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경악할만한 군부내 반국가세력들의 준동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절정에 이르던 2016년 11월 18일 추미애 민주당대표는 “박근혜정권이 ‘박사모’를 시켜 물리적 충돌을 준비하고...계엄령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가 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 때만 해도 뜬금없는 소리로 치부되었던 추대표의 이 경고는 최근 소름이 돋을 만할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지난 7월 5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2017. 3 작성) 문건에는 계엄준비실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다. 광화문과 여의도 등 서울 시내에만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전사 1,400명을 투입하는 등 촛불집회에 대한 치밀한 무력진압계획을 세웠다. 

▲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계엄발령 시 서울 시내 병력 추가투입 배치도[사진 : 뉴시스]


문건은 계엄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하고, ‘폭력사태’ 등을 계기로 ‘경비계엄’을 거쳐 전국적 ‘비상계엄’으로 확대하여 국가를  완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세부 시나리오까지 담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병력 동원과 무력진압을 계획하고, 국회의 반발에 대한 대응, 야당 정치인사들에 대한 조치, 이른 바 ‘주동자’ 색출과 체포, 언론통제와 장악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필요한 조치와 행동계획을 세부적으로 작성했다. 평화적 시위를 무력으로 유혈진압하고 이를 계기로 전국적 계엄을 확대하는 것까지 전두환 신군부의 1212쿠데타와 비상계엄확대, 5.18광주학살, 군정 실시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와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 기무사령관이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3월 초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수행방안'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문서.(제공=이철희 의원실.뉴시스)

경악스러운 것은 박근혜정권과 기무사의 ‘계엄령준비계획’이 오래전부터 정권의 위기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군부장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준비실행계획문건을 작성한 기무사의 사령관인 조현천은 ‘알자회’의 핵심멤버로 알려져 있다. 알자회는 1212쿠데타를 주도한 ‘하나회’와 같은 군부내 육사출신 사조직이다. 92년 적발되어 해체된 것으로 알려진 ‘알자회’는 최순실게이트로 다시 세상에 드러난다.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을 전후로 박지만 육사 동기 그룹이 경질 좌천되면서, 최순실 라인을 통해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등용된다. 
2016년 12월 28일 세계일보가 입수 보도한 ‘최순실을 활용한 군인사개입 보고서에 따르면  추명우(육사 41기 알자회, 국정원 8국장)는 최순실과 친분이 있는 누나를 이용, 조현천을 기무사령관으로 추천했다. 기무사령관으로 내정된 조현천은 군 인사정보를 추명호에게 제공했고, 추 국장은 다시 청와대 우병우와 안봉근에게 보고했다. 우병우는 군 인사 정보를 통해 알자회 회원들의 장성 진급에 관여했다. 추명우는 다 아는 것처럼 국정원특활비 제공, 블랙리스트작성, 촛불시위동향보고 등 우병우와 연계된 국정농단관련 인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조현천 기무사령관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임호영 대장을 필두로 항작사령관 장경석 중장, 특전사령관 조종설 중장, 국방부 정책기획국장 장경수 소장, 12사단장 성일 소장, 전투지휘훈련(BCTP) 단장 송지호 준장, 논산훈련소 참모장 김덕영 준장 등 알자회 멤버들이 군부의 요직을 독차지했다.
 
계엄령의 주무부서는 합동참모본부다. 그런데 계엄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무사가 계엄령 실행계획, 계엄사령부 직제구성, 실행준비까지 담당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합참의장이 육사출신이 아닌 이순진 대장(3사 14기)이었기 때문이다. 계엄령발동 계획 수립과 병력 동원에 관계된 사람에서 해군과 공군을 철저히 배제하고 모두 육사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정상적인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우병우 등 청와대와 연결된 기무사령관을 중심으로 계엄계획을 세웠다는 것은 계엄준비계획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 아니라 정권 핵심부에 의해 기획된 ‘친위쿠데타음모’라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기무사의 ‘사악한 국가범죄’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방산비리로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회장의 배후에는 기무사가 있었다. 당시 이규태회장이 갖고 있었던 군관련자료는 콘테이너 박스에 1톤이 넘었는데 군 관련 비밀문서가 수두룩했다. 이 비밀문서들이 미국과 러시아 등 무기수입국에 흘러 들어갔음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사상최대의 방산비리인 이 사건은 기무사 실무자 두 명을 구속한 것으로 끝냈다. 이규태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사장에 전직 기무사령관을 앉혀 보은했다. 

