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위성사진 근거로 “미사일시설 증설”, WP “핵시설 은폐 시도”
북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미국쪽 협상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오는 6일 방북을 추진 중이란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의 일부 주류 언론들이 잇따라 북의 핵과 미사일 관련 의혹을 키워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각) 상업위성 플래닛 랩스가 함흥 지역을 찍은 사진을 근거로 북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생산시설을 확장, 추가 건설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에 있는 미들버리 국제연구소가 지난 4월1일과 6월29일 찍은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던 당시 함흥 미사일 제조공장의 외부 공사가 거의 완료된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WSJ는 이를 두고 “북이 미국과 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무기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 국방정보국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새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북이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탄두와 미사일, 핵 관련 시설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면서 “북은 미국과의 비핵화 합의 이후에도 보유한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없으며, 오히려 핵무기와 생산시설을 은폐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루 전인 29일엔 미국 NBC 방송도 정보당국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북이 최근 몇 달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의 재료인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미국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역사적인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기로 공동성명에 합의한 북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행보’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 내에 대북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북의 반발을 부를 소지 역시 크다.
더욱이 판문점 실무접촉 재개에 이어 폼페오 장관의 방북 추진 등 북미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실무 협상이 본격화되려는 시점에 의혹 보도들이 잇따른 점이 눈길을 끈다. 미국내 반트럼프, 반북세력이 북미관계 진전에 난관을 조성하려는 언론플레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언론보도에 주무부처인 미 국무부는 신중하면서도 대북 협상에 무게를 싣는 반응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의 소리(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조선)을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북미협상에) 긍정적 변화를 위한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진행 중인 과정의 첫 단계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눈을 부릅뜨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평화는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위성사진을 근거로 한 미국 주류언론의 대북 의혹제기 보도의 경우 결과적으로 허위로 드러나 미국이 국제 망신을 당한 사례가 이미 있다. 지난 1998년 이른바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보도가 그렇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위성사진을 근거로 보도한 이래 의혹이 증폭되고 북이 강력 반발, 논란 끝에 협상이 이뤄져 이듬해 미국 실무대표단이 직접 금창리 현장을 조사했으나 금창리 동굴에 핵시설은 없었다. 미국은 결국 북에 ‘모욕’의 대가로 50만 톤의 식량 등을 지원해야 했다.
미국 언론들의 의혹보도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우물에서 숭늉을 요구하면 안 된다. 6.12싱가포르 북미회담이 끝난 게 이제 겨우 3주가 되었다. 완전한 비핵화 CVID를 즉각 요구한다면 북한(조선)이 수용하겠느냐”고 묻곤 “6일 폼페오 장관의 방북 결과를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조선)이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핵 시설과 무기를 은폐하면 끝장난다. 미국도 불확실한 정보를 유출시켜 혼란을 가져오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