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로 읽다(28)

평창 겨울올림픽을 출구로 해서 남북관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숨에 ‘만리마 속도’로 이루어지듯이 바뀌고 있는 그 선봉에 삼지연관현악단의 남측 공연이 있다. 남북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이번 공연은 북측 공연예술의 현재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진부한 무대이거나 체제 선동적인 공연으로만 치부되었던 북측 공연예술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향후 남북 문화교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북측에서도 그 반향은 대단히 커 보인다. 2월13일 이례적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삼지연관현악단을 환영했고, 특히 16일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귀환공연”도 최룡해 당 부위원장을 내빈으로 개최되었다. 북측 예술단의 시스템상 연간 순회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된 공연을 최고 결정권자 앞에서 시연회를 열어 총화(결산 평가)하는 데 삼지연관현악단은 김 위원장 앞에서 시연회를 개최했고, 예술단 외부 공연 최고의 평가라고 알려진 “귀환공연”을 가진 것을 보면 북측의 반응이 미루어 짐작이 된다.

“당중앙위원회는 삼지연관현악단이 민족의 통일 열망과 의지를 담아 남녘동포들도 뜨겁게 환영한 공연을 선사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였으며 관현악단의 창작가, 예술인들이 앞으로도 진취적이며 혁명적인 예술창조 활동을 힘 있게 벌여나가리라는 기대를 표명하였다”는 노동신문의 기사로도 그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성공의 중심에 북측 음악계의 막후 실세인 장룡식이 있다. 공훈국가합창단의 단장이자 수석 지휘를 맡고 있는 인민예술가 장룡식은 1953년 신의주에서 출생했다. 피아노 연주를 익힌 어린 시절 평양음악무용대학(현 김원균명칭 평양음악대학)을 조기 입학해 처음에는 타악기를 전공하고 3학년 시기에 작곡학부로 전과한다. 여기서 레닌그라드음악대학을 나온 조길석 교수와 소해금협주곡 피바다를 창작한 김덕모 교수, 재일(在日) 출신의 부호준 교수를 사사한다. 이 때 동문수학한 이들이 재일 출신의 국립교향악단 작곡실장 강수기와 작곡가 고수영, 지난해 7월에 작고한 국립교향악단 단장 장조일 등이다.

대학 과정을 마친 장룡식 지휘자는 1977년부터 6년간 러시아 차이콥스키 명칭 모스크바 국립음악대학 지휘과에서 유학했다. 장 단장은 녹음을 하면 NG가 없는 지휘자로 일찍부터 음악인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만수대예술단에 배치되어서 많은 곡을 창작하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 결과 북측에서는 장 지휘자에게 중요한 과업을 맡기는데, 바로 보천보전자악단의 출범이었다. 김정일 음악정치의 결정판이라도 평가받고 있는 ‘혁신음악’의 성과인 신디사이저를 기반으로 한 신음악의 시대를 이끈 것이다.

1985년 하반기에 장룡식 지휘자는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일단의 연주자들과 일본 나가노를 비밀리에 방문한다. 총련의 ‘방조’로 이루어진 도일의 목적은 바로 전자악단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수 과정이었다. 이때 연수단으로 동행한 피아니스트가 바로 인민배우 김광숙의 남편인 전 권이었다. 일본에서의 전수와 합숙연습을 통해 전자밴드와 자본주의 음악의 실상을 접하고 배운 장룡식 단장은 귀국해 2년여가 지난 1988년 9월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대 공연 형식으로 목란관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여기서 큰 호평을 받은 이 연주단체가 바로 90년대 북한 음악의 최고봉에 섰던 보천보전자악단이었다.

장룡식 단장이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2010년 조선국립교향악단 시절이었다. 당시 성과작은 대부분 장 단장의 작편곡으로, 당시 교향악단의 수준도 일취월장했다고 알려졌다. 곡뿐만 아니라 지금 인기 절정의 젊은 지휘자인 채주혁과 방철진도 직접 지도했으며, 이번에 동행한 윤범주 역시 은하수관현악단 해체 후 직접 공훈국가합창단에 캐스팅할 만큼 지휘자 육성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그래서 장 단장이 교향악단을 떠난 뒤에도 오랜 기간 장 단장의 집무실을 비워놓고 있었다는 일화가 한때 회자되기도 하였다.

