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3년 맞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활동으로 공공성 확보 노력”

▲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지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1월30일 서울권역 투쟁 선포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비록 ‘협력업체’ 직원들이지만 삼성의 이름으로 당당히 노동조합 깃발을 세웠다. 이들은 특이하게 ‘이재용 경영세습 찬반투표’를 진행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노조 창립 3주년을 맞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지회장을 30일 만났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한 것은 지난 2013년 7월14일. 신생노조가 그렇듯 집행부를 포함한 조합원들은 온갖 회유와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 “조합원과 비조합원간 연장근무 차별을 둬서 많으면 월 100만 원 정도 임금차이가 나기도 했습니다. 주도적으로 싸운 사람들은 노숙농성 하느라 몇 달 임금을 못 받으면서 몇 천만 원씩 빚을 지기도 했죠.” 라두식 지회장이 지회 설립 초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합이 생기기 전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조합을 만들고 나선 조합원들도 기본급 포함해서 세전으로 160만 원 정도는 받고 있다”고 노조 설립으로 달라진 근무여건도 알렸다.

전면 파업보단 재벌개혁 투쟁에 집중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현재 전국에 있는 108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가운데 47개에 분회가 설립되고 6천여 명의 현장인력 가운데 9백여 명 정도가 노조에 가입했다. 올해 단체교섭이 지지부진해 쟁의권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은 전면적인 파업보단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 등과 함께 재벌개혁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원청(삼성전자)이 대체인력을 충분히 확보해놔 전면 파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어요. 삼성과의 투쟁에서 승리하는 데는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 게 우선이라고 봐 대국민 홍보활동을 중심으로 투쟁하고 있습니다”고 지회장은 올해 투쟁 상황을 전했다. 

조합원들은 ‘삼성 이재용 경영세습 찬반투표 실시’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센터로 찾아오는 고객이나 방문수리를 하는 고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준다고 한다. 분회가 설치된 각 센터에서 팻말 홍보활동을 벌이고 고객들이 경영세습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스티커 투표판도 세워뒀다. “조합원 대상, 국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있어요. 7월22~23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투표 결과를 공개하는데, 이땐 전국 조합원들이 상경투쟁을 할 예정입니다.” 라 지회장은 이후 계획을 소개했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분회가 있는 각 센터에서 '몸자보'를 입고 근무하며 피켓 선전전과 이재용 3대 경영세습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성북센터 수리기사 추락사고는 시스템 문제

지난 23일 삼성전자서비스 서울성북센터 수리기사 진모(42)씨가 에어컨 실외기 수리 도중 추락사하는 사고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협력업체와 원청은 개인과실로 몰려고 애썼다.

“108개 센터마다 각기 다른 협력업체가 들어와 있어요. 제가 사고 당일 급히 장례식장을 찾았더니 성북센터 협력업체 사장이 유가족을 상대로 ‘우리는 안전교육 충분히 했고 안전장비도 지급했으니 개인과실이다’라고 설득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유가족들께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니 결국 사장은 쫓겨났습니다. 혹시 사장이 다시 올까봐 새벽까지 장례식장 밖을 지키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다음날 오전부터 서울지역 협력업체 사장들이 모두 화환 들고 찾아오고 비조합원들이 조문하는 척 찾아와서 유가족에게 사측 입장을 전달하고 가고 정신이 없었어요” 라 지회장이 설명한 사고 직후의 분위기다. 

수리한 건별로 수당을 받는 근무형태여서 시간에 쫓기는 수리기사들은 위험한 작업환경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안전장비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이번에 사고가 난 건물은 아예 안전장비를 걸어놓을 설비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이럴 땐 고소작업차량을 불러야 하지만 결제 받는데 시간이 한참 걸리거든요. 잘 못하면 한 곳 수리하는데 한나절이나 걸리니까 이게 한 달 쌓이면 몇 십만 원씩 수당 차이가 나는 겁니다.” 라 지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이번 사고는 노조의 분회가 있는 센터에서 발생했기에 이슈라도 될 수 있었다. 분회가 없는 센터에선 그냥 묻히는 게 비일비재하다고 라 지회장은 말했다. “몇 달 뒤에야 어느 센터에서 사고로 수리기사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이 지회로 들어오는데 그때 가면 산재처리하기도 어렵거든요. 조합원들은 사고 당하면 다 산재처리 받고 비조합원도 사고소식을 빨리 접하면 어떻게든 지회에서 도와주려 하는데 이렇게 뒤늦게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궁극적으론 위험업무를 하는 수리기사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은 건별 수당을 근무시간당 수당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결 과제로 삼고 있다. 라 지회장은 “상대가 삼성이니 당장 원하는 모든 것을 받아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5~10년을 내다보면서 장기적으로 투쟁할 것”이라며 힘줘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엔 우리도 ‘배고파서 못살겠다’는 구호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합원들의 이익만이 아닌 ‘삼성을 바꿔서 세상을 바꾼다’는 신조로 일하고 있고, 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 서울시내에서 이재용 3대세습비판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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