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30)

1. 코피작전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미국의 이른바 대북 ‘코피작전(bloody nose attack: 제한적 선제타격)’의 진의를 놓고 국내외에서 시끄럽다. 한겨레신문이 최근 사설에서 미국이 중간선거용으로 코피작전을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하자 백악관은 논평을 내놓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동시에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가 이 작전에 대한 이견으로 중도하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5일 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8명은 대통령이 코피작전을 명령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으며, 주한미대사가 어떤 이유로 계속 공석인지 해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 일부 진보세력도 이런 흐름이 지난 1994년 미국이 북을 겨냥해 정밀 외과수술식 타격을 거론했던 상황처럼 전쟁위기로 가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재앙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코피작전은 트럼프 정부의 언론을 활용한 심리전이며 허세전술의 연장으로 판단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공조하는 긴장완화 국면과 남북화해, 통일 기운이 고조되는 것을 차단하려고 조성한 전쟁위기 긴장고조 전술로 보인다.

▲ 지난해 12월 의정부시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Camp Stanely)에서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북한(조선)의 WMD 시설을 사전에 탐지하고 이를 파괴하는데 목적을 둔 '워리어 스트라이크 9(Warrior Strike IX)'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 백악관 분파의 언론 심리전

‘코피작전’이란 말은 영국 언론 <텔레그라프(Telegraph)>가 지난해 12월20일자에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대북 예방타격 방안을 놓고 찬반이 갈릴 정도로 실행 가능성이 높은 작전이란 전언이었다. 이 ‘코피작전’이란 말이 다시 미국 언론에 회자되자 진의를 확인하려는 다양한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2일자 연합뉴스는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과 행정부 어디에서도 이 말(코피작전)을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주한미대사에 내정됐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가 낙마한 게 코피작전에 대한 이견 탓이란 언론보도에 대해 “정책이 관건이 아니었다. 100% 틀린 것”이란 발언도 강조했다. 그리고 백악관 관리들은 차 석좌의 주한미대사 지명 철회는 “검증”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소리(VOA)는 코피작전에 대해 “언론이 만든 허구”라는 백악관 관리의 발언을 보도했다. 또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지난 1일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근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에서 오래 근무한 전직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빅터 차 석좌의 낙마를 통해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에 더 근접했다는 징후를 찾아보긴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정보국(CIA) 등 여러 정보당국에서 고위직을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사도 대북 군사공격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임박했다면 미 정부는 당연히 이에 군사적으로 선제 대응할 정당한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는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이 반미성향의 적대국가를 다루는데서 일정한 의도를 갖고 흔히 쓰던 전술이다. 마치 실제 전쟁 상황으로 가는 양 언론에 흘려 적대국가를 압박하는 언론 심리전의 일환이다. 미국은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 전쟁에서 이런 심리전을 일상적으로 행해왔다.

3. 리비아 비밀협상의 추억

미국은 리비아 카다피 정권교체와 핵무기 제거를 이라크 후세인 정권 제거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는다. 미국의 작전은 성공했으나, 두 나라 민중의 고통은 심화되었고 여전히 혼돈 속에 내전 중이다. 미국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리비아식 모델을 북한(조선)에 적용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리비아에 적용한 핵심 전술의 하나가 ‘체제보장 비밀대화 전술’이다. 한마디로 리비아는 미국의 공습과 전쟁으로 무너진 게 아니다. 그 전에 미국의 ‘대화전술’에 속아 무너진 것이다.

미국의 리비아 정권교체 시도는 소련 붕괴 때부터 시작되었다. 리비아는 과거 미국과 군사요충지를 둘러싼 해양 분쟁으로 충돌한 적이 있다. 친소련 국가인 리비아가 눈엣가시였던 미국은 그래서 냉전해체 뒤 정권교체를 본격화했다. 미국의 경재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거세지자 당시 카다피 정부는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미국이 관계정상화와 이에 따른 경제제제 해제를 핵무력 해체와 맞교환하자는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어느 나라라도 미국의 경제봉쇄와 전쟁압박을 10년 이상 당하고, 또 앞으로도 제제와 압박이 계속될 거라면 자립과 자강력을 고수하는 대신 좀 더 편한 길을 생각할 법하다. 냉전이 해체된 만큼 미국 말대로 핵을 먼저 포기해 관계를 정상화하면 경제가 회복되고 안전과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미국은 리비아와 여러 차례 비밀협상을 통해 리비아가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그에 따라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는 북의 핵 제거를 위한 2005년 6자 회담의 9.19공동성명 내용과 유사한데, 당시 북이 미국에게 동시행동 원칙을 주장한 것과는 달랐다. 2003년 결국 리비아는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협상 의사를 미국에 밝혔고 미국의 선의를 믿고 선(先) 핵포기에 동의한다.