뉴욕필 공연의 답방으로 추진된 조선국립교향악단 미국 공연의 책임자였고, 김정철의 에릭 클랩톤 영국 공연의 수행자로 활동할 만큼 지도자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장룡식 단장은 다시금 과업을 받는데 그것이 바로 공훈국가합창단의 재건이었다. 북측 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전자악단의 약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음악 전반적인 부분을 통솔 관리하던 장 단장의 공훈국가합창단의 단장 겸 수석 지휘자 발령은 “깜짝” 사건이었다. 당시 반주단 수준에 머물러 있던 국가공훈합창단의 관현악단 수준은 결국 정상급으로 올라 다시금 명성을 쌓았다. 물론 자매예술단인 모란봉악단에 대한 지휘와 작곡에 대한 영향력도 여전하다.

노래 작곡을 하지 않는 작곡자로도 알려졌지만, 전체를 관장하고 조율하는 위치에서 탁월한 편곡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장룡식 단장의 대표적인 작품은 합창이 포함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대규모 편성의 <사향가>이다. 1986년 제4차 4월의봄 국제친선예술축전 개막식에서 김일진 지휘로 초연한 이곡은 200여 명의 합창과 100여 명의 관현악단, 그리고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 전자밴드까지 포함된 편성에 현대적인 8비트 리듬을 도입해 당시 북측 음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남측 공연에서 선보인 금관악기에 재즈 화성을 도입한 이도 바로 장 단장이었다. 관현악곡인 <발걸음>, <더 높이 더 빨리>, <매혹>, <장군님 백마타고 달리신다> 등과 피아노협주곡 <김정일동지께 드리는 노래> 등이 유명하다.

생전에 그를 매우 아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년 3월 진행된 ‘장룡식창작음악회’를 참관한 후, “지휘자의 자질과 능력에 따라 연주집단의 수준이 평가되며 음악 형상창조의 성과가 좌우”되며, “모든 창작가, 예술인들이 그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창작기풍과 태도를 따라배워야 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 창작음악회는 지휘자로서는 북측에서 최초로 열린 음악회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장룡식 지휘자를 위해 3번에 음악회를 마련해 주었다.

인민예술가인 장룡식 단장은 2017년에 육군 중장의 군사칭호를 수여받았고, 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회의에서는 현송월 단장과 나란히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명단을 올리며 김정은 시대에도 최고의 위치와 권위에서 “음악가의 음악가”이자 “북측 음악가들의 종점”이라 불리고 있다.

▲ 삼지연관현악단 강릉 공연.[사진 : 유튜브 갈무리]

이 장룡식 단장이 바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교시를 실무에서 지도한 결과가 이번 삼지연관현악단의 남측공연이었고, 대외적으로 이 행사를 빛낸 이가 현송월 단장인 것이다. 여기에 무대감독 직함의 민요에 능한 작곡가인 인민예술가 안정호와 남측 노래에 해박한 윤범주 지휘자가 실무를 담당했다. 공훈예술가이자 모란봉악단의 부단장을 역임하고 2015년 모스크바 공연 때 청봉악단 가수들과 동행한 장정애가 성악과장으로, 공훈배우이자 만수대예술단 여성 중창조 출신으로 은하수관현악단을 운영 관리했던 김학순이 힘을 보탰다.

북측 음악의 명곡 대부분이 체제선전과 지도자에 대한 송가의 범주에 있는 것은 북측 체제와 정치 시스템상 당연하다. 그리고 음악정치는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나 정부간 교류행사는 과거에도 보듯 당연히 체제선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무대가 되어야 하고, 동시에 남남갈등도 고려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구성과 연목(레퍼토리)이 이번 남측 공연이었다.

