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남북관계 발전이 미국의 판문점선언 이행 방해 막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결정되자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조선)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현지시각) 연방주의자 소사이어티 주최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또 그동안 철도연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대북제재 위반이라며 극구 반대하던 볼튼 보좌관은 이날 “한국 정부가 특별히 남북관계에 우선 순위를 높게 두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이던 볼튼 보좌관의 이런 입장 변화는 향후 북미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주장해 6.12북미공동성명을 위반하는가 하면,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대북제재를 이유로 남북관계 발전을 사사건건 걸고 넘어가던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조선)의 ‘공화국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핵미사일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사실 이번 9.9절에 북이 ‘빛나는 조국’을 주제로 조선로동당 3차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로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전망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예상하던 바다. 

미국의 입장을 바꾼 요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 방북으로 급속히 발전한 남북관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전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약속하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시도했다. 특히 판문점선언 합의대로 종전선언을 올해 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북제재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의 시작인 종전선언의 장으로 미국을 이끌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남북관계 우선주의가 한미·북미 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남북관계를 방해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에서 반미 여론이 일고, 한미관계가 멀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똑같은 상황은 지난 5월에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북미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낸 직후 판문점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자 트럼프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열겠다고 번복한 바 있다. 

이처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미국쪽에 설 때가 아니라 북한(조선)과 공조할 때 이뤄진다. 오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북과 흔들림 없는 협력관계를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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