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대화”에서 만난 원희복 기자

▲ 8월 25일 오전 11시 서교동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의실에서 <촛불민중혁명사>(도서출판 말)를 쓴 원희복 기자와 "저자와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기자의 눈은 따뜻했다.
“이번 촛불혁명이 아무런 희생자가 없는 명예혁명이요, 성숙한 시민혁명”이라는 규정에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기자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숨지고, 분신한 사람도 여럿이다”고 말한다.(358쪽)
<촛불민중혁명사>는 ‘17개의 장면’을 각 장 서두에 배치했다. 촛불혁명을 이야기하는 첫 장면에 2013년 7월 9일 홍만희 한국민주청년단체협의회 전국동지회 회장이 ‘광주민주항쟁의 역사를 왜곡하는 정신병자들이 판치는 나라에 다시 한 번 일어서서 역사를 바로 세우라’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을 다룬다. 의외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남종 시민, 성유보 언론인, 김승교 변호사, 세월호 학생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주요 장면 마다 등장한다. 촛불이 역사에 자신을 바친 이들에 대한 추모의 불빛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면, 저자는 가슴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써 나갔다.

기자의 눈은 민중의 시선으로 촛불혁명을 기록했기에 더욱더 따뜻하다.
촛불혁명이 태블릿 피시로 시작되고,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 저자의 질문이다. “퇴진행동이 만든 백서 <촛불의 기록>(2권)에는 민주노총의 민중총궐기를 ‘촛불혁명의 마중물’이라고 표현”하면서, “백서의 본류가 아닌 말미 ‘각계각층 행동’ 대목에 일부로 기록”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360쪽)
기자는 촛불혁명은 “친일·독재미화 역사교과서와 종북몰이를 통한 정당해산과 같은 극도의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 싸운 민중들, 쉬운해고와 비정규직에 내몰렸던 노동자와 신자유주의 농정에 신음하던 농민, 무분별한 도시개발에 저항한 철거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집요한 투쟁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주인공”이라고 역설한다.

기자의 눈은 사실과 진실, 역사적 인과관계에 충실했다.
따뜻한 시선과 기록, 고발, 보도에 충실한 직업적 전문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원희복 기자는 기록문학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지 예시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촛불민중혁명사>는 박근혜 정권 등장 이후 이에 저항하는 국정원 시국회의에서부터 진보당강제해산반대 국민운동본부, 교과서국정화저지 네트워크, 세월호 희생자연대모임 416연대, 민주주의국민행동, 민중총궐기운동본부의 험난한 저항과 투쟁의 역사를 다룬다. 그리고 이 힘들에 시민사회단체연대가 가세하면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행동(퇴진행동)으로 결집하는 과정이 촛불혁명의 폭발과정이라고 서술한다.
또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역사전쟁, 세월호 투쟁, 민중총궐기, 백남기 농민 투쟁 등 촛불혁명 진화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변곡점들에게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가했다.

최근 촛불로 세워진 정권하에 촛불혁명의 정신과 요구가 하나둘씩 좌절되어가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민중들에게 자신이 참여하고 일궈낸 촛불혁명의 근본요인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하나의 위로가 될 것이고, 현재의 동요과 고비를 뛰어넘어 기어이 촛불혁명을 완성할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겠다.

▲ 시민들이 <촛불민중혁명사> 저자 원희복 경햔신문 선임기자에게 꽃과 케익을 선물했다.

기자의 눈은 기회주의에 대해 의외로 단호했다. 거칠다 싶을 만큼.
저자는 이 책을 쓴 중요한 동기를 “기레기”가 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국정원 댓글에 저항하는 촛불에 위기감을 느낀 박근혜가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세우면서 종북공안광풍이 몰아치고, 그 첫 번째 희생양으로 이석기 내란음모조작사건과 진보당 해산 사건이 터질 때, 나치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마르틴 니묄러의 시 <그들이 처음 왔을 때>가 유행하던 당시의 분위기를 언급한다. 그리고 그 어두운 시절, 침묵하고, 선긋기를 하고, 외면하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데 급급했던 민주당과 진보정당 일부, 시민사회단체, 돌격대로 나섰던 언론들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민중이 박근혜의 즉각 퇴진을 외칠 때, 정치권과 퇴진행동 일부에서 ‘박근혜 정권의 안전한 퇴각론’, ‘하야’ 등의 주장으로 공포와 보신에 급급했던 기회주의자들의 행태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저자는 “먹물들은 노동자농민과 같은 ‘무지렁이’가 세상을 뒤집었다는 것을 한사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서의 반영이라고 폭로한다.

민중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촛불혁명을 재조명한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자기 이야기를 거칠게 밖에는 할 줄 모르는 민중을 대신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많은 진보진영 단체와 청년들, 학생, 자녀들에게 꼭 권장해야할 촛불혁명에 대한 또 하나의 교과서라 할 수 있겠다.

▲ <촛불민중혁명사> 저자 원희복 기자에게 열띤 질문을 하고 있는 참가 시민들

이런 심정들은 지난 8월 25일 서교동에 위치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사무실에서 이병창 교수의 주도아래 열린 ‘저자와의 대화’ 자리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책 어딘가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나 관심있게 찾아본 시민들이 조촐하게 마련한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이재용을 만나 구걸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심정을 많이 이야기했다. 촛불혁명을 과연 ‘혁명’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과 논쟁도 나왔다.

촛불혁명에서 저자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경찰이 강제부검을 시도할 때 여성 등 많은 시민들이 팔뚝을 걸고 이를 막던 장면이며, 이 장면은 퓰리처상감이라고 말했다.(265쪽)

촛불혁명의 주역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함세웅 신부를 포함한 민주행동, 한상균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 김영호 의장을 비롯한 전농, 한국진보연대 등 연대조직,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 들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저자는 이날 마지막으로 앞으로 백편 이상의 논문들이 촛불혁명에 대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순실 국정농단이나 태블릿 피시 폭로가 중요한 도화선은 되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시작은 민중들의 저항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참여시민들은 저자에게 꽃과 케익을 선물하고, 저자 사인회를 열었다.

▲ <촛불민중혁명사> 저자와의 대화 이후 기념사진(왼쪽), 저자 원희복 기자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오른쪽)

원희복 기자는 경향신문 선임기자로서 2014년부터 “인물탐구”를 매주 연재(현재 427회)하고 있다. 2006년는 제8회 민주시민언론상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2004년 <조용수와 민족일보>(도서출판 새누리)
1995년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평전>(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2015년 <보물선 돈스코이호 쫓는 재벌 권력 탐사가>(공명)
2011년 <국가가 알려주지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위즈덤하우스)
2015년 김찬‧도개손 부부의 평전 <사랑할 때와 죽을 때>(공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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