지휘 장룡식(1)

1. 서곡 <반갑습니다>

2. <흰눈아 내려라>

3. 녀성 8중창 <평화의 노래-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4. 경음악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지휘 윤범주(1)

5. 녀성2중창 <J에게> 김옥주, 송영

6. 녀성독창 <여정> 김옥주

지휘자 없이

7. 가무 <달려가자 미래로> 5인조 중창과 댄스

지휘 장룡식(2)

8. 현악합주와 녀성독창 <새별> 김옥주

9. 관현악 <친근한 선율> / 25곡

- 아리랑

- 검투사들의 입장(J.Fucik-Entry Of The Gladiators)

-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 뛰르끼예행진곡(모차르트 터키행진곡)

- 아득히 먼길(러시아민요, Those were the days)

- 집시의 노래(오페라 카르멘 중)

- 검은눈동자(러시아 Dark Eyes)

- 또까따(J.S. Bach - Toccata and Fugue)

- 락엽(autumn leaves)

- 가극극장의 유령(영국 뮤지컬, The Phantom of the Opera)

- 띠꼬띠꼬(브라질 Zequinha de Abreu-Tico-Tico no Fubá)

- 챠르디쉬 (Monti-Czardas)

- 흑인령감 죠(미국민요 Old black Joe)

- 레드강 골짜기(Red River Valley)

- 백조의 호수(Tchakovsky, Swan Lake op. 20)

- 아이가 태여났을 때(이탈리아 팝송, When a child is born)

- 그대 나를 일으켜 세우네(아일랜드 민요, You raise me up)

- 스케트 타는 사람들의 알쯔(Émile Waldteufel-The Skater's Waltz,Op.183)

- 라데쯔키 행진(J.Strauss-Radetzky Marsch)

- 카르멘 서곡(G.Bizet-Carmen Overture)

- 윌헬름 텔 서곡(Rossini-William Tell Oventure)

- 나의 해님(이태리 민요, O sole mio)

- 오랜 우정(영국민요, Auld Lang Syne)

- 푸니꿀리 푸니꾸라(이탈리아 민요, Funiculi Funicula)

- 빛나는 조국(북쪽 노래)

지휘 윤범주(2)

10. <노래련곡> / 10곡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송영, 김옥주, 김주향, 김성심

- 리별 : 연주곡 편곡

- 당신은 모르실거야 : 김옥주, 송영, 김성심 / 김주향, 김청

- 사랑 : 드럼 리혁철

- 사랑의 미로 : 김옥주, 송영, 김성심, 김주향, 김청

- 해뜰날 : 김옥주, 송영, 리수경, 김주향, 김청

- 다함께 차차차 : 김옥주, 송영, 리수경, 김주향, 김청

- 어제 내린 비 : 쎅스폰 2중주 (윤형조 노래, 영화 ost)

- 최진사댁 셋째 딸 : 김옥주, 리수경, 김주향, 송영, 김청

- 홀로아리랑 : 중창조

지휘 장룡식(3)

11. 녀성3중창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 송영, 김청, 김성심

12. <우리의 소원은 통일> : 중창조

13. <다시 만납시다> : 중창조

구성상 눈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북측 곡은 장룡식 지휘이고, 남측 곡은 윤범주가 지휘를 했다는 점이다. 이는 처음 기획 단계부터 예정된 것으로 보인다. 은하수관현악단 출신으로 파리 공연 당시 지휘자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윤범주는 2011년 7월 공훈예술가를 받은 지 2년도 안 지난 2013년 5월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을 만큼 탁월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은하수관현악단 시절 장조일 단장과 박광철 음악감독, 평양음악대학의 윤희광 교수와 함께 곡 작업을 했다. 현재 공훈국가합창단 부지휘자인 그가 남측 노래에 익숙한 것은 칠보산전자악단의 창작실장을 지내며 대남 선전을 위해 남측 노래를 지휘 편곡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밴드’격인 칠보산전자악단은 1970년대 노동당 선전부 직속으로 기악조 5명, 성악조 6명 등 총 11명으로 꾸려졌다. 소재도 노동당 중앙청사 내 위원장 집무실 근처에 마련되어 그 위치와 역할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대외적으로는 대남방송을 위한 남측 노래를 연주했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가 가능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협연이나 남측 노래도 즐겨 불렀던 김 위원장의 반주음악도 연주했다고 알려졌다. 한때 북극성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공식적으로는 2004년 3월 ‘통일아리랑음악단’이라고 명칭을 변경하고, 백두산 삼지연을 비롯한 김정일 위원장의 피서지와 외국 정상들의 방북 때 연회공연을 담당하였다고 한다.

