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수역 관련 정전협정 위반 소지…10.4선언 ‘공동어로구역’이 대안

▲사진 출처 : 합참

지난 10일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합동으로 한강하구에서 중국어선 퇴치작전을 펼치자 대부분 언론은 문제의식은 없이 적극 호응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골칫거리인 불법 중국어선을 물리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었다.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해군과 해병대, 해양경찰,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요원 24명을 ‘민정경찰(Military Police)’로 해서 4척의 선박에 편성하고 북한과 중국 정부엔 사전 통보했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밝혔다.

그런데 군인들이 왜 민정경찰 옷을 입은 걸까? 그리고 불법인 중국어선을 퇴치하는데 왜 북한과 중국엔 통보한 걸까? 조금만 더 생각하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법하다. 왜냐면 이곳이 정전협정이 적용되는 중립수역이기 때문이다.

1953년 10월3일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비준된 ‘한강하구에서의 민용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한강하구 항행규칙)’엔 한강하구엔 “4척을 넘지 않는 민사행정 경찰용 순찰선박과 24명을 넘지 않는 민사행정경찰을 제공한다”고 돼있다. 민사행정경찰만이 이 수역을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중국어선 퇴치란 ‘선의’의 조치라 해도 한강하구에 군인을 투입한 것은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을 위반한 게 된다. 또 ‘통보’로 모양새를 취했지만, 중립수역인 한강하구에서 작전을 펼치려면 협정 당사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한강하구 항행규칙 14조도 위반한 것이다. 정전 당사국인 북한이나 중국이 문제를 제기하면 난처해질 수 있단 애기다.

 ▲사진 출처 : 합참

또 하나 의아한 것은 유엔군사령부가 작전에 투입된 점이다. 퇴치작전의 성격과 규모로 볼 때 해양경찰만 투입해도 될 일인데 유엔사가 나서 중립수역인 한강하구가 자칫 새로운 분쟁지역으로 부각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해당 수역에 민간선박이 들어간 것은 모두 4차례뿐. 지난 1990년 11월 자유로 건설용 골재채취선 8척과 1997년 1월 홍수로 떠내려 온 소 구출작전, 1999년 8월 집중호우로 유실된 좌초선박 구조, 2005년 11월 복원 거북선 운항까지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이곳은 강폭이 좁은 곳은 겨우 900m에 불과하다. 그만큼 민감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휴전선이 남북으로 각 2km씩 4km의 비무장지대(DMZ)를 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가장 위험한 곳일 수도 있다.

<정전협정의 틈, 유라이사로의 창- 한강하구>란 저서를 내는 등 한강하구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 이시우 작가는 ‘한강하구 관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량과 수질 등 해양관리는 물론이고, 민간차원의 경비단을 꾸려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한강하구에서의 민용선박 항행에 관한 규칙’에서 보듯 정전협정 체제에서 가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라인강처럼 여러 나라 국경이 인접한 수역에선 이미 익숙한 모델이라고 한다. 민간차원의 경비업무가 안전성 보장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선 “긴박한 경우 해경을 투입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이 작가는 그러면서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이 이행돼 서해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되고, 그 범위가 한강하구에까지 확장됐더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든 ‘국방계획2025’엔 10.4선언 후속 조치로 김포, 강화, 백령도에서 군대를 뺀다는 방침까지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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