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투쟁으로 다같이 승리하는 연대만이 살길

▲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이 대정부 투쟁 선포식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가졌다.

전국에 있는 투쟁 사업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하필 비가 내렸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의 노동조합. 동양시멘트지부, 사회보장정보원분회, 세종호텔노동조합,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콜트콜텍지회,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하이디스지회,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KTX열차승무원지부.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기구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170명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한달 후 전기공사를 한다고 하루 쉬라고 했다. 그날 전원에게 문자로 해고가 통지됐다. 다음날 출근을 했더니 용역이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아사히비정규직노동자는 이렇게 해고됐다.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1심도 안했으니, 2심과 대법원까지 가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아사히는 일본 전범기업으로 구미시와 경상북도에서 50년간 임대료 공짜, 600억 세금감면 특혜를 받는 기업이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는 비줄기를 가르며 절규하듯 말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시멘트를 채취하는 광부다. 작년 2월28일 고용노동부가 파견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우리도 이제 동양시멘트의 정규직노동자가 된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불법파견)발표가 난 지 1시간만에 101명을 모두 해고시켰다. 동양시멘트는 새로운 하도급 업체를 만들어 노조를 탈퇴하면 이 업체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1년 넘게 해고자로 살고 있다.” 이런 기막힌 사연을 최창동 동양시멘트지부장은 태연하게 말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스마트폰LCD를 만드는 하이디스가 대만의 전자잉크업체인 E잉크홀딩스에 매각됐다. 공장매각을 거부한 89명이 해고당했다. 작년 E잉크홀딩스는 특허기술만 가지고 대만으로 튀었다. 이천 공장은 폐쇄한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때처럼 전형적인 먹튀자본이다. 매각하지 말라는 노동자의 말을 들었다면, 특허기술도 지키고 사업도 번창하고, 우리도 일자리를 지켰을 텐데…” 이상목 하이디스지회장은 복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지난 10월24일 출범했다. 처음 5개 사업장에서 지난달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KTX승무원지부가 함께하면서 11개 사업장이 됐다. 콜센터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상담원 42명을 부당해고 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사회보장정보원’.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킨 후 임금삭감, 강제전보, 표적징계, 부당해고를 한 ‘세종호텔’. 생산 기지를 해외로 빼돌리고, 흑자 공장을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강행한 ‘콜트콜텍’.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다 국내 생산공장 폐쇄를 강행하고 있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협력업체를 교체하면서 51명을 해고한 티브로드. 물량감소를 이유로 1000명이 넘는 비정규직노동자를 해고한 한국지엠 군산공장.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조 사수, 노동탄압 민생파탄 박근혜정권 퇴진을 투쟁구호로 들고 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도 있다. 이들이 공동투쟁을 하게된 까닭과 정권퇴진을 구호로 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승하 KTX승무원지부장은 “정치적으로 난 판결 때문에 투쟁이 장기화 됐다. 결국 정권이 바뀌고, 정치를 바꿔야 해결되는 문제다. 처음에는 (KTX승무원)대오가 많았는데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힘이 약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만 싸워야 하나, 우리밖에 없나, 외로움을 느낄 때 쯤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을 만났다. 다른 사업장 사례를 들으며 많은 것을 깨달았고, 함께 해주시니까 고맙고 힘이 됐다. 연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차헌호 지회장은 “자기 사업장에서 치열하게 싸운다. 그러나 단위 사업장 안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함께 모여서 싸워야 된다. 공동의 투쟁 과제를 만들어보자. 그래서 수련회도 가고, 공동집회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단계를 높여 왔다. 서로 신뢰를 쌓고, 연대의 수준을 높이는 과정이다. 공통된 의견은 ‘정치권력의 문제로 전체 흐름을 바꿔내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로 모아졌다"며 각 사업장마다 요구 수준은 조금씩 틀리지만 하나의 투쟁으로 다같이 승리하는 연대를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갑을오토텍 등 전국에 있는 모든 투쟁사업장과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진행하던 공동집회를 매달 정기적으로 정부청사 앞에서 전개할 방침이다.

이날 공동투쟁을 마친 이들은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는 깃발을 들고, 비바람이 부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체 대오가 행진, 하이디스지회 수요문화제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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