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의 투쟁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 10.9% 인상으로 결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결정 직후 “최임위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후퇴가 우려스러운 것은, 공약을 지키지 못한 자체도 문제지만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기조가 후퇴한 측면이 있다는데 심각성이 더 크다.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정부 안에서는 고용감소 및 성장률 둔화와 관련해 ‘소득주도성장’ 기조와 최저임금 인상속도에 대한 수정논의가 제기됐다. 

실제 5월 이후 정부 안에서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혁신성장에 대한 강조 ▲부동산 보유세 개편의 최소화 ▲청와대 경제라인 개편 ▲의료산업 영리화와 규제완화 등 전반적으로 보수우경화 흐름이 이어졌다. 

보수언론은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고용증가율이 현저하게 낮아진 점, 특히 도소매업의 고용이 감소한 점을 제기하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강하게 여론화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 인상과 도소매업의 고용감소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자영업자 572만4000명 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28.7%)의 경우 고용인원이 4만2000명 증가했으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71.3%)는 3만5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다기보다는, 경기 전반이 안 좋아지면서 고용인원이 없는 가장 영세한 자영업 종사자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사진 : 뉴시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한 사람들은 소상공인연합회, 그 중에서도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인 미만 사업장)최저임금 차등적용, 최저임금 재심의, 임금자율협약 등 최저임금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불복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로열티 인하, 카드수수료 인하, 근접출점 제한, 심야영업시간 할증요금 적용 등을 요구했다. 

여론악화와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정부는 영세자영업자 지원대책으로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 강화, 일자리안정기금 3조원 지원, 가맹점주단체 신고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지원대책의 대부분은 노동계가 최임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내용이다. 

지난 19일자 <한겨레>에 보도된 편의점의 영업실태를 살펴보면 편의점들이 왜 이렇게 강력하게 문제제기 하는지 이해가 된다. 기사를 보면, 월 매출 3100만원인 편의점의 경우 매출원가(프랜차이즈 본사에 물건 값으로 지불하는 비용)가 2400만원(77.4%)이며 매출이익은 670만원이다. 670만원에서 임대료 100만원, 인건비(아르바이트 2명) 250만원, 가맹비 240만원, 기타비용 등을 지불하면 사실상 적자가 된다. 

이 가운데 이해하기 힘든 비용이 가맹비다. 가맹비는 편의점의 경우 통상 35~60%이며, 본인이 임대료와 인테리어비 등을 감당하는 경우 매출이익의 최저이율인 35%가 적용된다. 본사는 매출원가와는 별도로 수익의 최소 3분의1인 가맹비를 받으며, 상품공급을 통한 수익과 함께 2중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점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현재 편의점업계의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편의점은 통상 24시간 영업으로 인해 2명 이상을 고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편의점업계의 출점경쟁으로 과도한 경쟁에 내몰려있기도 하다. 

편의점시장은 2000년대 이후 급속하게 성장했으며 2018년 2월 기준으로 4만여 개에 이른다. 업계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무차별 점포확장 결과, 한국은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보다 인구수 대비 1.5배가 많은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을 문제 삼으며 최저임금법 위반운동의 일환으로 ‘임금자율협약’을 맺겠다고 하는 것은 반사회적인 범법행위로 용인될 수 없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편의점주가 투쟁해야 할 대상은 최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재벌프랜차이즈업체와 정치권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로열티 인하, 카드수수료 인하, 근접출점 제한 등을 정부와 본사에 요구하고 있고, 정부 또한 가맹점주단체 신고제 도입 등을 통해 가맹점주의 단결권과 협상권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의 투쟁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아닌, 소상인들의 상인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쟁취해 재벌본사, 재벌을 옹호하는 정치권과 투쟁할 무기를 확보해야 한다. 

편의점업 또한 예외 없이 재벌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GS25(GS그룹) 1만2654개, CU(삼성그룹 방계) 1만2653개, 세븐일레븐(롯데그룹) 9326개, 이마트24(이마트그룹) 2846개 등 4만여 개의 편의점을 장악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통상 매출액 대비 3~4%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으며, 업계 수위를 다투는 GS25와 CU는 매출액 5조원 이상, 연평균 영업이익 1000억 원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본사에서 지원한다고 했을 때, CU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 (시간당)820원을 아르바이트 2명에게 주당 40시간 기준으로 전액 부담한다고 쳐도 435억 원이면 가능하다. 

출점제한제도도 마찬가지. 한국은 과다경쟁을 막기 위한 출점제한제도가 동일업체에만 적용되는 현실이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소수입보장제도를 도입해 점포 수 확대를 위한 본사의 무분별한 신규출점을 막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폭발한 소상공인들의 투쟁은 과녁을 잘못 설정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이 제기한 다수 과제는 정당하며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차 계약갱신권 연장 등 법개정을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본사 로열티 제한, 최소수입보장제도 등도 상인들의 단결과 교섭, 사회적 연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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