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 규제완화 외국사례서 정전사태, 요금폭등 등 발생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 조정안’엔 전력 판매분야 민영화 계획이란 게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기재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소매) 분야는 규제를 완화하고 단계적 민간개방을 통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한편, 다양한 사업모델을 창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은 올해 안에 산업부가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력생산 부문엔 이미 GS파워, 한화에너지 등 13개의 민간발전사업자들이 진입해 있다. 다만 이들이 생산한 전력의 거래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력거래소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정부 측은 이런 전력거래시장 개방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전기가격이 인하되고 전력 판매와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 창출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자들이 직접 전력을 팔 수 있어 관련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력거래시장 개방이나 규제완화와 관련한 해외사례를 보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게 지난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사태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오래전부터 민간업체들이 전력생산을 거의 독점해 왔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조항과 실질적으로 관리할 규제위원회가 있어 생산량과 단가산정 등에 대해 통제를 받았다.
그러다 규제가 완화되자 민간 전력생산자들은 시장가격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결국 1999년에서 2000년 사이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도매가격은 무려 30배나 상승한다. 그리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전력거래업체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기 시작하고 매매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한 생산자들이 전기 공급을 끊으면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촉발한 것이다.
그 결과 실리콘 밸리에서 첨단 기기들이 멈춰서는 등 하루에 수천억 원이 날아가고 카드단말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엉망이됐다. 주 정부가 10조 원대의 공적자금을 들여 전기대금을 지불하고나서야 정전사태는 간신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전력생산자들은 생산을 늘리지 않고 가격폭등을 즐기고 있었다.
민간발전사들은 당시 2000년 여름에 무리한 가동으로 대부분의 설비가 수리와 점검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정전사태의 이유를 설명하였지만 조사결과 이 기간 동안 무리한 가동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도 지난 1999년 전력시장 자유화 초기엔 요금이 내려갔지만 민간업체들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면서 요금이 2배 이상 올랐다. 일본은 2013년부터 500㎾ 이상을 소비하는 전력 수요자를 대상으로 전력판매 자유화를 실시했지만 이후에도 전기요금은 인상됐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전력거래시장 규제완화로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전력거래에 시장메카니즘이 적용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