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없는 적폐청산’ Vs ‘좌파정권 독주견제’

[사진 : 뉴시스]

선거 프레임이란 언어로 표현되는 유권자의 인식 체계를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 적폐청산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은 후보들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적폐냐, 아니냐의 틀속에 가둬버렸다. 이처럼 프레임을 어떻게 짜느냐는 선거 판세를 좌우하기 때문에 각 정당은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 짜기에 혈안이 된다. 자칫 상대편 프레임에 빠지는 날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선거의 특성상 초반 프레임 짜기는 과히 전쟁을 방불케 한다.

6.13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은 ‘중단없는 적폐청산’을 프레임으로 선정한 듯 보인다. ‘박근혜 재판’과 ‘이명박 수사’ 상황을 연일 노출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면 이명박근혜가 살아난다는 암시와 함께 민주당을 지지해 적폐청산을 계속하자는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좌파정권 독주견제’ 카드를 빼 들었다. 천안함을 볼모로 남북관계 개선을 차단하고, 개헌 시기상조론을 흘리며 발목을 잡는 등 문재인 정부가 야당과 협의 없이 독주한다는 프레임을 씌워,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당선시켜 견제할 힘을 달라는 전략이다.

‘중단없는 적폐청산’ Vs ‘좌파정권 독주견제’라는 프레임 전쟁은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형국이다. 집권당의 힘을 이용, 이명박 구속 시점을 조정해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고, 영남권에 만연한 지방적폐를 들춰내 적폐청산의 적임자론을 편다면 자유한국당의 좌파독주론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일단 프레임이 짜지고, 프레임이 만든 언어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유권자는 프레임에 조종당한다. 조지 레이코프는 ‘꼬끼리를 생각하지마’라는 책에서 프레임에 갇히는 것을 “모든 사람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순간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된다. 맥도날드 햄버거 패드를 지렁이로 만든다는 논란에 휩싸였을 때 “햄버거를 지렁이로 만들지 않는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프레임의 힘은 강력하다.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선 어떤 프레임이 짜질까? 선거 결과만큼이나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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