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리츠 추진 경과와 사모펀드 MBK의 의도

▲ 사진 : 뉴시스

사모펀드, 자금 회수에 나섰다

사모펀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3년도 안 돼 차입금 상환을 위해 매장 부동산을 팔아치우고 있다. 2016년 동대문점, 인천 가좌점, 경기 김포점, 경기 북수원점, 경남 김해점 부동산 5개를 6800억원에 매각했고, 2017년 서울 강서점 부동산을 2150억원에 매각했다. 올해는 부천 중동점에 대해 매각 및 폐업(11월)을 발표했다. 

MBK는 부동산을 매각하고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세일앤리스백’ 형태로 부동산 유동화 기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마트산업 수익률 저하 등으로 부동산을 인수할 기관투자자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올해부터는 신종 금융상품인 ‘리츠’ 법인 설립으로 투자자를 공모하고 있다.

리츠란 무엇인가?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공모)해 부동산에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주식회사다. 

전통자산인 주식, 채권의 실적이 저조하고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은행 예금은 이자가 낮고 부동산 직접투자는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5~8%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즉 리츠는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낮을 때는 임대료로 수입을 얻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수천억 원에 이르는 빌딩이나 토지를 통째로 구입할 투자자를 찾기는 어려우므로 이런 자산을 유동화시키고(증권으로 만든다), 이를 쪼개어 주식으로 다수에 팔면, 자산 보유자는 묶인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당장 갚을 수 있으므로 좋다. 

한국에서 설립·운영 중인 리츠는 2016년 말 기준으로 총 169개이며, 자산규모는 25조원이다. 미국이나 호주, 싱가폴, 일본 등은 주식시장에서 리츠 비중이 상당히 높다. 

홈플러스 리츠 추진 경과

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법으로 규정돼 있고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MBK는 홈플러스 142개(62개는 임대 형태) 매장 중 40개 매장을 묶어서 리츠를 설립하고 그 지분을 주식시장에 공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국토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 인가 신청을 했고, 7월 경엔 인가가 날 예정이다. MBK는 리츠의 20% 지분을 소유해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며, 조달한 자금은 인수금융 상환과 점포 리뉴얼에 쓰겠다고 한다. 리츠 상장에 성공하면 홈플러스에 유입되는 현금은 3.6~4.6조원으로 2015년 홈플러스 인수금융(전체 인수가격 7.2조원) 4.3조원 대부분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리츠의 구조 [자료 : 서울투자운용]

사모펀드 MBK의 의도

첫째, MBK의 최우선 과제는 홈플러스 차입금을 상환하고, 리스크를 헤지(hedge)하는 것이다.

MBK는 마트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리스크(수익률 저하로 이후 적자 등으로 자산이 묶일 수 있음)를 미리 헤지(매각해 현금 회수)하고, 투자금을 상환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를 위해 인수 직후부터 영업 이익과 부동산 매각으로 들어온 현금을 원리금 상환과 배당 명목으로 빼내가고, 1조원의 신규 투자와 매장을 폐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있다. 사모펀드에게 홈플러스의 지속가능한 경영은 주 관심사가 아니다. 

둘째, 리츠는 홈플러스의 수익을 뽑아갈 수 있는 최선의 구조다.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의 땅을 팔아, 홈플러스가 임대해 쓰며, 이를 관리하는 회사도 사실상 MBK이다. 즉 법인만 다를 뿐 MBK가 자신의 자산을 이리저리 재배치하는 것이다. 재배치의 목적은 홈플러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안전하게 빼가는 것이다. 리츠는 홈플러스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뽑아가서, 리츠 투자자에게 6% 배당을 지급하고 운영사에게도 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다. 

MBK는 차입금 상환 등 경영상 이유 때문에 부동산 매각과 리츠 상장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현재 80개 매장으로 담보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인수금융 상환을 연장할 수도 있다. 현재 인수금융 이자가 4.5%이므로 은행 대출은 리츠보다 낮은 금리 적용이 가능하다. 이런데도 리츠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리츠 상장으로 홈플러스는 영업권과 브랜드만 남은 껍데기 회사로 전락해 영업 리스크가 상승한다. 

홈플러스가 ‘사업회사’와 부동산을 보유할 ‘홈플 상장리츠’로 분할돼, 사업회사의 자산 규모가 줄어들면, 다른 전략적 투자자(오리온 등)에 매각하기도 쉬워진다. 

이럴 경우, 홈플러스는 다양한 인수자에게 분할 매각되거나 일부 폐업 등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MBK가 가장 큰 자산인 부동산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면, 남은 영업부분의 처리는 부차적인 게 되는 것이다.

매장 노동자 및 입점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

매장판매 업체가 부동산을 보유하면, 임대료 부담이 없으므로 수익률이 높아지고, 일시적인 경영 위기에도 담보대출 등으로 버틸 수가 있다.

과거 까르푸, 이랜드, 홈플러스 세차례 매각의 경우에서도 매장과 부동산이 분리되는 경우는 없었다. 매장판매 회사에게 부동산 보유 여부는 경영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다. 부동산이 없는 홈플러스 영업은, 기존 자기 상가를 가진 영업에서 노점상으로 내몰리는 것과 다름없다.

리츠 상장은 홈플러스 10만 종사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부동산을 상실하고, 높은 임대료 부담이 지속되고, 신규투자는 하지 않는 홈플러스의 경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신세계그룹은 전자상거래 사업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온라인 커머스 1위에 도전하고 있고, 롯데쇼핑도 백화점, 마트, 홈쇼핑, 면세점 등 그룹 내 8개의 온라인 조직을 통합해 ‘e 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입하는 ‘오포오(Online for Offlin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오포오 전략은 소비자의 구매 이력과 각 계열사별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을 통합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홈플러스는 자산 매각에만 혈안이 돼 있으며 신규 투자 계획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다. 리츠로 인해, 유통업체 2위인 홈플러스는 수익률이 감소되고 최악의 경우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다. 

토지 공개념을 고려할 때 부동산은 약탈 대상이 아니다. 

신규투자를 이행하지 않고, 홈플러스 자산을 팔아치우고, 높은 배당으로 수익을 빼가며, 리츠 설립으로 높은 임대료를 뽑아가는 MBK의 빨대 경영은 배임행위다.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홈플러스 리츠에 대해, 국토부의 인가는 보류돼야 하고, 정부는 부동산 투자회사가 노동자와 입점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할 경우, 공익적 차원에서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투기꾼들과 불로소득자들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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