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다시보기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 변화와 북한(조선)의 파격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4개월 전 미국은 ‘화염과 분노’를, 북은 연속된 핵미사일 시험을 단행해 최악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던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조선)이 변화된 행보로 국면을 전환한 일련의 과정은 지난 1월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이미 예고된 바다.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보지 못한다”고 밝혔고,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먼저 쌍중단(핵미사일 시험과 한미합동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거부하던 북한(조선)이 왜 갑자기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나섰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즉 북은 더 이상 핵미사일 시험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 바로 대량생산 실전배치 단계에 들어 섰으니 시험 중단을 흔쾌히 약속한 것이다. 

또한 핵보유는 “영원불멸할 공화국의 운명”이라며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던 북한(조선)이 정의용 특사를 통해 남측과 미국에 전달한 메시지에서 “비핵화는 선대 수령의 유훈”이라 밝힘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의 최대 고비를 넘어섰다. 

북이 비핵화 입장을 밝힌 이유는 핵무력이 완성된 조건에서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포함한 세계 비핵화 논의를 시작, 과거 소련과 미국의 핵군축 회담에서 실패한 비핵화를 북미 협상을 통해 진전시킨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밖에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북에 전쟁을 걸 수 없는 조건에서 실질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오히려 군사훈련 강행으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미국에 대한 반감과 예산 낭비와 범죄의 온상이란 지탄 받는 주한미군에 대한 철수 요구가 한국에서 높아지길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울러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군사훈련과 미군 주둔에 대해 언급하면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본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편 신년사에서 문재인 정부와 관련해 “남조선 당국은 온 겨레의 통일지향에 역행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추종함으로써 정세를 험악한 지경에 몰아넣고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더욱 격화시켰으며 북남관계는 풀기 어려운 경색국면에 처하게 됐다”고 진단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북과 남이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북남관계를 개선하며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이란 ▲공화국 창건 70돌 기념과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 개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와 평화적 환경 마련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 적극 조성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에 가담해 정세 격화를 부추길 것이 아니라 긴장 완화를 위한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에 화답”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조선)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데 남측의 반북의식과 미국의 방해를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두가지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라며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내외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짓부시고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 나갈 것”을 주문했다. 

평창올림픽 기간에 북한(조선)이 보여준 특사와 대표단, 예술단, 응원단의 활동은 신년사를 이행하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비핵화, 핵미사일 시험,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나서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한 북한(조선)이 신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에서 ‘조국통일의 새역사’를 쓸 수 있을지 남·북·해외 모든 민족의 기대가 27일 판문점으로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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