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떤 눔의 시상이 와야 작전 성공 한 번 혀 보는겨?

사는 게 팍팍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가진 자들은 권력에 기대어 나눌 줄을 모르고 기층 민중들은 변화를 요구하며 세상을 향해 외친다. 그 가운데에서도 잃지 않는 해학이 삶 곳곳에 묻어있다. 그게, 사는 소소한 재미다. 충청도 말씨로 사람살이의 정겨움을 전해준 '재미진 세상'이 이번 주에 막을 내린다. 총 4회에 걸쳐 <충청도의 힘>의 저자 답게 맛깔스러운 충청도말의 해학을 전해준 남덕현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사진 남덕현작가

4.

심들게 고쳐 놓구 보니께 왔다배기가 영 갔다배기는 아니다 싶드먼. 이름값을 허기는 허드라니께. 츠음에는 보험 드는 심정으루다가 본전 생각 안 허구 수리비용을 들인 건디, 이눔이 크는 꼴을 보니께 생각지두 않은 고리가 붙어서 돌아오게 생겼단 말이지? 워디 가서 뭘 혀두 한번 더 허라는 소리를 듣지, 그만허라는 소리를 듣는 벱이 읎드라니께! 지구는 못 사는 승질머리가 지대루 상대를 골라 노니께 굉부두 일등, 노래두 일등, 뜀박질두 일등, 츠음에는 도나 면허구 개래두 놀았으믄 좋겄다 혔는디 아무리 못 놀아두 윷 이하루는 치다두 안 볼 기세드라구. 느닷읎는 승질머리야 여전혔지만서두, 것이야 가두 멀리는 안 가겄다 진즉에 짐작혔으니께 그러려니 허믄 그만이구, 뭘 혀두 좋은 쪽으루다 상위권이서만 노니께 중간 읎다는 팔자두 인자 도 보덤은 모에 가깝다 싶은 게 월매나 맴이 흐믓혔나 몰러. 넘덜은 핵교에서 선상님이 오시라 허믄 그답 ‘이눔의 새끼가 또 뭔 경을 칠 지랄을 저질렀는가’ 싶어서 간이 쫄아든다는디, 우덜은 ‘이눔의 새끼가 또 뭔 박수 칠 자랑을 저질렀는가’ 싶어서 입이 찢어지드라구. 그래노니께 영감허구 나허구 맨날 그눔을 치다 보믄서 ‘저눔이 낭중에 별이 될라나, 저눔이 낭중에 두 사람 몫은 허구두 남을라나’ 노래를 부르는 재미루 십 맺년이 후딱 지나간 겨.

대핵교두 지 형들보덤 우질루다 맹문으루 안 갔남? 밸나게 혀 준 것두 읎는디 한번에 척 허구 서울 맹문 대핵교에 들어가 주니께 월매나 고맙든가, 영감허구 둘이 펑펑 울었다니께! 대핵교 가서두 장학금 타구 댕기매 부모 핵비 걱정을 덜어주지를 않나, 가끔 ‘부모님 즌상서’ 어쩌구 저쩌구 팬지를 써서 부치는디 글자는 또 월매나 맹필이구 문장은 또 월매나 심금을 울려 쌌는지, 동네 사램덜이 돌려가매 읽을 정도 였다니께. 살믄서 노상 ‘고치기를 잘 혔네, 고치기를 잘 혔어!’를 달구 안 살었겄어? 근디 88올림픽 헐 때지 아마? 여름이었으니께 해 나기 즌에 밭일 나갈라구 새벽밥 챙기구 있는디 텔레비전 뉴스에서 워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 나오는 겨. ‘검찰은 오늘 000 사건과 관련하여 000대학교 000과 4학년 000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허구. 그러믄서 잠깐 000이 사진이 잠깐 화면으루 떳다 졌는디 것두 워디서 많이 본 얼굴이두라구. 기가맥혀서 입을 헤 벌리구 멍허니 앉었는디 영감이 넋 나간 표정을 혀 갖구 툭툭 치믄서 묻는 겨.

- 나 봐! 아니겄지?

- 긴디? 고친 이름 맞는디?

- 같은 이름이 워디 한둘이랴? 얼굴두 기여?

- 얼굴두 긴디?

