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법원행정처 문건 입수 보도… “대응 전략 주효했다” 자평까지

양승태 사법부 시절 현직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자 법원행정처가 법원에 대한 여론 악화를 막으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재판을 이용하자고 제안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SBS가 지난 2일 저녁 뉴스에 보도한 <‘비리 판사’ 후폭풍 막으려고… 이석기 재판 이용했다> 기사를 보면, 지난 2015년 1월18일 최민호 판사가 검찰조사에서 사체업자 최모씨에게서 2억6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자백하자 법원행정처는 같은날 ‘최 반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제목의 문건을 만들어 “이 사건 때문에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대응책으로 ‘이석기 사건 선고를 1월 22일로 추진’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선동 사건 판결을 선고하면 최 판사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실제 대법원은 문건 작성 이튿날 이석기 사건 선고일을 1월22일로 확정해 언론에 발표했다. 이 전 의원의 구속 기한이 2개월 연장되면서 선고 연기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대법원 판결은 문건에 적힌 대로 1월22일에 선고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데 반해 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서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한 점을 비교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문건에 기재됐다. 

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는 후속 문건에서 “대응 전략이 주효했다”고 자평하곤 노하우 전수를 위해 위기대응 자료를 만들자고 제안까지 했다. 그러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언론에 기삿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여론의 흐름을 조작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SBS 보도를 보면, 이석기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선고 사흘 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후속문건엔 “대응 전략 주효해 사건 수습 국면”이라고 자평한 대목이 나온다. 대대적인 보도가 예상됐던 이석기 재판으로 여론의 관심을 돌려 법원에 치명타가 될 최민호 판사 비위사건의 파장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본 것이다. 

심지어 “이번 사태 수습과 관련한 경험과 노하우 전수를 위해 위기 대응 자료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유사 사건 발생시 사법부 위기 대응 역량 제고”라고 했다. 법원에 불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판결 선고 날짜를 바꾸는 등 재판을 이용하는 것을 노하우라고 부르며 일종의 ‘매뉴얼’을 만들어 전수하겠다고 한 것이다. 

문건에선 또 “최종적 교훈”이라며 “위기 수습을 위해선 언론에 관심 기삿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언급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명의의 이 문건이 만들어질 당시 기획조정실장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었다. 

검찰은 판결 선고 날짜가 변경된 과정뿐 아니라 변호사 입회 없이 이뤄졌던 최민호 판사의 검찰 자백 내용을 진술 당일 법원행정처가 상세하게 파악한 경위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SBS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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