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터뷰] 민플러스가 만난 진보(2) 전국여성연대 최진미 대표

“늘 전쟁위기에 시달리며 한국사회를 사는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여성에게 ‘전쟁’은 먼 이야기가 아닐뿐더러, 평화와 통일은 ‘삶’ 그 자체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속에서, 얼마 전 하와이에 미사일 경보가 오작동했을 당시 한 미국인 엄마가 아이들을 살리려고 맨홀 뚜껑 아래로 아이들을 내려보냈다는 얘기 속에서 최 대표는 “여성에게 분단, 평화와 통일은 ‘삶’의 문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 여성들과 ‘평화’를 말하다 

지난해 전국여성연대는 ‘전쟁반대’와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에 충실했다. ‘역대 최대’라는 언론보도를 실감할 정도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강화된 2017년. 전국여성연대는 전 세계 여성들과 공동행동을 만들었다. 

시작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모든 여성단체에게 3.8 여성대회에서 ‘사드반대 전쟁반대 여성행동’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 

국내 여성단체만이 아니다. 국제평화 여성활동가들도 함께 하겠다며 호응했다. 최 대표는 “3월8일, 각자의 자리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 해결과 전쟁반대를 위한 동시행동이 펼쳐졌고 ‘세계여성행동’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3월8일을 기점으로 예상치 않던 월례 평화행동이 시작됐다. 8월엔 사흘간 김천, 성주, 서울에서 평화행동을 펼쳤다. ‘세계여성행동’도 8월15일 공동성명을 내는 등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여성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소성리의 주인 ‘할매들’이 열심히 싸우고 계셨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계속되는 등 전쟁위기 정세가 여성의 ‘평화’ 활동을 더 부추겼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평창올림픽, ‘평화‘를 위해 달린다

“인지상정. 평화와 통일을 향해 흐르는 민족의 마음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최 대표는 자연스럽게 평창 겨울올림픽 얘기를 꺼냈다. 북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을 터. 최 대표는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이 하나 돼 평화와 통일로 가는 중요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한미합동군사훈련(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재개한다고 하니,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디딤돌을 놓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 

전국여성연대도 여성의 손으로 ‘평창 평화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 대표는 남과 북이 만나는 평창올림픽에 거는 기대를 표현하기 앞서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정부가 6.15남측위원회나 시민사회단체들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배제하고 있다.” 남북공동응원단 상주응원단으로 참가하겠다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속속 늘고 있는데 정부측이 경기장 추가 입장을 사실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최 대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해외 여성교류를 어떻게 복원할지 과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여성의 직접정치’에 나서다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6.13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전국단체인 전국여성연대 역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의 직접정치’를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이 한창이다. 

최 대표는 민중당(여성-엄마 민중당)이 오는 4월 발의를 준비하는 ‘여성건강기본권’이 “여성의 직접정치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예시”라고 꼽았다. “여성에게 필요한 정책을 여성이 직접 입안하고 실현하는 과정은 기존 진보정당들의 입법활동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며 민중당의 ‘여성건강기본법’ 발의를 환영했다. 

전국여성연대에게도 ‘지방선거’는 남다르다. 출마를 결심한 회원도 있다. 최 대표는 “전국여성연대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과 정책협약을 맺을 뿐 아니라, 여성후보를 발굴하고, 지지·지원하는 등 적극 활동해왔다”면서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진보정당과 적극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또 “민중의 직접정치 확대는, 진보정당의 정책을 대중과 함께 만들고 구현해 나갈 때 가능하다”며 ‘여성의 직접정치’ 실현을 위해 진보정당과 대중조직의 정책연대, 협약 체결, 지지 표명 등 다양한 사업을 회원들과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전국여성연대는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엔 지역과 중앙의 대표를 새롭게 선출하고, 전국여성연대가 어떤 새로운 전진을 이룰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는 최 대표. 그는 “유일한 분단국가이면서 일자리 문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과 소수자, 약자들의 삶은 더 힘들고, 그들을 향한 혐오와 폭력은 더 심해진다”고 진단하곤 “평창올림픽과 지방선거가 중요하지만 여성과 약자, 소수자의 인권을 지키는 활동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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