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는 아시아지역 구조조정 마무리 수순

지난 13일 한국지엠(GM) 군산공장 폐쇄 방침이 전격 발표된 후 숨가쁘게 진행된 구조조정 논의가 일단 4월로 연기됐다. 

지엠 미국본사는 희망퇴직으로 인건비를 줄여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속내는 알 수 없다.

4월 협상에서 신차 배정 약속을 저버리고 당초 지엠이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에 요청한 10억달러(1조2천억원)만 ‘먹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지엠이 먹튀자본인지, 산업자본인지를 판단해야 지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 제너럴 모터스(GM) 메리 바라 CEO(가운데 여성)가 2015년 개최된 주주 대상 컨퍼런스에서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기술의 미래 청사진을 밝혔다. [사진 : 뉴시스]

현재 한국에 투자한 지엠 미국자본은 경영 정상화에는 아무 관심없고 단지 산업은행으로부터 추가 출자를 최대로 뽑은 다음 철수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렇게 분석하는 이유는 지엠 본사 최고경영자 메리 바라의 경영전략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파산에 직면한 세계 1위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는 전 세계로 방만하게 흩어진 현지 공장 정리에 착수했다. 그리고 2014년 CEO가 된 메리 바라는 구조조정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 

북미와 중국을 제외하면 이윤이 남는 곳이 없다고 판단한 메리 바라는 휘발윳값이 싸지면서 큰 차가 팔리기 시작하자 지엠 쉐보레(중소형 세단)를 유럽에서 철수시킨 데 이어 2015년 호주, 북아프리카, 러시아에서도 공장문을 닫았다. 태국에선 정부 차원의 희생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13억 인구 인도에서조차 생산 중단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과감한 공장 철수와 구조조정을 단행한 메리 바라는 투자에서도 냉혹한 자본의 논리를 따랐다. 최근 딜러들조차 물량 확보가 어려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엠 전기차 ‘볼트’ 생산에는 2017년 8000억원을 투자, 설비 자동화를 통한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메리 바라의 구조조정은 트럼프의 ‘미국제일주의’를 만나면서 아시아지역 구조조정에선 가속도가 붙었다. 이대로라면 한국지엠이 군산공장뿐 아니라 창원과 부천공장도 철수 않는단 보장이 없다. 

한국지엠은 연간 500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인력 감축으로 적자를 메꾸려면 희망퇴직 인원이 3000~4000명(군산공장 근무 2000명 포함) 수준이 돼야 한다. 이 말은 곧 철수를 의미한다. 

특히 멕시코와 중국 등지로 구축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 절약 방안을 마련한 지엠 자본에게 한국지엠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문재인 정부도 지엠 자본이 철수 수순을 밟고 있으며, 경영 정상화를 핑계로 산업은행을 통해 국민 혈세를 빼가려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추가 출자를 안할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왜냐하면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만약 지엠자본이 철수한다면 한국지엠 공장이 있는 군산, 창원, 인천지역 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일자리 대통령’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엠자본이 경영 정상화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버리면 선택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주권 차원에서 “갈 테면 가라, 우리가 인수한다”는 선언과 함께, 기간산업답게 장기적인 전망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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