- 시방 꼼꼼히 디다보구 허는 소리여?

- 꼼꼼히 디다보나마나 눈 감구두 내 새낀디?

- 기여?

-기 여.

- 참말루 기여? 그 얼굴 고대루여?

- 염병허네! 갸가 이름을 고쳤지 얼굴을 고쳤가니? 내 새끼 얼굴이 워디 가? 눈깔 쪽 찢어지구, 광대 툭 튀어나오구, 주둥이 대빨 나오구, 그 이름에 그 얼굴이믄 시상천지 내 새끼지 하나뿐이 더 있댜?

그려두 슬마 허구 영감이 방송국이다, 핵교다, 아는 사램이다, 백방으루 즌화 느어 가믄서 알아보니께 맞다는 겨. 느닺읎데! 참말루.

그 뒤루는 자석 눔 몸 상허구, 우덜 맴 상헌 얘긴디 두 번 허라믄 못헐 얘기여.

초반이는 자석 면회 한 번을 못 갔어. 행여래두 자석 눔 상헌 구석을 보믄 워쩔 겨. 그런 눔을 까막소에 두구 살아서 나올 애미가 워디 있겄어? 솔직헌 말루다 나 죽을깨미 미서버서 못 가겄드라구. 영감 혼처(혼자) 면회 댕기느라 무던히 애썼네. 맨날 죽을상 허구 댕기드먼 한 날은 그려두 환한 얼굴로 오드라구.

- 밸 일이네? 화색이 비치구?

- 누가 그러는디 살질(길)이 있다드먼!

- 막내?

- 그려 막내. 반성문두 쓰구, 탄원서두 쓰믄 징역살이 땡겨 준다대?

- 워느 쪽으루 땡긴다는 겨?

- 앞으루 땡기지 그럼 뒤루 땡기겄남?

- 근디 그눔의 새끼가 쓸라구 허겄남?

- 맨입으루 되겄어? 작전을 쓰야지.

- 뭔 작전?

- 지비가 나스야 쓰겄는디?

- 시방 나더러 면회 댕겨오라구?

- 작전두 합동 작전이 더 안 나서?

- 뭔 작전인 중은 몰러두 엥간혀서는 그 눔 못 이겨 먹을 틴디?

- 지만 독허간?

그려서 영감허구 나허구 봉창이다 약 봉다리 하나썩을 넣구 면회를 간 겨.

말루만 들었지 까막소를 츠음 가 본거 아녀? 것다가 자석 눔 때미 끼막소를 다 와 본다 생각허니께 뭔 눔의 팔자가 이 지경으루 드러운 팔자가 다 있나 싶구 기맥히드먼! 월매나 그눔 새끼가 야속허구 섭섭허든가 속이서 절루 '쌍눔의 새끼' 소리 한 번에, '뒤지든가 말든가' 소리가 두 번 나오드먼. 근디 막상 자석 눔이 죄수복을 입구선 떡 허니 나오는디, 나는 그런 갱험은 츠음 혀 봤네! 저 오장육부 미티서부텀 불뎅이 같은 기 치밀어오르믄서 목이 콱 맥히더니 나두 모르게 철철 눈물이 나는디 주체를 못 허겄는 겨. 나는 그 모냥으루 작전이구 뭐구 정신이 한 개두 읎는디 영감이 운을 떼드먼.

- 애비가 알아 봤는디, 니가 안이서 반성문 쓰구, 우덜이 밖이서 탄원서 쓰믄 징역살이 땡겨 준다 허데? 애비 생각은 썼으믄 허는디? 니 생각은 워쩐 겨?

그렸더니 이눔의 새끼가 허겄다, 말겄다 소리두 읎이 기냥 베시시 웃구만 있는 겨. 그눔이 말 읎이 웃구만 있을 띠는 '못 허겄다' 이거거든.

- 애비 말 들은 겨? 너두 살구 우덜두 사는 방면은 그 방면 말구는 읎다구 보는디!

그렸더니 이눔의 새끼가 그러는 겨.