2004년부터 카다피는 “핵무기는 나라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므로, 다른 나라들도 리비아처럼 대량파괴무기를 포기하라”는 말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국은 리비아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점진적으로 관계정상화를 추진했다. 리비아는 미국을 믿고 2011년까지 무장해제를 자발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것은 평화와 경제번영이 아니라 2011년 3월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연합국의 공습이었고 미국이 음양으로 주도한 반(反) 카다피, 반정부 시위였다. 그리고 미국이 공습 직전까지 CIA를 통해 리비아에 반정부세력을 육성해 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지난 2008년 3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왼쪽. 사망)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4. 2013년 실패한 대북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전략

미국이 실제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고 대북 정권교체(레짐 체인지. Regime change) 전략을 집중적으로 시도한 건 지난 2013년이었다. 그에 앞서 1994년 전쟁위기가 사회주의권 붕괴와 김일성 주석 사후 미국이 북한(조선)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것이라면, 2013년 전쟁위기는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의 권력교체기라는 취약점을 노린 정권교체 시도였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이듬해인 2012년 7월 미국이 기획한 이른바 ‘동까모(동상을 까부수는 모임)’ 사건이 폭로되었다. 동까모 주동자 전영철은 당시 평양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계획은 최종적으로 미국이 승인하여야 하고 미국이 자금을 댄다고 했다. 작전 날짜는 2012년 2월16일 혹은 4월15일로 정해졌으나 사전에 발각되어 결국 실패하였다. 주민시위와 소요가 용이하지 않은 북한(조선)에서 벌일 수 있는 상징적인 정치적 사건이 바로 김일성 주석 동상을 몰래 깨부수는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사회혼란을 조성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사전에 적발됐다고 당시 북은 보도했다.

이뿐 아니라 2013년 12월 ‘국가전복 음모사건’이 발각되어 장성택이 처형되었다. 당시 로동신문에 따르면, 장성택이 처형된 핵심 이유는 군대를 동원해 군사정변을 꾀했다는 것이다. 특별군사재판 과정에서 장성택은 정변의 대상을 “최고령도자 동지”라고 밝혔다. 재판 심리과정에서 장성택은 인맥관계에 있는 인민군 간부들이나 보안기관 관련자들을 이용해 정변을 일으키려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변을 일으킨 다음 총리직에 오른 뒤 자신이 주도하는 새 정권을 외국으로부터 인정받으려 했다고 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모든 사실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 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 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고 주장했다. 장성택 사건의 진위여부는 이후 역사가 판별하겠지만, 북은 이 사건을 국외세력, 특히 미국과 연관된 정권교체 시도로 보고 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북의 대미 행보는 1994년을 보는 것 같다. 리비아 사례와는 정반대다. 2013년 2월12일 핵시험이 재개되었다. 그리고 그해 3월 북은 정전협정이 백지화되었다고 공표하고, 이어 남북 불가침합의 폐기를 선언했다. 전시상황 돌입도 선포했다. 조선인민군 사령부는 1호 전투태세에 돌입하고, 2013년 4월 개성공단 출입을 금지하면서 북 노동자를 전원 철수했다. 그리고는 외국 공관 철수를 권고하고 남한 내 외국인 대피와 소개(疏開)도 경고했다. 2014년이 지나면서 긴박했던 전쟁위기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5. 미국의 선제타격 전략 파산과 ‘전쟁위기 조성’ 전술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작전인 코피작전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1994년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조선)이 자연재해와 경제 악화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던 위기의 시기에 외과수술식 영변 핵시설 타격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실제 제한적 선제공격(코피작전)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결국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는 남한이 입을 피해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의 결사항전 의지 표명으로 전면전 확대가 불가피한데다가 남한뿐 아니라 일본 전역과 태평양의 미군 주둔지역에 대한 북의 보복 때문이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동북아시아가 수습 불가능한 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1994년 이래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항상 다시 검토한 게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물론이고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공격무기를 첨단화, 현대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대북 선제공격 전략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지금도 미국은 첨단 비행수단 개발과 핵무기의 현대화, 소형화를 통해 실전에 사용가능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그 첫째 대상은 북한(조선)이다.

