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에 도착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945년 9월8일, “나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영토를 점령한다”는 맥아더 사령관의 포고령으로 시작된 미군의 강점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간계와 폭력으로 점철된 미 제국의 건국과정이 보여주듯 원주민을 학살하고 모국인 영국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한 그들에게 체면과 형식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더욱이 조선민족이 겪게 될 분단의 고통과 동족상잔의 참상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 뒤 식민정부 수립을 위한 3년간의 군정통치를 끝내고 38선 이남에 세운 것이 바로 사무실과 책상은 주어도 결재도장은 미 제국이 갖는 ‘대한미국’이다. 신식민지 이론가 체스트 볼의 주장대로 한국인들은 자국을 독립국가로 착각해 종주국에 대해 해방투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며, 통치정책이 잘못돼도 종주국이 아닌 대리인(proxy)을 탓하게 돼 프락치만 바꾸면 통치가 지속 가능하다.

그리고 식민정부와 체결한 첫 협정은 군정 때와 다름없이 군경을 조직·훈련하고 통제할 수 있는 ‘한미군사안전 잠정협정’이었다. 당시 미 군사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의 말대로 ‘미국의 이익을 지켜주는 충성스런 번견(番犬)’에 대한 합법적 지배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또 이들은 번견을 시켜 끊임없이 대북 무력도발을 벌이며 참혹한 6.25전쟁까지 유발했고, 이를 기화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도 확보했다. 정전 직후에는 있지도 않은 남침 위험을 내세워 상호방위조약을 맺음으로써 한국의 인적·물적 자원에 대한 완벽한 지배체제를 갖춘 것이다.

미제국과 그 충견들은 북의 남침을 막기 위해서는 미군주둔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해왔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남북분단 이후 지금까지 북측이 남측에 무력을 사용한 것은 미군과 남한 군대의 도발을 저지, 응징하는 최소한의 대응 외에는 단 한 차례도 선제도발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비용부담은커녕 오히려 돈을 받아가며 미 제국의 패권을 지켜주는 충성스런 번견 360만(현역60만+예비역300만)을 부릴 수 있고, 어디든 군사기지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심지어 도심 복판에서 세균무기 실험도 할 수 있는 치외법권이 보장되는 땅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제국은 더 이상 미군의 주둔을 고집할 수도 없게 됐다. ‘남은 곱지만 경멸스런 동맹, 북은 밉지만 존경스런 적’이란 미 국무부 고위관리의 말대로, 그들이 존경하는 북조선이 지금도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며 남녘 겨레의 상전행세를 하는 미군의 주둔을 더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미정상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남북간에 종전이 선언되면 미군의 주둔 명분도 사라진다. 국토분단과 동족대결을 강제해온 아메리카 제국의 시대도 이미 저물었다. 미 제국에 대한 환상과 공포를 털어내고 우리 겨레가 참 주인이 되는 자주적인 통일국가를 준비해야한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엄중한 역사적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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