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저장(浙江)성 소재 북한(조선) 류경식당 식당 여종업원 12명의 탈북은 박근혜 정권 당시 국가정보원에 의한 기획탈북임이 명백해졌다.

탈북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는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차려주겠다고 약속해 한국에 들어왔으나 이를 어겼다고 폭로했다. 

식당 지배인 허씨는 “원래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고 정보도 가져다줬다”고 했다. 여종업원 탈북이 실제 국정원 협력자에 의해 진행됐다는 뜻이다. 나아가 “그런데 그 사람들이 나보고 종업원들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하나 차려줄 테니 거기서 종업원들과 같이 식당을 운영하라고 꼬셨다”고 말한 데서 보듯 사기성 유혹을 한 정황도 드러난다. 

허 지배인은 또 자기가 탈북 결정을 못하자 국정원이 종업원을 한국으로 데려오지 않으면 그 동안 자기가 국정원에 협력한 사실을 북 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면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국정원의 협박 정황도 폭로했다. 

여종업원 기획탈북 사건과 관련해선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TF팀 장경욱 변호사 등이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그리고 국정원 관계자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수사 중이다. 그러나 여종업원 기획탈북 사건은 이처럼 시민사회의 고발사건 수준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더는 모르쇠하면서 문제를 피할 수 없는 국면이다. 정부는 검찰 수사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강력한 조사단을 꾸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국정원 스스로가 진상을 직접 밝혀야 하며, 청와대가 이를 직접 지휘해야 한다. 

사기성 유혹에서 협박으로 이어진 이번 기획탈북 사건이 결국은 끔찍한 인권유린으로 귀결됐다는 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여종업원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 영업을 하는 줄 알고 따라온 것인 만큼 사전에 한국행인줄 알았다면 당연히 거부했을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은 허 지배인이나 여종업원들에게는 전혀 알리지도 않고, 한국에 들어온 직후에는 이를 서둘러 공개했다. 지난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엿새 앞둔 시점에 통일부를 앞세워 여종업원 12명이 자진해 집단 탈북했다고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대대적인 북풍몰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여종업원 일부와 면담한 결과, “종업원 가운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혹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온 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정면 반박하곤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고 박근혜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킨타나 보고관이 탈북 경로와 과정에 대해 “독립적이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점은 이 사건의 인권유린 정도가 매우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양 박근혜 정권 당시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통일부는 킨타나 보고관이 기자회견을 가진 뒤에도 “탈북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한 것으로 안다”고 앵무새 같은 입장 표명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남북관계의 신뢰만 악화시킬 뿐이다.

여종업원들의 거취문제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 또한 국내에 들어온 이후 국정원이 여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회유, 협박했는지, 그리고 공작을 누가 지시했는지 등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추락과 국정원 활동의 보안성 등을 핑계로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사상초유의 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정권이 이른바 정권 안정화를 목적으로 ‘북풍’을 선거국면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저지른 대북공작 사건인 만큼 적폐청산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전진시키는 방향에서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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