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무노조 경영의 흑역사(5/끝) - 최정우 신임 회장에게 바란다

‘무노조 경영’ 하면 흔히 삼성재벌을 떠올린다. 하지만 무노조 경영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연 매출액이 60조원에 이르는 국내 6대 기업이다. 지난달 27일 포스코 이사회는 신임 회장으로 최정우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한편으론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라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선 “포스코 비리의 공범이자 정준양-권오준 전 회장 시절 적폐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 철강 수요 축소와 미국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추격 속에서 한국 철강산업 역시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위기를 노동자와 함께하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헤쳐 나가야 하는 숙제를 최정우 회장 체제가 어찌 풀어갈지 관심사다.

금속노조는 최 회장 취임을 전후해 포스코 무노조 경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5차례에 걸쳐 포스코 무노조 경영의 흑역사를 조명한다.

1. 포스코 노동자들이 바라본 포스코
2. 포스코의 노동탄압의 역사
3. 포스코, 감시받지 않은 경영-뿌리깊은 권력유착
4. 포스코, 또 하나의 산재왕국
5. 포스코 최정우 신임 회장에게 바란다

 지난달 27일 포스코 제9대 최정우 회장이 취임했다.

최정우 신임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최정우 회장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관리와 감사분야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을 거치며 경영 전략과 살림의 측면에서도 일을 했다. 2015년 7월부터는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을 역임하며, 그룹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71개까지 늘어났던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해외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각각 줄었다. 신임 회장 최종 후보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켐텍 사장직을 맡았다.

포스코는 20년 만에 비공대, 비엔지니어 출신의 회장을 배출한 것이다. 보호무역 기조 강화,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등 대외경제적 요인과 비철강 산업 분야에서의 성장 또한 필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한 선택으로 보인다.

▲ 최정우 포스코 9대 회장[사진 : 뉴시스]

그러나 최정우 회장 선출과정이 조용하지만은 않았다.

흔히 ‘사외이사들의 반란’으로 평가되는 최정우 회장 선출과정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는 포스코 같은 공기업이나 DGB금융(Do Global Best. 지방은행에 기반한 금융지주그룹) 같은 공기업 성격을 갖는 은행지주회사는 사외이사들이 회장 선임과 같은 문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절대적 힘을 미치는 최대주주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기도 하다. 그 동안은 정치권력과 유착을 통해 사외이사들이 독립적 의사결정보다 권력의사에 추종하는 결정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반란을 일으켰다. 과연 사외이사들의 이런 선택이 이후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까지 수반하는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둘째는 포스코 신임회장 선출과정에서 권오준 전 회장이 지지하는 측과 현 문재인 정부가 지지하는 측의 갈등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무난한 선택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권오준계 회장 선출에 위기감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은 홍영표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권오준 전 회장이 자신의 비리를 덮어 줄 사람을 고른 것 아니겠느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포스코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직접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포스코 회장 선출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조건에서 권오준 계열의 현 사장들, 친정부인사로 분류되는 전 사장들 후보를 제치고, 제3의 선택으로 최정우 회장을 선출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포스코바로세우기시민연대(포스코시민연대)는 지난달 9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 내정자를 배임·횡령방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같은 달 18일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정민우 포스코시민연대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간 포스코그룹의 많은 비리들이 기-승-전-최정우로 귀결된다”고 주장하고, “최정우는 지난 10년 포스코 비리의 공범이자 정준양-권오준 전 회장 시절 적폐의 핵심”이라며 “이명박(MB) 사람이자 최순실 사람이라는 것이 포스코 안팎의 평가”라고 밝혔다.

이어 최정우 회장 내정자가 “산토스와 페이퍼컴퍼니 EPC의 인수·매각에 깊이 관여, 주도했고”, “포스코그룹 감사실장으로서 산토스와 EPC 고가 매입을 방조했으며, 포스코그룹의 가치경영센터장으로서 산토스와 EPC 분식회계를 시행, 땡처리 매각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시민연대는 또 최정우 내정자가 2011년 포스코 호주 철광산 로이힐 투자를 방조한 배임 의혹을 받고 있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 재임 당시 로이힐의 2000억원대 분식회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최정우 신임 회장은 50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한 경영구상을 내놓았지만, 아직 노동조합 등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 같지는 않다. 최 회장은 몇 가지 경영구상을 밝혔다.

우선 철강·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화하겠다고 한다.

취임사에서 ‘포항·광양 지역 벤처밸리 조성 사업’을 제시하고, 포스코가 나서서 1조원 규모 벤처기업 지원 펀드를 조성하며, 중소 협력사와는 복리후생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북한(조선)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최 회장은 “마그네사이트, 천연 흑연 등 포스코가 개발하는 제품 원료의 상당량이 북에 매장돼 있다”며 “먼저 포스코가 이들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북한(조선)에 투입하고, 나아가 북의 철강과 인프라 등 산업 성장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로 배터리·탄소 소재 개발 등 신성장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추진한 배터리 소재 부문을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통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은 LG화학과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에 필요한 양극재·음극재 등을 생산하고 있다”며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켐텍과 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ESM을 통합하면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시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철강제품 제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탄소 덩어리로 반도체·음극재 원료로 쓰이는 탄소소재를 생산하는 사업도 신사업 중 하나로 추진할 계획이다. ‘LNG 터미널’ 건설이나 바이오 분야 등을 장기적 신성장 산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글로벌 통상 마찰에 대한 대응력이다.

