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 통일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해 온 재독 동포 김성수 박사(철학)가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관심이 높아진 북핵문제을 주제로 글을 보내와 소개한다.

김성수 박사는 1973년 독일 유학 당시 최종길 교수 의문사로 유명한 이른바 유럽거점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귀국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독일에 체류하며 조국의 통일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현재 독한문화원 원장, 6.15민족공동위원회 유럽위원회 자문으로 활동 중이다.[편집자] 

2018년 봄 계절에 코리아 반도에는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가을에는 평화와 희망의 열매도 맺으리라 기대도 크다. 남북 코리아 사람들은 오랜 세월 분단의 아픔이 사라질까, 세계인들은 세계평화의 씨앗이 열매 맺으리라 설레고 있다.

금년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정상회담 등이 일정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정상회담의 준비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과 논리의 틀을 살펴볼 때 과연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걱정도 적지 않다. 이런 걱정은 무엇보다 현재 논의의 2차원적 근시성을 극복하고 북핵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긴 호흡으로 3차원적 지평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북핵의 역사적 성격

북핵 문제의 근원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외세(주로 미국과 소련)에 의해 강요된 남북분단과 이 분단의 해결이 외세, 특히 미국의 간섭에 의한 장기간의 교착상태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위주로 한 열강들의 자주노선을 지향하는 북조선에 대한 정치, 군사, 경제를 망라한 압살정책을 70여 년간 지속하고 있다. 북조선 입장에서는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의 힘겨운 싸움이었다.

미국의 코리아정책은 북조선을 굴복시켜 자기 이익에 맞게 통일하는 것이며, 북조선의 입장은 외세의 내정간섭을 종식한 자주적인 통일국가 건설이다.

하나의 소국에 불과한 북조선은 1990년대 사회주의진영이 붕괴된 후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장기간의 강력한 압살정책을 이겨냈다. 국토도 10만 평방킬로미터에 불과하고 경제력도 변변치 않으며, 인구도 2500만의 작은 나라이다. 하지만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일심단결의 힘, 그리고 풍부한 지하자원 및 고도의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를 토대로 다종의 핵무기와 다종의 장거리 핵운반수단을 갖춰 미국의 압살정책에 맞설 수 있는 핵국가로 된 것이다.

북조선의 핵무장 “완성”은 세계 정치무대에서 북조선을 “전략 국가”로 격상시켰다. 북조선은 제국주의적 침략국가들에 대한 대결에서 제3세계 자주국들의 선두적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북핵의 성격은 코리아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 판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수호하며 자주적 정치역량을 강화하는 군사정치적 수단으로, 나아가서 세계의 모든 핵,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는 지렛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편으로까지 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북핵의 해결논의는 “북조선과 미국과의 대결”, “주고 받기식 해결”, “굴종 아니면 정복”, “핵폐기 아니면 대량보복” 등의 지역적 또는 2차원적 사고로는 진척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제 북핵의 성격은 지역적 군사적 범위에서 국제적 정치군사적 범위로 확대되어 “북핵 동결,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지역적 평화, 핵없는 세계평화”의 세계성의 차원으로 승화되었다.

현재 북핵논의의 국한성

현재 북핵에 대한 논의는 운전자론, 핵폐기의 대가로 북의 체제안전과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과 미군철수 등을 핵심 문제로 삼고 있다.

북핵 폐기 논의과정에서 현재의 “운전자”론은 상당히 환상적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한미공조의 자동차로 북핵 포기의 길을 가는 운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이 운전석을 내줄 때는 자기가 설정한 핵포기 목적지에 갈 줄 아는 충실한 운전자일 것이고, 가야할 길의 험난한 구간만 내줄 것이다. 좋은 길에서는 조수의 역할로 바뀔 것이다. 이런 운전자 자격론으로는 정상회담에서 일대일의 회담 당사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미공조의 자동차 운전자에서 “겨레공조의 자동차 운전자”로 변신한다면 사태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남북관계는 동질성이 강화 확장될 것이다. 북조선은 북핵의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완전한 핵폐기(CVID) 이전에라도 핵확산과 핵개발, 장거리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것이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종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 미군철수, 북미수교 등을 성사시킬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그동안 성사된 모든 협정이 하루아침에 파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간에 가능한 일차적인 협정 체결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협정을 통해서 북핵 폐기에 성공한다면 정치외교적으로 “세기의 성공”으로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국주의적 체질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계속 압박하여 북핵 전반을 파기하더라도 자주적인 통일 한반도에 계속 평화가 유지될 것인가?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간섭, 침략과 파괴를 당한 수많은 나라들이 유엔헌장에 따라 체제 안전과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들이었다. 예를 들면 코리아, 베트남,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이다. 이들 희생 국가의 공통성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 것이었다. 미국은 핵이 없는 한반도가 자주적으로 나아가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없어도 언제든지 괌, 오키나와, 일본본토 기지,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

