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무력화 ‘꼼수’] (2) 근로시간 단축과 휴게시간 늘리기

▲ [사진 : 마트노조]

지난해 12월, 신세계이마트가 ‘주 35시간 근로시간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언론들은 앞다퉈 화제성 기사로 보도했다. 본받을 만한 모범사례란 얘기까지 나왔다. 새해 들어서도 관심은 마찬가지다. 다만, 논조가 180도 바뀌었을 뿐. 신세계이마트의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나쁜사례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이마트가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한 것은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최저임금법을 어기지 않는 방법이라고 본 때문이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민중당이 주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신세계이마트가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력화하기 위해 각각 다른 방법의 꼼수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마트는 지난해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전년 대비 7.4%) 오르자 기본급은 2%만 인상하는 대신 성과급 400% 중 200%를 직무능력급을 인상하는 형태로 월할 지급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을 높이는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남은 성과급 200%를 올해 또 다시 최저임금에 편입하는 꼼수를 부리기엔 자기들도 눈치가 보였던지 ‘근로시간 단축’이란 묘안을 궁리해냈다는 것. 

주40시간에서 주35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면 마트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158만4000원. 최저시급이 1만원이 됐을 때 월급은, 최저임금 기준 금액인 209만원보다 26만원 가량 적은 183만원에 그친다. 

신세계가 ‘일-가정의 양립’을 위한 ‘파격적 실험’이라고 자화자찬했던 주35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무력화를 위한 ‘꼼수’였다는 사실은 올 1월 월급을 받기도 전 드러났다. 근로시간은 단축됐지만 줄어든 시간만큼 신규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노동강도가 폭발적으로 세졌다는 게 마트노조의 설명이다.  

정준모 마트노조 교육선전국장은 “계산일을 하는 캐셔의 경우, 1시간이던 휴게시간이 40분으로 줄었고, 20분씩 두 번 쉬는 휴게시간에도 정산하고 잔돈을 교환하러 뛰어다녀야 하는 등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현장의 피해를 고발했다. 

신세계이마트의 대대적인 언론 홍보에도 불구하고, “‘주35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에 불과하다”는 이마트 노동자들의 현장 고발이 빗발친 데 이어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등 꼼수를 부리는 현장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민주노총 최저임금신고센터(최임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전국에서 공·사기업 구분이 없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박주영 노무사는 “근로시간을 임의로 단축해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꼼수는 민간사업장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위탁 행정서비스 분야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한 공공기관은 기간제로 일하는 노동자에게 근로시간을 7시간으로 단축하고 최저임금에 맞춰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요구하는가 하면, 주야교대로 일하던 인천 부평의 한 제조업체는 주5일 근무를 주4일로 변경했다. 경남의 자동차공업사는 원청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해 주지 않아 근로시간을 줄였다. 사천의 한 공공기관은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 없이 지난해와 같은 예산을 임금으로 책정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시도했다. 

박주영 노무사는 또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음식점 등 소규모 서비스업 매장에선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게 가능한 것처럼 여기고, 일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꼬집었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과 함께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절감하는 편법도 다반사다. ‘휴게시간 증가→ 노동시간 감소→ 인건비 절감’ 공식의 꼼수로, 경비노동자나 환경미화노동자들에게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전의 아파트 경비원, 학교 경비원, 광주의 아파트 경비원과 건물 환경미화원 등 민주노총 최임신고센터로 ‘휴게시간을 늘리는 유형’의 꼼수가 여럿 접수됐다. 서울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는 “휴게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를 휴대폰으로 착신 전환토록 하고, 민원 등 일이 생기면 바로 근무에 투입돼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휴게시간을 더 늘리려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주영 노무사는 근무시간 단축, 휴게시간 연장 등 “근로시간을 변경하는 경우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취업규칙에 근로시간이 명시돼 있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도 적법하게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17조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임금항목, 임금액, 임금계산방법, 임금지급방법 등과 함께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가장 핵심적인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그래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서 서면에 이를 꼭 명시해야 한다. 

또, 사용자의 지배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원칙인 휴게시간에 사업주가 업무지시를 해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면, 사업주는 그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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