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년 북미 핵공방사의 결말은?

북한(조선)이 미국에 ‘빅장’ 수를 던졌다. “빅장”이란 장기가 불리한 자가 왕과 왕끼리 마주 보면서 비김을 청하는 일종의 장군수. 묘한 상황에서 상대가 빅장을 불렀을 때 궁이 피하면 상대가 또 왕끼리 마주보면서 계속 빅장을 부르는 경우가 나오는데 이 경우 장기는 비기게 된다.

북핵을 구실로 분단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에 세계 비핵화라는 빅장을 던져 자주통일을 꾀하려는 북한(조선). 만약 미국이 이 상황을 피하려면 먼저 빅장을 막고 나서 그다음에 공격을 해야하니, 그 새 전세가 역전될 수도 있는 긴장된 형국. 과연 미국은 빅장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당황한 미국이 고민에 빠진 사이 북은 훈수꾼들을 동원해 미국의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국이 (미국) 속도 모르고 “북한(조선)의 비핵화 의지는 진심이다”며 자꾸 북미 대화를 부추긴다. 중국까지 끼어들어 북한(조선)의 비핵화 조치에 발을 맞춘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분간이 안 되는 일본은 ‘납치’ 문제를 북미회담 때 거론해 달란다.

미국이 북한(조선)과 비핵화 협상을 시작하는 순간 이 판은 비기고 만다. 가령 핵동결만 하더라도 어떤 핵시설까지 폐쇄해야 하는지, 어떤 핵실험을 하면 안 되는지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최근 북이 미국에 핵사찰 대상지 리스트를 작성해 달라했지만 미국이 이를 작성하지 못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그래도 핵동결은 과거와 미래의 핵에 비해 수월하다. 상징적으로 핵시설 몇 개를 파괴하고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핵’을 없앤다는 것은 핵발전소를 비롯해 핵무기를 다시 개발하고 제조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의 제거를 의미한다. 2천 여명에 달하는 과학자 기술자들을 추방하라는 것인데…, 만약 미국이 북에 ‘미래의 핵’까지 포기하라고 한다면 생떼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과거의 핵’(이미 만들어진 핵미사일)도 폐기는 쉽지 않다. 미국이 북에 핵미사일 폐기를 요청한다면 북은 체제보장을 위해 미국의 핵도 같이 폐기하자는 핵군축 회담을 들고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핵동결을 통해 서로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선에서 북미 간 핵협상은 마무리될 것임으로 비긴 것이다. 물론 비겼다는 것은 절대평가일 뿐이고, 상대적으로 북의 승리다.

세계 최강 미국이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와 대결에서 비긴다면 세계는 물론이고 미국 내부에서도 심각한 반발이 일 것이다. 비긴 것은 승부가 나지 않은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설욕하자고 재대결을 신청해도 북한(조선)이 안 받으면 그 뿐이다. 방법은 도발뿐인데,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조선)을 이라크나 시리아처럼 공격할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북이 던진 빅장을 안 받으려니 자칫 이 판을 질 수도 있다. 이야말로 최악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유일한 걸림돌이라던 북에 억류된 3명의 미국인마저 석방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며칠 내로 회담 장소와 날짜를 확정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북미 정상회담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이 던진 비핵화 ‘빅장’을 뿌리치고 판을 엎어버리자니 관중이 너무 많아졌다. 미국은 ‘짧은’ 장고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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