장룡식 지휘자의 기획력이 돋보인 부문은 역시 연목의 선정과 배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새 시대의 빛나는 조국과 통일”을 노래한 것이다. <설눈아 내려야>로 지도자의 축복이 어린 새해를 인사하고는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에서 새 시대의 미래를 희망차게 노래했으며, 그 미래는 <달려가자 미래로>에서 밝힌 듯이 부강조국의 낙원이었다. <새별>에서는 이 미래를 가능케 하는 지도자에 대한 흠모의 정을 보여주었다. <친근한 선율> 연곡을 통해 한국을 시작으로 러시아, 미국,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를 돌고 돌아 <빛나는 조국>으로 마무리할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리고 <백두와 한라는 나의 조국>에서 통일을 노래함으로 해서 이번 공연의 테마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사진 : 유튜브 갈무리]

이번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 가지는 가장 의미 있는 부문은 관계개선과 교류 정상화를 위한 북측의 결단과 우호적인 태도였다. 이 부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원곡이 가지고 있는 가사의 변경이나 가사를 제외한 연주였다. 예술을 통한 체제선전이라는 ‘사회적 공익’인 북측 음악의 특성상 가사는 사상교양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연에서 북측은 과감히 양보한 것인데, 이것은 최고 지도자의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한 사안이라 더욱 그러하다. 심지어 <모란봉>의 경우에는 “우리네 평양 좋을시구,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시구”라는 가사가 지적을 받자 과감히 공연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설눈(흰눈아로 개사)아 내려라 (작사, 작곡 리종오)

고드름 처마에 횐까치 울고울어 새해의 이 아침에 노래 불러준다네

설눈아 내려라 어서야 내려라 산에도 들에도 하얗게

태양의 축복 받은 삼천리강산에 어서야 펑펑 내려라

설눈아 내려라 어서야 내려라 산에도 들에도 하얗게

태양의 축복받은 삼천리강산에 어서야 펑펑 내려라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작사 신운호, 작곡 리종오)

1. 푸르른 하늘가에 희망의 나래펴고 한없이 자유로이 춤추며 날으네

비둘기야 비둘기야 더높이 날아라 내조국의 푸른하늘 흐르지 못하게

2. 네 자란 보금자리 평양이(‘이땅이’로 개사) 하도 좋아 노을빛 담아 싣고 춤추며 날으네

비둘기야 비둘기야 더높이 날아라 행복넘친 너의 나래 불구름도 못 막아

3.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념원안고 푹풍도 헤쳐가며 미래로 날으네

비둘기야 비둘기야 더높이 날아라 이 강산에 너의 노래 영원토록 울리게

새별 (작사 최로사, 작곡 김길학)

1. 저 하늘에 별들이 많고 많아도, 마음 속에 빛나는 새별은 하나

별이여 비쳐다오 등대와 같이, 우리 앞길 찬란히 비치여 다오

2. 새별처럼 청춘을 빛내이자고, 굳은 맹세다지며 그대 떠났다(부르지 않음)

별이여 전해다오 나의 노래를, 사무치게 그리운 나의 님에게

달려가자 미래로

1. 보람찬 시대에 청춘을 맞았네 우리가 못해낼 일 하나도 없다네

달려가자 미래로 새 세기는 부른다 내 나라 부강조국 락원으로 꾸리자

2. 배워도 이 시절에 밤새워 배우고 창조와 위훈으로 새 기적 떨치자

달려가자 미래로 새 세기는 부른다 내 나라 부강조국 열정으로 받들자

3. 한생에 다시없는 귀중한 시절을 로동당 세월우에(‘이땅의 번영위해’로 개사) 금별로 새기자

달려가자 미래로 새 세기는 부른다 내 나라 부강조국 영원토록 빛내자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 (작사 류동호, 작곡 황진영)

1. 해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제주도 한나산(‘한나산도 독도’로 개사)도 내 조국입니다.

