘

우선 주목할 것은 익명의 제보를 통해 노조가 상황을 인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회사도 사무실을 놔두고 멀리 떨어진 교육장에 모였겠지만 이미 사측의 움직임과 회사노조의 동향은 실시간으로 노조에 들어오고 있다. 민주노조에 대한 현장의 열망과 기대가 얼마나 큰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실망과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회사는 즉각 전체 직원에게 메일을 뿌려 노동조합이 마치 못갈 곳에 가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회사의 자원을 동원해 노조의 악행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포스코의 여론 공작은 진실 앞에서 무너졌다. 회사 교육장에 직원이 들어간 것이 불법이면 노조간부가 회사출근만 해도 불법이란 말인가. 연휴임에도 모든 공중파 방송이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를 중요 뉴스로 보도했다. 감추는 자가 범인이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진리, 안타깝게도 포스코는 촛불로부터 하나도 배운 것이 없다.

정신 못차리는 회사

회사가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은 이미 예상했다. 모든 것이 느슨해지는 명절연휴기간을 노릴 것도 예상했다. 그래서 금속노조는 연휴 직전인 19일 포스코에 부당노동행위는 꿈도 꾸지 말 것을 경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대화와 상생을 통한 진짜 혁신을 선택하지 않고 무노조경영이라는 과거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이로써 왜 회사에 민주노조가 필요한지, 왜 감시받지 않는 경영이 문제고, 견제받지 않는 기업이 위험한지 더 설명할 필요 없이 분명해졌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실시간으로 수집되어 법률지원단의 검토 아래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19일 공문에서 분명히 확인했듯이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어떤 부당노동행위도 그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다. 회사가 금속노조의 실력을 검증하고 싶다면 당당하게 응하겠다. 대가는 어차피 도발의 당사자인 사측에 돌아갈 것이다.

경고와 함께 회사에 진심으로 충고한다. 평소에는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경쟁사에 달려가 노조대응책을 구걸할 시간에 신문이라도 떠들쳐 보기 바란다.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사측이 공작하려 했던 언론은 이미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를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한 신문의 사설이다. “회사 쪽도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이 더는 용인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자유로운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9월 27일자)”

노동조합은 좌시하지 않는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사측의 노조와해 음모와 현장을 위축하려는 모든 시도를 배격하고 조합원의 눈과 입만을 두려워하며 전진할 것을 선언했다. 아직 노동조합의 문을 넘지는 않은 동료들에게는 “망설임과 두려움의 감옥을 박차고 나올 것”을 호소했다. 포스코의 노동자들은 지금도 노조가입으로 그 호소에 답하고 있다. 이것이 대세다. 금속노조는 현행법도, 노조의 엄중한 경고도, 시민들이 지키고자 한 사회정의도 모두 배신한 포스코에 책임을 묻기 위해 오는 1일 광양과 포항의 제철소장 면담을 요구할 것이다. 진정 대화를 원하는 이가 누군지, 대화를 피하는 자가 누군지 세상이 확인할 것이다.

2018년 9월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사측의 민주노조 무력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입장

추석연휴기간 회사측이 획책한 ‘민주노조 무력화 부당노동행위’ 와 이에 대한 후속 대응을 보면서, 우리는 회사측이 지난날의 행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재해자에게 오히려 그 책임을 물었던 행태, 회사 경영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한 직원에게 되려 인사조치하고 입막음 했던 행태, 상급자의 잘못을 하급자에게 떠넘기고 책임지게 했던 행태를 회사는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회사측 자신들의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감추기 위해 ‘무단침입, 절도, 폭력’의 프레임을 씌워 진실을 호도하려는 행태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으며, 단호하게 맞설 것임을 천명한다.

9월 23일 회사측이 획책한 ‘민주노조 무력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묻는다.

1. 회사측의 주장대로 “노사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방안 마련”을 위해 열린 회의라면, 회의장소 화이트보드에 “비대위 가입 우수부서 발굴(본사, 제철소 부서) 홍보... 비대위에서 부서 분위기, 가입현황 등 단톡방에 홍보”라고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2. 회사측의 주장대로 “노사신뢰 증진...”을 위해 열린 회의라면, “강성노조의 부작용”, “H제철(현대제철) 현장 노무지휘 실태”,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우려”, “대립적 노사관계가 국제경쟁력 발목 잡는다는 IMD보고서”, “경영진 비리 등 의혹제기에 대한 엄정대처 필요”, “회사의 투자실패에 대한 일반화 경계” 등 하나 같이 부정적 이미지로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표현한 문서를 작성 중이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3. 일반 직원을 사칭하여 “포스코를 사랑하는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드리는 호소문”을 퍼트리고, 그 속에 쌍용차 정리해고와 GM대우 군산공장 폐쇄 등을 언급하며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조장하려 했던 것이 “노사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것인가!

4.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논리를 만들고, 이것이 포항과 광양제철소 일반 직원에게 잘 전달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범부서를 선정하며, 이러한 임무를 양 제철소 행정부소장 또는 제철소장에게 주어야 한다고 기재된 수첩 내용에 대해 해명하라!

5. “근로자위원 선거 관련...”, “노경 구도는 예상시나리오 안에서...”라고 수첩에 기재된 것은, 노경협의회 선거에 대해 회사측이 시나리오를 갖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노경협 근로자위원 카드, OT, 활동비, 전임지원 사항...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라는 대목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회사가 노경협의회를 지원해 왔음을 짐작케 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자의 간섭 없이 노동자들이 자주적 선택하여 선출되어야 하고, 선출 후 활동은 비상근 무보수로 해야 한다. 수첩의 기재 내용이 사실이라면, 회사는 불법적으로 노경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과정과 운영에 개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해명하라!

평소 회사 조직 문화와 입수한 자료의 내용을 볼 때, 우리는 이번 일이 고위급 경영진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우리는 관련 노무협력팀 직원에 대한 징계조치와 최고 경영층진의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를 촉구하는 바이다.

추석연휴기간, 휴관 중이던 인재창조원에 들어가 몰래 ‘민주노조 무력화 부당노동행위’를 모의, 실행한 노무협력팀 직원들은 회사의 직원이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집행위원 5명은 회사의 직원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가 무단침입이면, 노무협력팀 직원도 무단침입이다! 절도라고 했던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 또 무노조 50년을 꿈꾸며 계획하고 있던 사람들이 작성한 문서를 입수한 것이다. 민주노조를 기필코 세우겠다고 다짐한 우리가 회사측의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목격하고도 모른 척 지나쳤다면, 오히려 우리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집행위원 자격이 없다. 그리고 폭력행위는 결단코 없었음을 밝혀 둔다.

우리가 두려운 것은 형사 처벌도, 회사의 징계도 아니다. 현장 노동자만 보고 가는 우리가 두려운 것은 오직 조합원들의 눈과 입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가입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호소한다.

“간절히 바라건대, 망설임과 두려움의 감옥을 박차고 나오시길 바랍니다!”

2018년 9월 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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