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 등 VOA 인터뷰서 “신고서 제출이 출발점”

북한(조선)과 비핵화 협상을 이끌었던 미국의 전직 외교관들은 최근 잇달아 보도된 ‘북의 핵시설 은폐’ 정황을 북미 정상간 합의 위반으로 볼 순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선 구체적인 약속이 없었던 만큼 실제 비핵화 과정은 북의 신고서 제출 시점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쪽 차석대표는 북이 핵 물질을 만들고 핵 시설을 은폐하려 한다는 최근 보도 내용에 “지나치게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2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와 전화통화에서 “출처와 정확성 여부를 알 수 없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후속 협상을 앞두고 북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확인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번 절차와 검증은 북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북이 어떻게 핵 신고서를 작성하는지, 또 엄격한 검증의정서에 동의하는지 지켜봐야 하는 만큼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의 신고서를 받고 현지에 사찰단을 파견하기 전까지 해당 보도를 근거로 북이 북미 공동성명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보도가 북에게 국제사회를 속이려 해도 성공 못한다는 일종의 ‘감시자’(guard) 역할을 위한 의도였다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6자회담 미국쪽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VOA와 통화에서 자신이 과거 북과 협상에 나섰을 때도 있었던 일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북과 협상에 나서는 폼페오 국무장관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이며,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유출된 내용을 토대로 결론짓는 건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힐 전 차관보는 관련보도가 명백히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때로 사람들은 목적을 갖고 정보를 유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유출된 정보가 사실이더라도 현 시점에서 북은 이를 약속 위반으로 만들 만한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미 양국이 도출한 것은 한 장짜리 요약본에 불과하고 폼페오 장관이 재방북하는 만큼 그가 무엇을 가지고 돌아올지 지켜보자는 얘기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기대와 달리 북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관련 보도는 많은 사람을 걱정시키기에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믿을만한 내용인지 기밀 자료를 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만큼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그는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돋보이지 못하도록 두 정상이 실패하길 바라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런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관련보도가 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더라도 큰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2003년 5월 미군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킨 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선언했던 것을 상기시키곤, “북 핵위협이 사라졌다며 이미 ‘승리’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강경노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관련보도가 북과 후속 협상에 나서는 폼페오 국무장관이 가진 ‘지렛대’라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고 VOA는 전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