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한국지엠 노동자의 죽음… 그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는 걸까?

▲ 사진 : 뉴시스

한국지엠 사태 이후 벌써 2명의 노동자가 죽음을 택했다. 지난 7일 이모씨(55. 부평 조립2공장, 87년 입사)가 희망퇴직을 선택한 후 집근처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근 폐쇄를 결정한 군산공장의 고모씨(47. 군산공장 조립부, 96년 입사) 역시 24일 자신의 집에서 목숨을 끊었다. 또 다른 노동자 김모씨(56. 부평 조립1공장)는 10일째 행방불명 상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돌이켜보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당시 29명의 노동자가 죽음을 선택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후 10년 만에 반복되는 일이다. 

GM글로벌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했고 한국지엠 노동자 2500여명이 사표를 쓰고 다음달 1일부로 회사를 떠난다. 회사가 경영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셈이다. 죽음을 택한 2명의 노동자와 행방불명상태인 노동자 역시 희망퇴직을 선택한 당사자다. 짧게는 22년, 길게는 30여 년 동안 불철주야 일만하던 노동자들이다. 그들이 죽음을 택한 이후 충격은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 됐다.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그들의 죽음은 그저 개인의 질병 정도로 치부되고 ‘자살’로만 바라볼 뿐이다. 

대부분의 자살은 본인의 유서에 기초해 원인을 살핀다. 그러나 최근 죽음을 택한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유서도 없다. 추측만 난무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노동자, 한국지엠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면 원인은 명확하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우울증’ 등이 극단의 선택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잘 나가던 공장에서 일주일에 2~3일 근무하기를 4년여 간 지속했다.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공장폐쇄를 결정하는 현실 앞에 강한 자는 없다. 더구나 개인 자택으로 희망퇴직서를 동봉해 배달하는 잔인함은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기에 충분하다. 수십 년 일한 일터를 ‘미래가 없는 공장’으로 만들고 “5월1일부터 임금지급은 없다”는 통보가 2500명 노동자를 희망퇴직으로 이끌었다. 

누구나 퇴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꽃다운 청춘에 입사해 컨베이어에 몸을 싣고 기계처럼 일만하던 노동자들이 컨베이어가 멈추면서 한낱 기계부품처럼 버려졌다. 공장에서 볼트를 조이던 노동자들이 공장을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현실 앞에 놓였다. 이런 냉혹한 현실이 그들을 극단의 선택으로 내몰았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게 이처럼 고난의 길임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헬조선’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컨베이어에 실려 기계처럼 일만한 노동자들이 경영악화의 책임까지 짊어지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최근 죽음을 택한 노동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는 유서를 찾아내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쓰다가 버려지는 기계부품처럼 취급돼 온 우리 노동자들의 현실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알 수 있다. 

보수언론에 의해 ‘고액연봉자’, ‘귀족노동자’로 부풀려져 분류되는 노동자들의 실제 급여와 삶은 그렇지 않다. 장시간 노동에 건강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와 고용불안은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기업이 반성하고 대안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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