2012년 대선댓글공작을 시행한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도 기무사의 주도로 창설했다. 당시 기무사는 댓글공작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심지어 기무사는 댓글공작TF도 감청했다. 당시 댓글공작을 지시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은 사법처리에서 제외되었고, 사이버사령관 옥도경은 집행유예 연제욱은 선고유예로 풀려났다.  
지난해 5월 국정기획위(인수위)에 대한 국방부 보고에서는 추가로 반입된 사드4기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는데 당시에도 기무사와 알자회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무성했다. 
최근에는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연락하며 사건에 관여한 것이 드러났다.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TF는 지난 2일 기무사가 60명 규모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여론 형성 등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고 조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댓글조사TF는 기무사가 참모장(육군 소장) 중심으로 사령부 및 현장 기무부대원 등 60명으로 TF를 꾸려 유가족 사찰, 탐색구조·인양통제, ‘불순세력’ 관리 등을 했다고 보고했다.

기무사의 원형은 1948년 5월 조선경비대 정보처 산하 특별조사과다. 당시 주한미군 CIC(방첩부대)917부대는 각 연대 정보담당 장교 33명을 선발 교육하여 특별조사과를 창설했다. 이후 특무부대, 방첩부대, 보안사령부, 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꾸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무사 5층 복도에는 역대 기무사령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김구선생 암살사건의 배후인 백인엽(2대특무대장), 김창룡(5대특무대장)도 버젓이 걸려있다. 1998년 기무사는 김창룡을 대전현충원국립묘지에 안장시킨다. 전두환, 노태우가 걸려 있음은 물론이다. 반면 김재규는 없다. 대통령을 시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부부 사기사건으로 유명한 장영자의 남편 이철희(11대사령관,방첩대장)도 걸려있다. 이 사진들만 보더라도 기무사가 우리 역사에서 얼마나 사악한 반국가적 범죄의 온상이었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는가?  

이명박 박근혜정권 10여 년 간 정치권과 기업에 진출한 기무사의 약진은 대단히 경이적이다. 군 내부에서도 4000명이 넘는 거대조직에다가 장교의 동향을 관찰하는 기무사의 권위는 무소불위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권의 친위대로서 온갖 사악한 반국가적 범죄행위를 일삼는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사찰과 감시, 진압해야 할 적이다. 퇴직 후에는 정치권과 방산업체, 군납업체 등 공기업, 예비군과 민방위조직, 보수단체의 상층을 타고 앉아 현역과 결탁하여 거대한 정보와 이권의 카르텔을 형성한다. 
정권이 바뀌고 사악한 범죄행위가 드러날 때마다 요란스럽게 ‘기무사개혁’을 떠들었지만 그들은 거대한 힘으로 이를 좌절시켜왔다. 사실 보안사령부를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것도 1990년 윤석양 이병의 폭로로 정계와 종교계, 재야 등 민간인 1300명을 불법사찰한 ‘청명계획’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는 기무사를 국방부 정보본부 산하로 통폐합하는 국방개혁안을 막강한 영향력으로 무산시킨 바 있다. 노무현 정부도 기무사 개혁에 착수하였으나 기무사는 개혁안을 무력화하고 거꾸로 군 사이버사령부 창설안을 입안하여 조직 확장을 시도하였다. 이명박 정권 때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 기무사 세력 확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국방부에 그 기능을 형식상 양보했으나 기무사 출신과 ‘알자회’가 사실상 장악했다. 김대중정부 때 중단된 기무사령관 대통령 독대도 이때부터 부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무사 개혁TF>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 TF에는 소강원 기무사참모장, 기무사 101부대장, 기무사 102부대장 등 현직 기무사 고위 간부 3명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소강원 참모장은 계엄령 검토 문건작성을 한 당사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국방부는 처음에는 ‘계엄준비문건’에 대한 조사도 이 기무사 개혁 TF에 맡긴다고 했다가 국방부 검찰단이 한다고 말을 바꿨다. 조사도 국방부에서 하고 위법성에 따른 수사 여부도 국방부에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문건이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보고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셀프조사’를 한다? 지금도 알자회의 장악 아래 있는 국방부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두말할 것 없이 기무사는 당장 없애야 할 사악한 반국가적 범죄집단이다. 의문의 여지도 없이 해체해야 한다. 그 어떤 대안도 기무사 해체 위에서 찾아야 한다. 군의 방첩기능이 필요하다면 국방부 정보본부가 담당하면 될 일이다. 
나아가 군부 내 독버섯처럼 또아리를 튼 알자회를 비롯한 ‘특권 사조직’을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그 무엇을 하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지난 수십 년의 역사가 오롯이 증명한다. 해체하고 도려내지 않으면 그들은 악랄한 생존력으로 부활할 것이다. 
계엄준비문건이 우리에게 안겨 주는 살 떨리는 교훈은 기무사가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계엄령과 군부쿠데타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기무사 해체와 군부숙정, 그 출발점은 당연히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다. 국방부와 기무사로부터 철저히 자유로운 수사기관에서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과 함께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사악한 반국가적 범죄집단 기무사와 알자회의 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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