최 회장은 심화되는 글로벌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급‧차별화’와 ‘현지 생산 강화’ 전략을 제시했다. 철강업 피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쿼터 제한, EU의 세이프가드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현재 생산하기 어려운 월드 프리미엄(WP) 제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출 다변화, 현지 철강사와 제휴를 통해 현지 생산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격적 무역전쟁을 유발하며, 수입 물품을 제한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 시장에 대한 대응이 호락호락할 것 같지는 않다. 열연 및 냉연에 대한 높은 세율과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쿼터제로 지난해 대미수출이 2016년 대비 86% 감소했다. 최 회장은 “연례 재심을 통해 최대한 관세율이 낮춰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경영구상은 ‘더불어 포스코(With POSCO)’이다.

그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는 국가,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기업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주주, 임직원, 공급사,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사회적 책임 활동을 실행하기 위한 조직으로는 경영진·사외이사·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기업시민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에 ‘노동자’는 없었다. 기업시민위에도 노동조합은 참여할 수 없었다. 최 회장의 눈 속에 아직 시민으로서의 노동자, 노동조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불어 포스코’에 반드시 노동자가 추가되어야 할 이유이다.

지난 1월24일 금속노조와 국회의원들이 고용노동부를 향해 포스코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금속노조와 이용득 의원실(민주당), 이정미 의원실(정의당)이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포스코가 금속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차별, 불법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포스코는 금속노조 파괴를 위해 조합원들을 협박, 회유해 노조에서 탈퇴시키거나 다른 노동조합 가입을 유도하는 등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성광기업, 포스코엠텍, 포에이스, 포트엘과 포항제철소의 동화기업, 롤앤롤, 포트엘, 화인텍 노동자 500여 명이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하청지회)에 가입해 조합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청지회 조합원 324명은 2017년 10월 (주)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즉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요구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이미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벌여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관해 광주고등법원은 2016년 8월17일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 2016년 8월1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금속노조 광주지부 조합원들이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앞서 광주고법 제2민사부(부장판사 홍동기)는 이날 양모씨 등 15명이 주식회사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등의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사진 : 뉴시스]

그런데 무노조전략으로 일관해온 포스코 사측은 가만있지 않았다. 포스코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금속노조 탈퇴와 소송 불참을 종용해 왔다. 포스코는 협력업체 대표를 만나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임금 추가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제시안을 들이밀고 현장을 분열시키라고 부추겼다.

또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소송 참여 확대를 막기 위해 심지어 협력업체 노사협의회 노측위원들에게 ‘영구 노사평화 다짐 협약서’를 들이밀기도 하였는데, 그 협약서 내용은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제출한 가입서와 불법파견 소송 동의서를 즉시 회수 폐기하면, 2017년부터 3년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규직 대비 20% 더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동안 포스코가 온갖 미끼를 던지며 금속노조를 흔들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 사내하청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과 상담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한 한 포스코 사내하청노동자는 “뼈 빠지게 일해도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고,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산재신청은커녕 개인 부담으로 치료받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하청지회는 조합원 1000명 확대를 결의하고 맹렬하게 사업 중이며, 포스코의 무노조 정책, 불법파견 문제 등 ‘포스코 노동적폐 청산’과 ‘포스코 사회책임 촉구’를 중심으로 포스코 노동권 문제를 사회 여론화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출입문에서 물티슈와 핫팩을 나눠주며 포스코 노동자들에게 금속노조 가입을 독려해 왔다.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경영진은 이런 노동자의 목소리, 노동조합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금속노조 포항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가 지난 5월16일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포스코는 노동조합 탄압용 KPI평가제도 폐기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 : 금속노조, I-labo]

포스코는 매년 사내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작업수행 능력과 실적을 평가하는 ‘포스코 외주작업 KPI평가’ 제도를 통한 ‘갑질’도 크게 비판받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주요 사내하청업체 103개사(광양 48개사, 포항 55개사)가 평가 대상으로 돼 있는 이 제도는 한 해 동안 하청업체의 ▲조직안정(노사관련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과 노사 안정화 정도 등) ▲안전관리(안전성과 지표와 재해 발생 현황 등) ▲혁신 활동(혁신과제 수행실적 등) ▲성과기여도(회사정책 수용성 등) 등을 세부 평가한다. 포스코는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하청업체에 등급을 매겨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준다.

포스코는 하위 평가를 받은 하청업체에 ‘경고 공문’을 보내고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다. 포스코는 하위 평가를 받은 하청업체의 일부 작업을 경쟁전환 대상으로 지정하고, 물량 축소를 압박했다. KPI 평가 최하위 회사 여섯 개사는 기본노임 인상률 적용에서도 제외했다.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포스코는 KPI 평가에서 금속노조 사업장에 감점을 주고 있다. 기존에 상위 평가를 받은 하청업체 중 최근 금속노조에 가입한 동일기업, 동화기업, 롤앤롤, 포트엘, 화인텍 업체가 KPI 평가에서 2018년 최하위 수준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제 신임 최정우 회장의 ‘더불어 포스코(With POSCO)’ 캐치프레이즈 안에 노동자, 노동조합, 하청기업들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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