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행단계에 들어선 ‘코피작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전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데 미국발 전쟁 공포가 다시 한반도를 덮고 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평창올림픽 개막 전후 한반도 해역에 도착한다. 최근 괌에 도착한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3대와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6대도 한반도 주변에 순환 배치될 예정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수백 명의 미 특수작전부대가 한국에 파견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22일 CBS에 출연해 “우리는 지금 1년 전에는 하지 않았던 비밀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만해도 미국의 이런 군사적 움직임은 남북관계 진전을 막아보려는 ‘고춧가루 뿌리기’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던 차에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미국대사 낙마를 계기로 미국이 일명 ‘코피 터뜨리기 작전(Bloody Nose Strike)’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이 평창 이후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 호전광들이 ‘코피작전’을 매우 진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하나같이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남북관계 진전을 훼방하는 수준을 넘어 2월8일 북한(조선)의 건군절 열병식을 빌미로 북과의 대화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코피작전’ 등 군사옵션을 감행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의 ‘인권탄압’을 강조한 것도 ‘코피작전’식 선제공격의 명분 쌓기란 지적도 나왔다.

북도 미국의 군사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로동신문은 지난 1일 “미국이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불의적인 선제타격으로 침략전쟁 도화선에 불을 달고 전면전쟁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흉악한 계책이 실행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피작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은 리용호 외무상 이름으로 지난달 31일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서한에서 리 외무상은 “우리는 앞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지만 그에 찬물을 끼얹는 불순한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은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에서 정세를 긴장시키고 온 세계를 핵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 놓을 수 있는 위험한 놀음을 벌여놓는 데 대하여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조선)이 금강산 합동공연 취소를 통보하면서 건군절 열병식을 문제 삼는 일을 이유로 든 것도, 미국이 건군절 열병식을 고리로 남북대화를 깨고 대북 군사옵션을 들고 나올 가능성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코피작전’은 북의 상징적 시설 한두 곳을 정밀 타격해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줌으로써 북이 겁을 집어먹고 비핵화 협상에 끌려나오게 한다는 것이다.

빅터 차의 낙마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코피작전’은 미국이 지난해부터 구체적으로 입안 추진해 온 군사옵션인 ‘예방적 선제타격(use of preventive force)’ 전술의 하나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지난달 31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대북 ‘예방적 선제타격’을 위한 방안을 만들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두 차례 벌인 7월과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나온 8월이 군사적 대응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란 얘기다.

미국은 그동안 선제타격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12월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한미 양군은 F-22와 F-35A, F-35B 스텔스 전투기 24대 등을 참가시키고 전쟁 초기 최소 사흘 안에 한반도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한다는 작전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의 핵과 미사일 시설 등 합동요격지점(JDPI) 700여 개를 타격하는 임무에 돌입하는 절차 등을 연습했다고 한다.

또 미 언론들은 지난달 중순 미군 특수부대의 북한(조선) 침투훈련 상황을 공개했다. 흑표범칼날작전(Operation Penther Blade)이라 불리는 훈련에서 미 82공수사단 병력 119명이 수행한 연습은 ‘참수작전’으로 알려졌다.

오직 ‘힘에 의한 해결’을 추구하는 워싱턴의 호전광들에게 대북 선제타격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다. 많은 사람들은 1994년 1차 핵위기 때 미국이 영변핵시설 타격을 검토했으나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 포기했다는 전례를 들어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은 북이 곧 붕괴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핵무기 완성까지는 시간이 많기 걸리기 때문에 무리한 군사공격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등이 향후 몇 개월 안에 북이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실질적으로 갖게 될 것이라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군사공격을 감행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초조함의 표현이다.

▲ 지난해 12월 의정부시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Camp Stanely)에서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북한(조선)의 WMD 시설을 사전에 탐지하고 이를 파괴하는데 목적을 둔 '워리어 스트라이크 9(Warrior Strike IX)'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 ‘코피작전’은 전면전의 ‘뇌관’

워싱턴의 호전광들이 한국민들과 한국 내 미국인들의 피해를 우려해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낭만적이다. 트럼프는 물론 미 당국자들은 전쟁이 난다면 한국 땅에서 날 것이라며 전쟁불가론을 사실상 반박하고 있다.

미국에게 북의 핵무장은 상당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막아야할 만큼 사활적인 문제다.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동북아에서 사실상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고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하는 세계패권정책도 무력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하물며 동맹국의 피해 따위를 걱정할 만큼 한가한 처지가 아니다.

워싱턴의 호전광들이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데서 정작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한국 정부의 반대와 중국의 반발이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코피작전’으로 보인다.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제한적 군사공격으로 겁을 줘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미국 내부와 동맹인 한국 정부, 그리고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대북 군사공격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명분과 조건을 만드는 공작(예컨대 천안함 사건 같은)이 병행될 것이다.

‘코피작전’의 입안자들은 진실로 제한적 공격을 하면 북한이 겁을 먹고 반격하지 못하리라 생각할까? 그럴 리가 없다. 푸에블로호 사건, U2기 격추사건 등 그간 북미 사이의 군사적 대결에서 북은 한 번도 물러선 적이 없음을 미국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코피작전’은 전면전을 촉발하는 일종의 ‘뇌관’이다. 제한적 선제공격으로 북의 반격을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전면적인 선제타격으로 나가겠다는 속셈이 아니고서는 밀어붙일 수 없는 작전이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중순 “미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38선 이남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중국에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의 목적이 북한(조선) 점령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 제거’에 있음을 들어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이다. 중국이 부인하긴 했지만 지난해 12월 중국군과 주한미군 사이에 북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군사핫라인이 개설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보는 것처럼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대화는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북을 향해 비행기 한 대를 띄우는데도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비행기 출발 두 시간 전에서야 미국이 ‘OK’ 사인을 준 것은 남북대화를 철저하게 자기 통제 아래 두겠다는 횡포요, ‘갑질’이다. 게다가 한미 양국은 페럴림픽이 끝나는 4월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원래의 규모로 강행한다고 천명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강행된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 무서운 상황은 남북관계가 파탄난다면 미국은 이를 대북 군사행동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음모를 꾸밀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당한 간섭과 통제를 배격하고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대화를 남북관계 전환으로 이어가는 길이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유일하고 절박한 길이다.

오늘 우리가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노력에 민족적 힘을 모으면서도 미국의 방해와 간섭에 맞서 단호히 싸워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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