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이야기

새 생명이 탄생하는 곳, 금화PSC 노동조합 설립총회

임을 위한 행진곡도 투쟁구호도 어색하기만 하다. 사회자의 마이크는 자꾸만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래도 누구 하나 탓하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묻어나는데 내 얼굴엔 자꾸만 미소가 일어 미안하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설렘과 애틋함이 이런 것일까?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자리는 늘 이렇게 반갑고 감동스럽다. 

인천에서, 태안에서, 당진에서 발전소 비정규직 간담회를 하면서 언뜻언뜻 봐온 얼굴이 오늘 한 자리에 모였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까지 나도 한 몫 한 셈이다. 오늘은 좀 뿌듯한 마음으로 노동조합 설립총회와 집회에 함께 한다.

스스로 찾아낸 비정규직, 발전소를 고치는 노동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말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계획’을 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규모는 32만 명이다. 수치상으로는 절반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과정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통계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청소, 경비 등의 상시지속업무처럼 공공기관마다 공통적으로 있는 업무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준을 세우기 쉽다. 하지만 공사마다 특성이 있으니 협력업체에 맡긴 업무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경우도 많다. 상시지속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발주로 2년마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도 있는데 고용노동부의 일방적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다. 

정부의 정책이니 공공기관이 최대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지만,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관료들에겐 외주화가 신념화되었다. 경영평가 등 구체적 기준이 정비되지 못했으니 정책수행의 동인도 적다. 오히려 현장관료가 정규직화 규모를 축소하거나 자회사 방식을 고수하고, 노동조합과 소통을 하지 않는 등 정부 정책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발전소 운전정비인력의 경우도 처음에는 비정규직 현원에 포함되지 못해 의원실과 노동현장에서 항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다행히도 4000여 명의 운전정비인력이 비정규직 현원으로 포함됐다. 이 가운데 운전업무는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하고, 정비인력의 경우는 2018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발전소를 운전하고 정비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찾아낸 셈이다. 

전력산업 민영화로 ‘고용불안’ 야기 

IMF 이후 지난 30년 동안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민영화를 용이하게 하기위해 화력발전은 한전에서 분리되었고, 5개 발전사로 쪼개졌다. 발전소의 정비분야는 한전KPS라는 자회사에 맡겨졌다. 경영합리화, 외주화의 이름으로 공공기관의 많은 업무들이 민간에 맡겨졌다. 

발전소 정비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정부가 나서 민간기업을 육성했다. 금화PSC, 일진파워, 수산인더스터리, 원플랜트, HPS, 에이스기전(현OES)의 6개 업체를 육성회사로 선정하고 한전KPS를 통해 기술을 이전했으며, 발전 5개사에게는 의무적으로 민간 발전정비 회사에 일을 주도록 강제했다. 사실상 민간기업에 특혜를 준 셈이다. 20여 년간의 발전정비 분야에 대한 민영화 정책으로 현재 화력발전소 정비의 40%를 민간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문제가 생겼다. 사모펀드인 칼리스타파워시너지가 민간 정비업체에 진출해, 민간 정비 업체 중 한국발전기술, 한국플랜트서비스, 에이스기전 3개 업체를 인수했다. 민간 발전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동일 대기업이, 그것도 사모펀드가 소유하게 된 것이다.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민간 발전정비 시장이 특정 사모펀드에 독점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기술을 이전하고 특혜를 줘 민간 발전정비 회사를 키웠지만 결국앤 사모펀드에 돈벌이를 시켜준 꼴이 됐다. 

이뿐만 아니다. 20여 년간 발전정비 분야에 6000여 명의 비정규직이 생겨났다. 2년마다 민간업체와 계약이 체결되면서 정비인력의 고용은 불안해지고, 근로조건은 악화됐다. 정비시장 내의 기술인력이 제한되어 있으니 고용승계에도 문제가 생겼다. 한전KPS는 공기업 지위마저 위협받게 되니 공공기관 내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전력산업 공공성 강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같은 문제

‘상시지속업무, 안전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약속도 약속이지만, 새 정부는 ‘공공기관의 경쟁과 효율성보다는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전력시장의 공공성 강화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발전 5개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이미 정규직화가 확정된 청소, 경비, 운전직 등 상시지속업무 외에도 발전소 정비업무와 같이 정규직화가 확정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함께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동투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도 속속 만들고,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오늘 금화PSC 노동조합 설립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결의대회는 그 싸움의 시작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있지만, 관료와 자본의 저항을 이겨내고 강제할 수 있는 힘은 결국 노동자들의 몫이다. 노동조합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 당당히 했으면 좋겠다. 동지들과 손잡고 함께 갔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금화PSC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소중한 인연이니 명예조합원이라도 가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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