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춤협회와 함께 한 팽목항 기다림예술제

세월호 참사 800일을 맞은 지난 25일 새벽 사단법인 한국민족춤협회(공동상임대표 한대수 외 16인)는 10여명의 공연팀을 꾸려 팽목항으로 향했다.

800일 동안을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그 곳. 팽목항 방파제에서 열리는 세월호 인양기원 기다림예술제 열세 번째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새벽공기를 마시고 출발해 5시간 반 만에 도착한 팽목항은 영화 ‘바그다드카페’의 그곳처럼, 쓸쓸한 기운이 분향소와 컨테이너로 마련된 임시숙소들을 감싸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 등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문화제가 열리고 있었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찰들과의 실랑이 속에서 다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목포 아이쿱생협 회원들이 차려준 식사를 마치고 예술제에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마산 등 다른 곳에서 온 추모객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기록한 12분짜리 영상을 보는 동안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기울어져 가는 배 안에서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소리에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었고 세월호의 진실이 왜 밝혀져야 하는지 확인시켜줬다.

추모객들을 맞이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작업 지연으로 인한 힘겨운 시간들을 토로하며 하루빨리 자식과 가족의 시신이 수습되기를 바란다며 울먹였다.

은화 어머니 이금희씨는 “당연한 것이 되지 않는 정부, 국민에게 국가가 해줘야 하는 당연한 의무인데 대한민국은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800일의 절규를 외면한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볼모 아닌 볼모’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임시숙소에 도착했을 때부터 바다가 보이는 프라스틱의자에 망연자실 앉아있던 다윤이 어머니 박은미씨는 “자식을 바다 속에 놔두고 산다는 것은 사는 게 아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다. 바닷물을 다 퍼내서라도 아이를 찾고 싶다”고 했다.

눈뜨자마자 바다부터 보고 날씨가 좋아서 빨리 선체가 인양되기를 바란다는 다윤이 아빠는 “4월16일 이후 한 발자국도 못나가고 있다. 선체가 인양되지 않고서는 세월호 참사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선체인양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붉은 등대에 노란 리본이 선명한 팽목항 방파제는 여름햇살로 아우성이었다. 장순향 교수 기획, 김광수 연출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열세 번 째 팽목항예술제.

세월호 희생자들과 미수습자들에 대한 기다림을 염원하고, 그 마음을 담은 노란리본을 대나무깃발로 만들어 무대에 세웠다. 그리고 첫 공연으로 춤꾼 김영자 민족춤협회 회원의 살풀이가 시작됐다.

하얀 명주천에 희생자들의 넋을 실어 보내는 춤사위 뒤, 미수습자 가족을 대표해 권재근씨 형인 권오복씨가 나와 선체 인양작업 경과를 전하고 하루 빨리 선체가 인양되도록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친구 같은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에 어깨를 흔들며 같은 색의 꿈을 꾸는 듯. 

이날 공연 예술인들에게 두 끼의 식사를 해준 아이쿱 생협 회원들이 우쿨렐레에 맞춰 노래와 시낭송을 한 뒤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린이작가모임이 펴낸 ‘단원고약전’을 회원인 임정자 작가와 정난희 작가가 읽었다.

어린이작가모임은 팽목항예술제 때마다 '단원고 약전'을 한 편씩 낭독하며 단원고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충북 제천 촛불집회에서도 매주 한 편씩 읽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예술제에는 한국작가회의 나해철 시인과 김명지 시인이 ‘꽃과 깃발, 바위’와 ‘어린꽃 봄꽃인 아해들아’를 각각 낭송하고 대전작가회의 권미강씨가 ‘사랑이 가고 꽃이 핀다’를 낭송했다.

민족춤협회 공동대표 춤꾼 이삼헌씨는 노란 장미를 오브제로 희생자들을 향한 남은 사람들의 절규를 몸짓으로 표현해 눈물을 훔치게 했다.

춤꾼 정주미씨는 ‘신칼대신무’로 바다가 사나워지지 않고 미수습된 희생자들의 시신이 온전히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다.

듀엣 ‘노래하는 나들’(문진오, 김가영)은 민족춤협회 공동대표 김경수씨와 노래와 춤의 콜라보 무대를 펼쳐 관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아울러 새 음반에 수록된 ‘4월엔’을 부르며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비췄으며 경남민예총에서 달려온 가수 김산씨도 그 마음을 보탰다.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이자 이날 민족춤협회 행사를 기획한 장순향 교수는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었는데, 소리에 맞춰 아이를 그리워하는 어미의 심정을 나레이션으로 나타내고 바다 속에서 희생되는 아이들의 절규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서예가 김기상씨가 100미터에 달하는 천에 세월호의 진실규명과 선체 인양에 대한 염원이 담긴 내용을 대형 붓으로 적고, 관객들이 염원을 다짐하는 마음의 글을 써넣는 서예퍼포먼스를 펼쳤다. 

예술제 참가자와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넋을 보내는 넋전을 대나무에 달아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미국 이민자로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팽목항예술제에 오게 됐다는 한 관객은 “오늘 공연은 관객들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공연 같았다”며 희생자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었고 그 마음이 관객들에게까지 전달된 공연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단절된 우리춤을 복원하고 계승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민족춤협회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넋풀이이자 미수습 희생자들의 빠른 수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팽목항예술제는 진도바다의 석양 속에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 사진으로 보는 열 세번 째 팽목항 기다림예술제 

 

▲ 김영자 민족춤협회 춤꾼의 '살풀이'
▲ 나해철시인이 ‘꽃과 깃발, 바위'를 낭송하고 있다.
▲ 민족춤협회 이삼헌 춤꾼이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다.
▲ 춤꾼 정주미씨의 ‘신칼대신무’
▲듀엣 ‘노래하는 나들과 민족춤협회 김경수씨의 콜라보무대
▲ 경남민예총 가수 김산씨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민족춤협회 공동대표인 장순향교수와 소리꾼 이덕인씨, 현대무용가 정미영씨가 함께 세월호 참사과정을 극형식으로 풀어냈다.
▲ 서예퍼포먼스에서 관객들이 직접 세월호 인양 기원의 마음을 쓰고 있다.
▲ 서예퍼포먼스에서 관객들이 직접 세월호 인양 기원의 마음을 쓰고 있다.
▲ 희생자들의 넋을 하늘로 띄워보내는 넋전을 대나무에 달고 있다. 
▲ 기다림예술제가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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