- 그런 거 알아보구 댕길 시간 있으믄 독재허구 맞써 싸우는 방면으루 얘를 쓰셔유. 그기 지두 살구 우덜두 사는 방면이니께. 밖이 나가믄 뭐가 좀 낫대유? 시방 시상천지 감옥 아닌디가 워딨다구 그러신대유? 감옥 아니믄 민주구, 민주 아니믄 감옥이지, 이두저두 아닌 중간이 워디 있겄슈?

그 말을 들으니께 정신이 확 돌아오데. 그려서 내가 봉창에 쑤녀넣구 간 약 봉다리를 꺼내 들구선 소리를 버럭 지른 겨.

- 그려, 말 잘혔다! 나두 너 땜시 워디 가나 징역 사는 심정으루 댕긴다! 그랴? 중간이 읎어? 나두 너랑 그 방면으루는 인자 한 가지여! 나두 더는 죽은 것두 아니구 산 것두 아니구 어중간히 이 모냥으루는 당최 못 살겄다 이거여! 너만 중간이 읎는 줄 아는 게빈디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여, 이눔아! 못 쓰겄으믄 쓰지 말어! 나두 인자 이 약 먹구 인생 종 칠라니께! 공갈인 중 아냐?

그렸더니 이 눔이 벌떡 인나데? 나는 그답 쌩허니 면회방에서 나갈라구 허는 중 알구 식겁을 혔는디, 이 눔이 갑자기 큰절을 허는 겨! 그러더니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구선 그러는 겨.

- 죽은 자석 치셔유. 가슴에 묻지는 마시구유. 불효 자석이니께. 살펴 가셔유.

소득 읎이 집이 와서 둔눠 있는디 참말루 콱 죽었으믄 좋겄데. 짐작은 혔지만서두 애미가 약 먹구 죽겄다는디두 지 갈 길 가겄다는 자석 눔을 보니께 오만정이 다 떨어지구 더 살아서 뭐허겄냐 싶은 겨. 그러구 있는디 시엄니 방이서 영감 술주정에 눈물주정 소리가 들리는 겨. 돌아가신 냥반 방이서 혼처 뭐허는가 가 봤더니, 시엄니 영정 사진을 껴안구서 발버둥을 치드먼.

- 끝까장 말리지 그러셨슈. 상즌이 아무 말 읎으믄, 허지 말라는 뜻두 되는 거 아뉴? 지냥저냥 도진 개진으루 살다가 갈 팔자루 냅뒀으야 쓰는디, 시방 이게 뭐유? 야? 쌍눔의 거, 팔자에 모 나라구 기껏 이름 고쳐 놨드니 빽도 난 거 아뉴! 빽도! 워디 가나 하나님이라매유? 부처님두, 공자님두, 신령님두 맬깡 하나님이라매유? 그류? 그런 규? 그럼 뭐한데유? 빽도나 나는 눔의 거! 별이 될랑가 혔더니 이마빡에 별을 달지를 않나, 워치게 신세를 조져두 이 지경으루 조진데유 조지길! 야? 맬깡 작전 실패유! 작전 실패.

그려두 그 눔이 딱 한 번 중간이 있기는 허데. 별이 될랑가 혔더니 전과루 별을 달드만, 두 사람 몫을 헐랑가 혔더니 징역을 두 번 살드먼. 두 번째 징역 살 띠 영감이 저 세상으루 갔는디, 그려두 상은 치루라구 징역 중간에 매칠 보내 주데? 오기는 왔는디 삼일장 중이 중간 날에 온 겨. 임종을 보덜 혀, 입관을 보덜 혀, 츠음 중간을 혔는디 것두 빽도인 겨! 빽도!

시방은 뭐허믄서 사냐구? 우덜 막내? 뭐허구 살긴! 여태 빽도루 살지.

그눔 말루다허믄 그 띠나 시방이나 시상이 크게 달버진 게 웂다는구먼.

워떤 눔의 시상이 와야 우덜맨치 도진 개진으루 사는 인생덜은 작전 성공 한 번 혀 보는겨?

지비는 알어? 몰러?

▲사진 남덕현작가

끝.

(그동안 재미있게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귀한 작품 허락해준 남덕현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

남덕현 작가 1966년 대전 출생. 2013년 산문집 <충청도의 힘>, 2015년 산문집 <슬픔을 권함>을 발표했다. 2013~2014년 중앙일보에 ‘남덕현의 귀촌 일기’ 칼럼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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