이런 반복된 전쟁위기 속에서 북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는 의미심장한 선언을 하였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에 앞서 한반도에서 실제 전쟁이 벌어질 경우의 수를 따져보자.

1) 우발적 사태의 확전 ; 서해안 NLL(북방한계선) 충돌과 지난 2015년 목함지뢰 사건처럼 남북의 작은 충돌이 국지전과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경우

2) 정기적인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미 상호대응이 격화되어 전면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

3) 의도된 선제공격 ; 이른바 코피작전이나 상호 선제 핵공격

4) 북의 전략미사일 시험에 대한 미국의 타격대응이 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

이렇게 4가지 경우에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신년사의 선언은 북의 핵무력 완성 이후엔 그 어떤 경우에도 미국이 본토의 안보위기와 전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확전을 하거나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현재 북에 대한 제한적 선제타격 전략은 사실상 전면전쟁으로 확전을 의미한다. 나머지 전쟁 가능성은 미국이 자기네 국운을 걸고, 현대적인 핵무장 국가를 상대로 벌이는 목적의식적인 전쟁밖에 없다. 현대적인 핵보유국인 북한(조선)과 미국이 벌일 열핵전쟁이 가져올 끔직한 지구적 재앙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않겠다. 한반도 전쟁은 전 지구적인 공멸의 문제이며, 미국 정부와 네오콘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쟁옵션은 현실에서 힘으로 억제당하고 있다. 진짜 전쟁은 광고가 없으며, 미국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다시 기다리는 전략’과 ‘전쟁위기 조성 전술’뿐이다. 

▲ 지난 8일 오전 북한(조선) 응원단이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강원도 강릉선수촌에 도착해 관객에게 손을 흔들며 노래 ‘반갑습니다’를 부르고 있다.[사진 : 뉴시스]

6. 전쟁위기 조성 전술의 딜레마와 평창 통일올림픽

뜻밖에도 북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해 미국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대북 국제제재에 균열이 생기고, 북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면 이는 준(準)정상회담이라 할만하다. 북이 문 대통령을 초청하는 공식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오는 8~9월 적절한 계기에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올림픽 기간 중 한반도 주변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4월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한다고 때 이르게 밝힌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되고 북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남북공조가 ‘제2의 6.15’ 국면으로 발전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북은 카다피처럼 대미 비밀협상을 할 의향이 전혀 없어 보인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여전히 북 비핵화와 체제보장 비밀협상인데, 북이 원하는 협상은 핵보유 인정과 평화체제 수립이다. 미국이 원하는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지금 취할 수 있는 방도 중 하나가 경제제재와 병행하는 철지난 레코드, 이른바 코피작전 협박이다. 일단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한다고 했으나, 이 군사훈련이 되레 미국 안보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발할 게 뻔한 북의 ICBM 압박공세에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호언장담에 가려진 딜레마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은 혼돈 중에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려면 일정한 계기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내 매파와 온건파의 절충과 타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도 정책전환을 강제 당할 수밖에 없는 전민족적 힘의 문제이다. 역사적으로 미국도 강제 당하는 계기는 공멸의 핵전쟁이 아니라면 불행히도 미국 역시 전쟁에 준하는 충격적인 위기사태를 경험하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이나 트럼프 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략은 사실 별 다를 게 없는 대북 적대전략의 군색한 이름 바꾸기일 뿐이다. 그래서 코피작전이 진짜냐, 가짜냐 보다 더 심각한 게 이런 기도가 한반도를 다시 전쟁접경으로 내몰아 남북이 하나 되려는 민족적 통일 열망을 차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코피작전의 의도를 파탄내고 제2의 6.15국면을 반드시 열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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