백두와 한나가 서로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아 통일 통일 통일이여라

2. 슬기론 우리 겨레 한피줄입니다. 그리움 안고 사는 한식솔입니다.

북과 남 형제들 서로 정을 합치면 우리민족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아 통일 통일 통일이여라

3. 백두에서 조국통일 해맞이하고 한라에서 통일만세 우리 함께 부르자

민족의 뭉친 힘 온 세상에 떨칠 때 태양조선(‘우리민족’으로 개사) 하나되는 통일이여라 아 통일 통일 통일이여라

연주단 구성은 일단 팝스 오케스트라인 삼지연악단을 기본으로 하여,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 만수대예술단 등이 참여했으며, 특이한 것은 새 시대를 이끌고 나갈 젊은 연주자를 대거 기용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시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으나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려 해체된 은하수관현악단 출신의 아티스트가 다수 참가해 그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주요 연주자들은 다음과 같다. 만수대예술단 삼지연악단 수석 연주자 우혜영(바이올린), 청봉악단 백현희(바이올린), 모란봉악단 김은하(바이올린), 청봉악단 서국성(바이올린), 공훈국가합창단 한은별(피콜로)와 선우정혁(색소폰), 청봉악단 여심(피아노)과 최혜림(퍼커션), 그리고 왕재산악단 출신으로 노래를 불렀던 청봉악단 소속의 리혁철(드럼)이 그들이다. 전자악기 4중주는 삼지연악단의 연주자이며, 백현희와 서국성이 은하수관현악단 출신이다.

가수의 경우에는 모란봉악단 소속의 김옥주를 제외하고는 청봉악단 중창조의 김성심, 김주향, 김청, 송영, 리수경(모란봉악단의 동명이인과 구별), 로경미, 권향림이 출연했다. 이중 은하수관현악단 여성중창조 출신이 김주향과 김옥주, 김성심이다.

총 84명의 관현악단 편성은 다음과 같다. 현 파트는 45명으로 Vn1 12, Vn2 10, Via 10, Vc 9, Cb 4이고, 목금관 파트는 28명으로 Ob 2, Fl 2, Picc 1, Cl 2, Bn 2, Hn 5, Tp 4, Tb 4, Ta 1, Sx 5 이며, 전자악기와 타악은 11명으로 Per 3, Drum 1, Ty 1 Hrp 1, Pf 1, 신디 2, Gt 2(베이스)로 편성이 되었다. 연주 중에는 장새납과 꽹과리도 잠시 등장시켜 민족배합관현악과 개량악기의 편성이란 북측만의 민족음악을 맛보기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단연 메인 보컬로 나선 김주향이다. 우리에게는 2000년 5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축하무대로 열린 “평양학생소년예술단” 서울 공연에 7살의 최연소 단원으로 내려와 <김치 깍두기>를 능청스럽게 불러 일찍 알려졌고, 유튜브에서는 2010년 은하수관현악단의 신년경축음악회 동영상에서 <까투리타령>을 부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김주향은 유치원 1학년이었던 4살 때 이미 유치원축전 경연대회에서 독창 부문 1등을 차지해 천재성을 보여주었다. 이어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성악소조에서 집중 교육을 받아 6살 때 소년궁전의 무대에 섰고, 이후 문화예술 영재교육기관인 ‘금성학원’에 진학했다. 금성학원 전문부(대학반) 시절에는 학교 무대에서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주로 불렀고, 선배인 리설주가 출연하지 않을 때는 대신해 <청춘>을 부르기도 했다.

2009년 3월 금성학원을 졸업하고, “NK POP”(북한가요)의 선두주자로서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경음악단을 통합한 왕재산예술단 중창조에 입단, 특유의 발랄함과 매력적인 보이스와 탁월한 기량으로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후 북측 최고의 라이징 스타들이 모인 은하수관현악단의 게스트로도 활동한다. 대표곡은 <까투리타령>과 <모란봉>.

