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덜덜 떨리는 혹한이 밀려오기 직전 올라간 굴뚝에서, 희망이 없는 봄과 유례없는 무더위를 보내고, 태풍도 겪었다. 이제 가슴 서늘한 가을이다. 이렇게 300일을 채운다.” 

‘고용 보장, 노동조합·단체협약 승계’를 요구하며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있는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박준호 조합원. 오는 7일 굴뚝 농성 300일을 앞두고 있다. 

금속노조는 3일 목동 스타플렉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직접 교섭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한국합섬에서 스타케미칼로, 스타케미칼에서 파인텍으로 바꾸는 과정은 모두 김세권 대표의 작품이다. 이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회사의 모든 관계자가 눈치만 보고 있다. 교섭에 나와 꼬일 대로 꼬인 파인텍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도, 굴뚝 위에서 목숨을 걸고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예를 갖추어야 할 사람도 바로 김세권 대표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지난 2010년 공시지가 870억 원의 한국합섬 구미공장(이후 스타케미칼로 사명 변경)을 400억 원의 헐값에 인수하며 ‘고용보장’과 ‘공장 정상화’를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자 스타케미칼 차광호 조합원은 구미공장 굴뚝에 올라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여 사측에게서 고용 보장, 노동조합·단체협약 보장 등의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스타케미칼은 고용보장 등 합의 이행을 위해 파인텍을 설립했으나 현재까지 합의사항은 이행되지 않은 상태다.

금속노조는 “408일 굴뚝 농성 끝에 어렵사리 얻어낸 합의도 회사는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다. 그 합의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구미 공장에서 빼낸 후 회사의 자산을 마음대로 팔아먹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저지른 노림수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는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미 다 끝났다’, ‘해줄 것이 없다’, 그리고 ‘결정권이 없다’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곤 “결정권은 모기업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대표에게 있다”면서 김세권 대표가 교섭에 나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 등 조합원 5명은 ‘김세권 대표 면담’을 요구하며 목동 스타플렉스 사무실 농성에 돌입했다. 금속노조는 굴뚝농성 300일이 되는 오는 7일 스타플렉스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 300일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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