세계가 전반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핵강국들의 간섭, 개입, 침략, 압박을 받고 있는 시대적 조건에서 한반도에서만 핵 없는 평화와 안전이 보장될 수 있을가? 대단히 부정적이다.

북핵의 세계성

지난해 내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형성된 파국적인 상황에서 여러 정담회담의 성립은 북조선의 핵개발과 그 운반수단의 “완성”에 의한 “전략국가”로서의 위상과 연동되어 있다. 앞으로 정상회담들의 최대 성과는 북핵 개발의 동결과 비확산에 대한 대응으로 남과 북, 그리고 북조선과 미국관계의 정상화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해 북조선의 입장은 핵과 운반수단의 완성 과정에서 극복해 왔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별 손해 본 것 없이 언제든지 폐기할 수 있는 것을 얻은 것이다. 때문에 북핵의 궁극적인 해결은 이런 남북 대 미국간의 국지적인 차원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세계적인 차원에서만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북핵의 종국적 해결을 단계적 과정으로 살핀다면 첫째 단계는 남한 대통령이 한미공조의 자동차에서 내려 민족공조의 자동차로 갈아타고 대다수 민족성원의 박수를 받는 것이다. 이때 국내외 방해 망동이 간단치 않겠지만 이제 더 이상 주저할 수 없는 역사적 요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발생할 가장 큰 난제는 미국의 반발적 태도일 것이다. 이에 대해 남북의 합세와 “겨레의 핵”은 미국이 “교각살우”의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슬기롭게 깨우쳐 주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남북의 경제, 학술, 문화예술, 체육 등의 교류와 공조로 코리아가 세계적인 모델국가, 모델사회임을 이론실천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능성의 저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 저력의 원천으로 남의 막강한 경제건설의 인재와 경험, 북의 확고한 자주사회 건설의 인재와 경험, 남북의 문화예술, 체육분야의 훌륭한 인재와 유산, 풍부한 지하자원과 바다 자원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 무진장한 저력을 살려 물질적으로 문화정신적으로 번영하며, 사회성원간에 화목하고 진취적이며 역동적인 모범사회를 건설해 보자.

이때 우리나라와 유사한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통일에서 반면교사를 찾을 수 있다. 통일되기 전 서독은 자본주의 진영에서, 동독은 사회주의진영에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전반에서 우위적인 위상을 누렸다. 그런데도 통일독일은 통일 전 서독의 제국주의 아류로서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밝은 미래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다.

세 번째 단계는 우리의 모범사회를 세계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모범사회를 지향하는 자주평화의 세력을 세계적 판도에서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이 세력은 21세기 초반 아직도 동물세계와 같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계가 아니라,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상부상조의 자주적이고 평등한 국가관계로 전환시키는 원동력으로 될 것이다. 이 원동력은 제국주의적 핵강국들의 수백 년에 걸친 생명줄을 약화시키고 그들을 점점 소멸의 길로 유도할 것이다. 이때 결사 저항에 나설 핵강국들의 횡포를 막고 세계적 판도에서 핵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드는 정의의 수단으로 될 “겨레의 핵”은 세계의 모든 핵과 종국적으로 폐기될 것이다.

이상의 북핵에 관한 논의는 남북분단의 자주적 평화적 해결과 통일, 세계자주 역량의 강화, 지구상에서 전반적 핵 포기라는 여러 단계를 유기적으로 고찰 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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