2013년 8월 왕재산예술단 독창가수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김주향에게도 시련이 찾아 왔다. 2013년 6월 김정은 당시 제1비서가 “성(性)관련 녹화물을 보지 말 것에 대하여”란 지시에 따른 검열 열풍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은하수관현악단이 해체가 되고, 다수의 젊은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지만 불과 몇 년 지나 김주향은 청봉악단 중창조의 일원으로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고, 이번 남측 공연에서 메인 보컬로 큰 주목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삼지연관현악단의 남측 공연은 ‘전투’를 방불케 했다. 김정은 노동장 위원장이 신년사에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언급하고, 1월15일 판문점 남북 국장급 실무협의, 1월21일 사전 점검단 입국, 2월5일 김순호가 이끄는 23명의 예술단 선발대 육로 입국, 2월6일 만경봉호 입항, 그리고 2월8일과 11일 강릉과 서울 공연의 과정은 특수작전처럼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이는 북측에서 교류와 소통에 대한 의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존엄’에 관해 ‘통큰 양보’까지 불사한 북측의 이번 방한에 대한 화답은 남측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여전하고, 국내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으로 가능한 5.24조치의 해제와 개성공단의 정상화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했다. 한반도기를 흔들며 평화와 통일을 외치는 화합의 무대 옆에서 인공기를 불태우며 전쟁 불사를 외치는 남남 갈등의 해소와 레드 콤플렉스의 치유 역시 더 큰 난제이다. 2002년 보천보전자악단에서 창작한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2012년 광명성 3호 발사 축하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노래라며, 거짓을 특종인양 보도하는 보수 채널의 그릇된 인식과 무지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통일을 지향하는 21세기에 ‘이적표현물’이라는 관점으로 예술을 재단하는 관계기관의 구시대적인 발상도 그렇고, K-POP이 북측 사회를 바꾸고 심지어 체제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 믿는 논리에 근거해 북의 현실을 무시한 채 리허설도 없이 소녀시대 서현을 무대에 세워야만 했던 현 정부의 비문화적이고 형식적인 판단도 우려가 된다.

“노동자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내용과 표현, 형태가 쉬워야 하며, 우리 인민의 사상 감정과 우리나라의 구체적 실정에 맞는 주체적 입장에서 창조 발전된 음악이어야 하며, 특히 가사가 잘 전달이 되어야 하며 선율이 고와야 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음악예술론(1991년)>에서 지적한 것처럼 ‘좋은 음악’에 부합하지 않아 배제되거나 비주류인 ‘연변가요’의 하나로 치부되는 K-POP을 여전히 남측을 대표하는 음악으로 간주하는 한 남북 문화예술 교류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에서 과연 정부간 교류로 남측의 예술단이 평양공연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를 바꾸어 부를 것이며, <서울찬가>를 레퍼토리에서 제외할 것이고, 여전히 북측의 민족음악은 변질된 것이라 우리 전통음악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을지, 매번 K-POP 가수를 전면에 세울 계획인지 등 이제 우리 정부가 대답해야 할 것이다.

“평양에서 다 들리게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서울 공연 말미에 깜짝 등장해 확실한 팬 서비스를 한 현송월 단장이 불끈 쥔 주먹으로 통일을 외치며 부른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에 앞서 한 소회로 삼지연관현악단의 남측 공연의 의의를 갈음한다.

“통일을 바라는 절절한 마음들이 이렇게 하나로 흐르고, 또 화해를 바라는 뜨거운 심장들이 이렇게 하나로 높뛰는 뜻 깊은 공연장의 무대막이 오래오래 닫겨지지 말고 이 밤이 새도록 통일의 노래가 울렸으면 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저는 이번에 2번에 걸쳐서 분단의 선을 넘어서 여기 남측으로 왔습니다. 오가면서 보니까 너무도 지척인 평양과 서울인데 너무도 먼 곳에 온 것처럼 이렇게 느껴지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통일의 그날이 우리 북과 남의 거리만큼이나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민족의 염원처럼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그런 꿈을 소중히 안아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aH5Hd0PdtA(삼지연관현악단 강릉 공연)

https://www.youtube.com/watch?v=OD7cLYjTdVo(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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