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청년 고국방문단, 닷새간 서울·부산서 ‘강제징용문제 해결’ 청년교류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응원한 3만여 명의 노동자, 시민들 속엔 6개월 전 평창에서처럼 재일동포들이 있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초청으로 남쪽 땅을 방문했다. 이들은 후쿠오카에서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 교류를 이어가며 일제식민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한반도 통일을 위한 과제에 대해 토론하고 실천하는 ‘조일(조선-일본)우호청년단’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고국방문에 일본청년들과 함께 왔다.
겨레하나는 8.15를 맞아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강제징용 문제해결을 위한 재일동포 청년교류’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동포를 비롯한 일본에서 온 청년 10여명과 남쪽의 청년 40여명이 4박5일 동안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관람을 비롯해 ▲평화의 소녀상 방문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관람 ▲임진각DMZ 분단 기행 그리고 ▲부산 국립강제동원역사관 등을 방문한다. 겨레하나는 이번 교류에 대해 “일제강점과 분단을 겪은 우리민족의 역사를 함께 공부하며 식민잔재 청산, 한반도 평화 통일의 염원을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11일 서울에 도착해 통일축구대회를 관람한 동포방문단은 12일 남쪽 대학생들의 환영을 받았다. 지난 일주일간 내일로를 타고 전국 곳곳에서 4.27판문점선언을 알리는 평화통일대장정(내일로)을 펼친 대학생 겨레하나 학생들은 동포방문단보다 먼저 행사장인 서대문구청 대강당에 도착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동포방문단에게 선보일 환영공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태어나 처음, 혹은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한 재일동포와 일본청년들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단일기를 흔들며 환영의 마음을 표했다. 황석재 부산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판문점선언시대, 남북 정상이 만나 이 땅에 통일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남과 북, 해외가 통일운동의 3주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우리 마음은 항상 같이 있고, 통일에 대한 뜨거운 의지는 모두 같다”라고 말하며 “오늘은 남과 해외 동포들이 만나 통일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고 행사 취지를 알렸다.
내일로 대원들이 외세에 의한 분단을 극복하고 ‘종전의 종’을 울리는 환영퍼포먼스를 선보이자 동포방문단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정철우 내일로 대장(서울대학생겨레하나 대표)은 “어제 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마치고 난 뒤 헤어짐이 아쉽고 또 아쉬웠는데, 이젠 아쉬움이 아니라 다시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환영인사를 했다.
소현진 내일로 대원도 무대에 올라 재일동포들을 향한 진실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일본정부의 우리학교(조선학교) 탄압과 학교 앞에서 행해지는 혐한(조선) 시위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 동포들이 일본 땅에서 어떤 차별과 억압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해 부끄러웠다”면서 “재일동포 학생들이 삶 속에서 통일을 배우고, 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민족이 하루빨리 하나가 되어야한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일로 대원들은 정성들여 쓴 편지와 내일로 기념티셔츠, 그리고 한반도모양 배지를 동포들에게 선물했다.
동포들이 이에 화답했다. 무대에 오른 동포방문단 참가자들이 고국에 온 소감을 전했다. 재일동포3세 림주원 씨는 “어제 통일축구대회에서 남과 북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우리 민족이 함께 노래도 부르고 응원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면서 놀라고 감동했다. 오늘 군사분계선 가까이(임진각, 도라산)에 가서는 우리 생각이상으로 분단의 어려움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고국방문 일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식민지가 끝나고 해방된 후엔 남북이 분단 돼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서 살게 되면서 분단의 아픔을 온 몸으로 받아 안고 살고 있는 우리(재일동포)가 통일을 맞이하는 그 날까지 통일을 바라고 함께 기뻐할 사람을 더 많이 만들고 북과 남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식민지역사, 재일동포 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동포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는 재일동포3세 박헌호 씨는 “일본정부는 외국인학교를 포함해 일본에서 배우는 모든 고등학생들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고교무상화제도’를 시행하면서 조선학교만 차별하고 있다. 조선학교 아이들과 동포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응당하게 배우는 권리 보장과 민족교육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쉽지 않은 투쟁에 절대 굴하지 않고 판문점선언 이행과 조선반도 통일에 합세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동포방문단과 함께 서울에 온 일본 청년 카와마츠아카리 씨는 “일본 탄광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식민지시절 조선인들이 끌려와 어떤 노동을 했는지에 대한 역사도 배우고 있다. 이번에도 강제징용 역사를 배운다고 해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군사분계선 가까이에서 분단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분단의 원인을 만든 일본, 일본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재일동포들과 함께 식민지 역사를 열심히 배워나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동포방문단 청년들은 “반갑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이 청춘 받치리”,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와 율동을 남쪽 청년, 대학생들에게 선보였다.
다음으로 특별한 위촉장 전달식이 이어졌다. 위촉장의 주인공은 재일동포2세 배동록 선생과 기무라히데토 선생이다.
정영희 겨레하나 일제강제징용사죄배상운동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배동록 선생에 대해 “20여 년 동안 일본인 초·중·고등학생들과 교원들에게 강제징용역사에 대해 1000회가 넘는 교육을 해왔으며, 양심적인 일본지식인들과 함께 징용 조선인의 유골을 발굴해 가족들을 만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선생의 부모는 일제시기 징용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살았다. 배 선생은 3세, 4세와 함께 일본에 살며 강제징용의 진실을 알리고 진상규명에 앞장서고 있다.
기무라 선생에 대해선 “군함도에 강제징용 돼 끌려가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알리고, 나가사키 피폭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건립에 앞장서는 등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해 고발하고 재일조선인의 인권과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무라 선생은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5년 넘게 한일역사문제와 강제징용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겨레하나는 두 선생을 겨레하나 키타규슈 명예지부장, 나가사키 명예지부장으로 위촉하고 위촉장을 전달했다.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만남을 가진 동포방문단과 청년, 학생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며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아쉬움에 눈물이 흐르다가도 “또 만나자” 말을 주고받으며 사진으로 이 날 만남을 기록했다.
‘강제징용 문제해결을 위한 재일동포 청년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동포방문단과 청년들은 13일 서울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의 만남,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관람 일정을 가진 후 부산으로 내려가 14일 부산 국립강제동원역사관을 관람한다. 15일엔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을 방문한 후 일본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