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서울시 25개 구의회 4년치 업무추진비 분석

서울시 구의회 의원들에게 직무수행을 위해 지급되는 업무추진비가 개인 약값과 등산복 단체 구입 등 엉뚱한데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구의회 업무추진비는 의장단과 3~4명 상임위원장들에게 지급되는데 의장은 월 330만 원, 부의장은 월 160만 원, 그리고 상임위원장은 월 110만 원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구의회마다 업무추진비로 매월 820~93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그런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30일 공개한 지난 4년간 서울시 25개 구의회 업무추진비(법인카드) 명세서 분석 결과를 보면, 관악구 의회의 경우 반기별로 다른 지역을 방문해 특산품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속초 건어물과 제주도 옥돔을 사는데 100~200만 원씩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활동가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에서 “반기별로 의장단들이 워크숍을 가는데 각 지역에 가서 지역의 특산품을 구매해 직원들과 동료 의원들에게 나눠준다고 당당하게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 사진 : 관악구의회 홈페이지

관악구 의회에선 등산복 구입에 700만 원가량을 사용한 것도 드러났다. 관악구 의회는 단합대회용으로 구입했다는데 “해당 옷을 꼭 단합대회나 등산대회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옷과 신발을 신고 의정 활동을 하러 다닌다는 황당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고 조민지 활동가는 전했다.

용산구의회 의장은 지난 44개월 동안 한 약국에서만 총 73회 540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의장은 “고령이어서 혈압약을 구매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지 활동가는 “업무추진비를 직무 수행에 사용을 해야 하는데 본인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라며 “의장 혈압약을 사줘야 될 게 아니라 지금 시민들 혈압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지출된 곳은 식당으로 나타났는데 문제는 대부분 사유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민지 활동가는 “(내역을)적어놓지 않거나 아니면 단순히 의정 활동 관련, 이렇게만 공개를 해서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이 공개 내역을 확인했을 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관련해 진행자가 “국민(의) 돈입니다, 혈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귀찮더라도 일일이 써야 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표시해 주는 게 맞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쓰였다는 건… 지금 청취자 여러분들이, 혈압 오르신다는 분이 저만 있는 건 아니었군요”라고 어이없어했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의원이 운영하거나 의원 가족이 운영한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이용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서초구 의회의 경우 직원 선물을 야쿠르트 판매업을 하는 의원 배우자에게 698만 원 정도 집중적으로 구매한 내역들이 있었다고 조민지 활동가는 공개했다. 또 마포구의 경우 의장직을 역임한 의원 아들 가게에서 320만 원 정도 사용한 내역도 확인됐다고 한다.

조민지 활동가는 “업무추진비 사용 규정 자체가 매우 느슨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런 황당 사례들도 명백한 규정 위반이 안 되는 경우가 크다”면서 “업무추진비가 의원들의 어떤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업무추진비 규정 자체를 항목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금액 등으로 구체적으로 설정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이나 징계를 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만들어져야 되고, 또 시민들이 상시적으로 견제(공개 요구)를 하더라도 이런 업무추진비 남용에 대한 신고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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