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율에 언론 무관심, 잇단 정상회담에 존재감 부각 난관

6.13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이제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진보정당과 진보민중단체들의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촛불항쟁에 힘입어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1년 가까이 70% 안팎에서 고공행진하는 탓도 있다.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주목도를 높였지만 다른 진보정당들은 인지도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진보민중진영은 6.13지방선거를 어떻게 돌파하려는 걸까? 민플러스가 이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첫 순서는 진보정당을 둘러싼 여론지형과 정세 추이가 미칠 여파를 내다본 ‘지방선거 D-60, 진보정당이 안 보인다’이다.[편집자]

[연재순서] ① 지방선거 D-60, 진보정당이 안 보인다 ② 6.13지방선거, 민중진보단체들도 뛴다 ③ 원내외 진보정당들의 지방선거 돌파전략 ④ 제언 : 진보정당들, 백짓장도 맞들자

“(지지율이) 0%대로 워낙 미미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한 유명 여론조사기관 간부의 얘기다. 정의당을 뺀 나머지 원내외 진보정당들의 지지율 조사여부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래서 결과를 발표할 땐 ‘기타정당’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사실 이 간부는 민중당이 원내 진보정당인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모든 원내정당은 지지율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해서 민중당이 빠진 이유를 묻자 ‘원내에 그런 정당이 있었느냐’는 반응이었다. 되레 당대표가 누구인지, 의석수는 어떻게 되는지를 기자가 알려줘야 했다.

진보정당 가운데 원내 최다 의석(6석)을 가진 정의당이 그래도 좀 낫다고 하지만 기존 정당들과 견준 여론조사만 보면 형편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최근 4~5%대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9일 공개한 4월 첫 주간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공동교섭단체 구성 직후 시점인데도 전주 5.2%였던 지지율이 4.5%로 외려 0.7%p 내려갔다. 지난달 초부터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 문제로 상당히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도 그렇다. 공동교섭단체 원내대표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맡고 있어 언론에 노출은 계속되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국민대중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이다. 

6.13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은 존재감을 좀체 확인하기가 어렵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언론의 무관심이 진보정당의 존재감 부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 11일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서 노조활동을 해온 민중당 김진숙 후보 얘기다. 민중당은 김 후보의 출마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이날 오전엔 국회 정론관에서, 오후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두 차례 진행했다. 하지만 종합일간지 가운데 이를 다룬 곳은 한겨레뿐이다. 그것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만이다. 방송은 말할 게 없다. 지방파 방송3사는 물론, 진보성향으로 평가 받는 종편 JTBC도 이날 저녁 메인뉴스에선 민중당 김 후보의 출마 사실을 다루지 않았다.

이른바 주류언론은 여전히 원내 다수당, 당선가능성과 지지율, 후보 명망성 등을 프레임으로 한 선거보도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경우 오랜 파업 끝에 인적 적폐를 청산하고 보도태도도 과거 정권 때에 견주면 크게 달라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군소정당’은 여전히 주목 대상이 아니다. 

그나마 정의당이 지난 5일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해 김종민, 정호진 두 당원이 경선을 시작했다는 게 한겨레에 보도됐다. 민중당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진행했지만 관심을 기울인 종합일간지는 없었다. 한겨레가 김진숙 후보 출마선언 사실을 전하면서 경선 사실을 언급한 정도다. 언론의 원내 진보정당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이고 보면 노동당, 녹색당 등 원외 진보정당의 형편은 말할 것도 없다. 진보정당들에게 언론 지형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일 뿐이다. 

문제는 진보정당들 앞에 예상되는 ‘난관’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보름도 안 남은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또는 6월초 북미정상회담이 그렇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의 대전환점이 될 정상회담 자체가 문제란 얘기가 아니다. 정상회담들 직후인 6월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 얘기다. 

그동안 지방선거는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져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임기가 겨우 1년밖에 안 된 시점인데다 정상회담이란 정치적 대사까지 겹쳐 그런 평가 여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심리도 여전해 정책 실정에 대한 심판선거로 될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2000년 6.15공동선언을 내놓은 1차 정상회담 직후 그랬듯 주역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다. 2000년 6월17일 한국방송진흥원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신뢰도’에 대한 긍정평가가 회담 전 57.4%에서 무려 24.9%p 급상승, 82.3%로 나타났다. 

수구보수정권 10년 가까이 단절됐던 남북관계의 새 장을 여는 정상회담인 만큼 벌써부터 기대가 적지 않다. 이런데 회담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룬다면 문 대통령 지지도가 어떨지 예상키 어렵지 않다. 취임 1년을 한 달 앞둔 현재 김기식 금감원장 논란에도 지지율은 70% 안팎이다. 이는 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청와대가 구상 중인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린다면 지지여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표정관리만 잘하면 될 수도 있는 흐름이다. 반면 6.13선거에서 표로서 성패를 가려야할 야당들 입장에선 ‘넘사벽’을 만난 형국일 수밖에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킵시다’를 으뜸구호로 ‘좌파연대정권 심판론’이란 맹목적 색깔론에 벌써 ‘올인’하는 것도 이런 정황을 염두엔 둔 행보로 읽힌다. 충격파가 예상되는 정상회담 직후 합리성향의 보수표 이탈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진보정당 입장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각을 세울 처지도 아니다. 대부분 진보정당은 이미 정상회담 개최에 환영 입장을 밝힌 터다. 외려 남북관계 발전을 더 독려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정상회담이 국내 정치환경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다. 

어찌 보면 지난해 대선 때와 비슷한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엔 야당이었지만 다시금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정당들이 얼마만큼 유의미한 득표로 정치적 의미를 확보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일 수 있다. 진보정당들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민중당 신석진 기획실장은 최근 민플러스와 만나 “민중의 직접정치 실현이라는 원칙과 노선으로 여러 난관을 돌파한다는 것 자체가 이번 지방선거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과 민중진보단체들이 6.13지방선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