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협양심수후원회에 후원금을 쾌척한 실향민 이승화씨(90)가 지난 16일 오후 낙성대 만남의 집을 찾았다.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과 김혜순 회장 외 회원들과 후원을 받은 2차 송환 신청 장기수 선생들이 이승화 씨를 맞아 식사를 함께 하며 따뜻한 교류의 정을 나누었다.

▲ 2차 송환 신청 장기수 김영식, 문일승, 유기진, 양희철, 강담, 박희성, 김교영, 양원진 선생과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과 함께
▲ 말복을 맞아 닭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들과 양심수후원회 회원들

이씨는 “2차 송환을 희망하는 19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지난 4일자 경향신문 포토다큐 기사를 읽고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자 기부를 결심”하고 19명의 장기수들에게 1백만 원씩 총 1,900만원과 양심수후원회에 300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또한 10월 초로 예정된 장기수 사진전에도 후원금 백만 원을 기부했다.

황해도 청단군 칠복리가 고향인 이씨는 6·25전쟁 전에 가족들과 월남했다. 이씨는 “당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큰딸은 어쩔 수 없이 친척 집에 잠시 맡겨 놓고 둘째딸만 등에 업고 내려왔다. 그런데 전쟁으로 큰딸과 평생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육군 소위로 전쟁에 참전했던 이씨는 사창리전투 등에서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다. 월남전에도 참전했던 이씨는 2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지난 1970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현재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_ 경향신문

▲ 양심수후원회 김혜순 회장과 웃음꽃을 피우는 이승화 씨
▲ 2차 송환 신청 문일승, 강담, 김영식 선생과 함께
▲ 2차 송환 신청 양원진, 문일승, 강담 선생과 함께. 사흘, 일주일이면 고향에 돌아오리라던 약속을 넘어 구순 전후의 분단 세월을 살았다.
▲ 기념사진

구순의 이승화 씨는 직접 차를 운전해왔다. 정정하고 기억 또한 명료했다. 조·중·동을 끊고 경향, 한겨레만 본다고 했다. “왜 끊으셨어요?” 했더니 “못 보겠더라고”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그만 사업들을 하면서 회사 이름을 ‘남북사’, ‘자주개발’, ‘평화농원’ 등으로 붙였다. 경향에 난 19명 장기수 기사를 보고 황태성 밀사를 떠올렸다고 했다. 표현은 거침없었다.
“박정희 나쁜 XX야.”

만남의 집에 거주하는 장기수 박희성 선생이 거들었다.
“황태성 선생 사형 당하던 날 교도소 내 옆방에서 끌려나갔어. 면회 간다고 하면서.”

30~40년 감옥을 산 장기수 선생들과 전쟁 때 총부리를 맞댔을 수도 있는 이승화 씨가 그렇게 만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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