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부에 의한 또 한 번의 내란음모, 친위쿠데타 계획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청와대가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의 지난해 3월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문건과 그 세부 실행계획이 담긴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진짜 내란음모, 군사반란음모가 무엇인지 전형을 보여준다. 아직 ‘세부자료’ 원문이 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발표된 내용만 보더라도 명확히 국민을 또 한 번 총칼로 짓밟고 정권을 지키려 한 친위쿠데타 군사반란 계획임이 분명하다.

이 자료가 완성된 실행계획임은 지휘체계를 정연히 세우고, 군 동원과 배치만이 아닌 이후 계엄 성공을 위한 정치적 실행계획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합참의장을 정점으로 한 기존 지휘체계가 아닌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한 지휘체계를 세웠다. 이 계획이 군 전체가 아니라 일부 정치군인세력들에 의해 준비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국가정보원을 계엄사령관 지휘 아래 두고, 국정원 2차장이 보좌하게 한다는 것은 과거 5.16, 12.12 쿠데타 같은 사실상의 권력 장악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들의 군 병력 배치 계획의 심각성은 바로 5.18 광주항쟁 당시 피의 대학살을 주도한 제3, 7, 13 공수여단 동원이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쿠데타 음모세력이 계엄 선포에 반발하는 국민을 상대로 제2의 광주학살을 불사할 가공할 준비를 하였음을 의미한다. 국민세금으로 키운 정예군대가 또 한 번 정치군인들에 의해 국민을 상대로 한 폭력적 살인진압무기로 쓰일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쿠데타의 정치적 성공을 위한 조치로 ▲집회시위 금지 및 반정부 금지활동 포고령 선포 ▲9개의 보도 검열단에 의한 모든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언론 사전검열과 통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과 반대의원들에 대한 집중검거와 사법처리 ▲정부부처 조정통제 방안, 각국 대사관에 파견된 무관단과 외신 설득 등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과 당시 야당의원들에 대한 집중 검거를 골자로 한 구체적인 의회무력화 방안은 어떤 형태로든 이들과 입장을 같이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의 사전협의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렇듯 방대하고 치밀한 내란 또는 군사반란음모가 계엄관련 권한이 있는 합참을 배제하고 군정, 군령권도 없는 일종의 참모조직인 기무사령부에 의해 준비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개된 ‘세부자료’에는 “계엄 성공”을 위해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하게 계엄선포, 계엄군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 관건”이라고 적시하였다. 이것은 대국민 보안뿐 아니라 군 내부의 보안유지를 통한 기습적인 쿠데타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즉 정상적인 군부 지휘체계에 의거하지 않는 일부 세력에 의한 군사반란을 일으키려 한 것이다. 전두환 쿠데타 방식과 거의 같다.

1979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10.26으로 계엄이 선포되자 정승화 당시 육군 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세우고 자신은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암흑의 공안정국을 열었다. 이때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는 합수부의 실체로 무소불위 초헌법적 기관이 되었다. 전두환은 이 힘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와 모의해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밀어내고 이희성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히곤 실권을 장악했다. 이른바 12.12 쿠데타다. 이번에 공개된 기무사 계엄문건 역시 거의 같은 시나리오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YTN 등 일부 언론에서도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직급상 바로 계엄사령관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세우고 자신은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으려 했다고 보도하였다. 이때 기무사는 합수부를 매개로 계엄군정 아래 초헌법적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떠오르는 건 전두환의 ‘하나회’처럼 조현천 사령관이 핵심 멤버인 군부 사조직 ‘알자회‘다.

누가 보더라도 기무사령부 단독으로는 이같은 전국적 범위의 가공할 내란 또는 군사반란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당시 알자회 성원들은 기무사령관 이외에도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조종술 특전사령관, 장경석 항작사령관 등 군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이들은 군인사 전횡으로 군 내부와 언론의 집중비판 대상이 되어 이미 정치적 위기상태에 놓여 있었다. 여기에 한민구 전 국방장관과 계엄선포 권한이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 또 이를 보좌한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역시 촛불혁명으로 심각한 위기상태에 있었다. 이들이 일거에 촛불혁명을 잠재우고, 자신들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였다고 보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석구 현 기무사령관도 당시 이들의 계엄문건이 기무사령관 이상의 상부에 보고됐다고 조사결과를 밝혔다.

아울러 과거 5.16, 12,12 등 한국의 모든 군사 쿠데타에는 미국의 직간접적 개입이 있었다. 미국의 공개된 비밀문서와 많은 연구들에 의해 그 실체적 진실의 일부가 밝혀져 왔다. 사실 군작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대규모 병력이동이 필연적인 쿠데타를 모르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하고 움직였는지 전모가 밝혀진 적은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그 같은 사실이 밝혀질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당시 기무사령부가 무엇을 근거로 그처럼 탄핵이 기각될 거라고 확신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계엄령 문건 파동으로 군 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이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등은 여전히 ‘기무사 단독으로 한 번 검토해 본 문건’ 정도로 치부하려 하고, 송영무 국방장관은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으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이석기 전 의원이 말 몇 마디 했다는 이유로 내란음모를 조작하고 민주 정당을 해산한 자들이다. 그에 비하면 이것은 수천수만 배 되는 진짜 내란음모, 군사반란음모다. 어느 나라나 이같은 시도는 무관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 군부의 적폐를 완전히 청산하고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개혁한다는 필사의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만약 여기서도 협치요, 관용이요 하면서 어정쩡하게 타협한다면 후과는 만대에 미칠 것이다. 국민을 믿고 과감히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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