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 “러시아가 조직적 위반” vs 러시아 대사 “근거도 못 대면서”

러시아와 미국이 대북 제재문제를 둘러싸고 유엔(UN) 안보리 회의장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을 주고받으며 정면충돌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 여러 이유를 들며 공세를 폈지만 러시아가 이를 조목조목 반박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러-미간 공방을 지켜보던 중국이 과도한 대북 제재 압박에 거부감을 표시, 사실상 러시아편을 들었다. 미국이 전가의 보도인양 휘둘러온 대북 제재에 이미 파열구가 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18일 통신사들과 VOA에 따르면, 9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의 긴급 요구로 17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불법 유류 제공과 선박간 환적 등 대북제재를 조직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일리 대사는 ‘11번이나 대북제재에 찬성했던 러시아가 이제 와서 되돌아가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묻곤 “러시아가 속여 왔고, 이제 적발됐기 때문”이라면서 “미국은 거듭되고 광범위한 러시아의 위반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사례를 들었다.

먼저 “북한(조선)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불법적으로 석유 제품을 조달하고 있다”며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선박간 환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선박 ‘패트리어트’호가 지난 4월 공해상에서 정제유를 북한(조선)이 운영하는 유엔 제재 대상 선박에 넘겨주는 장면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선박들이 선박간 환적 방식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는 증거 또한 갖고 있다”며 “올해에만 148건의 관련 사례를 추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돈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조선) 국적자를 제재하기로 동의했음에도 아직까지 추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문제의 북한(조선) 국적자가 모스크바 내 은행 계좌를 유지하는 것을 러시아가 돕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헤일리 대사는 또 최근 러시아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의 전문가패널을 압박해 중간보고서 내용을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자신들의 위반 행위 증거를 감춰달라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보고서 공개를 막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패널은 결국 여기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주장하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 문제는, 러시아가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아 공개를 막자 전문가패널이 일부를 수정해 공개하려 했는데 이번엔 미국이 원본대로 공개해야 한다며 수정본 공개를 막은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헤일리 대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최근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을 미국에게 돌리면서 역공세를 폈다.

네벤쟈 대사는 “현재 북-미 대화가 어려움에 처한 사실을 국제사회가 목격하고 있다”며 “21세기 외교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요구에 대한 대가로 무엇이든 제공하지 않으면 합의에 이를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곤 “북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실체가 없는 약속 아래 아무런 조건 없이 약속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북한(조선)이 받는다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비핵화 과정은 신뢰를 쌓는 조치와 함께 시작돼야 한다”면서 평화협정을 체결해 종전에 이르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남북은 이 목표에 매우 근접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에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전문가패널은 객관성과 공명성의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중간)보고서의 초안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문제 삼은 ‘패트리어트’호는 전문가패널이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했고, 이 내용은 초안에 포함돼 있었다고 환기시켰다. 

또 러시아 내 북한(조선) 국적자가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에 추가 증거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헤일리 대사는 추가 발언에서 러시아를 향해 “혼란스럽게 만들며, 거짓말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러시아와 미국이 공방을 벌이자 마차오쉬(馬朝旭) 중국 대사는 “중국은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다”고 환기시키곤 “북한(조선)과 대결하는 것은 막다른 길(dead end)이 될 것이다. 힘에 의존하는 것은 재앙적인 결과 외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과도한 대북 제재 압박이 초래할 역효과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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