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무력화 ‘꼼수’] (1) 상여금•식대 기본급화 등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전년대비 16.4%가 오른 최저임금.
시급 7,530원으로 인상된 후 이제 막 한 달, ‘인상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장에서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부리는 꼼수도 각양각색이다.
현장언론 민플러스는 <최저임금 연속기획> 중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를 유형별로 접근해본다.[편집자주]

1. 상여금•식대 기본급화 등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2. 근로시간 단축과 휴게시간 늘리기
3. 해고 및 외주화, 상시적 구조조정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주)삼구아이앤씨, 기본급의 500%였던 상여금 중 400%를 기본급화.”

“포스코 납품업체, 연 상여금 기본급의 500%였던 것이 기본급의 400%로 줄어들고 나머지 100%는 기본급에 포함시켜 주겠다고 통보.”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법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없이 기존에 지급해왔던 상여금과 식대 등을 기본급에 산입해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을 맞추고 있는 것.

그러나 상여금을 12개월로 쪼개 기본급화 하는 방법은 ‘불법’이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8일 “상여금 쪼개기는 편법•불법 최저임금 인상 사례로 보고 계도기간을 거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앞서 민주노총 ‘최저임금 위반 제보 ‘놀부회사’ 명단 공개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대기업 하청업체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분이 적용된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지만 전국 현장 곳곳에서 이런 편법•불법 사례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 민주노총이 29일 ‘최저임금 위반 제보 ‘놀부회사’ 명단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 전국 15개 지역 최저임금신고센터(최임신고센터)에서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상담한 결과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접수한 2천163건의 상담내용을 종합한 결과 상담빈도가 가장 높은 최저임금 위반 사례는 ‘상여금 기본급화’였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담결과를 발표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한 제조회사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상여금 400% 중 250%를 기본급에 포함하고 남은 150%는 내후년에 포함’하겠다는 내용을 한 노동자가 최임신고센터로 신고했다. △상여금을 시급에 넣어 기본급화 하려 한다는 광주의 가스배달원의 제보 △600% 지급해오던 상여금 중 250%를 기본급화 하겠다고 통보한 김해 자동차부품사 △상여금 삭감 후 기본급 인상, 상여금과 각종수당을 기본급화 하려는 서울시내 제조회사 등 전국적 걸쳐 다수 사례가 접수됐다.

상여금을 월할 지급하는 방식의 꼼수도 사용된다.
민주노총은 ‘상여금 400%를 월할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 넣어 시급을 지급하겠다는 광주의 아파트 위탁관리소’와 ‘격월로 지급된 상여금을 월할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한 전북의 제지제조업’ 등 다수의 사례를 언급했다.

노동부는 지난 9일 최저임금 특별상황점검 TF를 운영, 최저임금 위반을 집중 단속키로 하면서 “월할 산정•지급방식 변경은 근로조건 불이익변경에 해당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민중당이 주최한 ‘최저임금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정준영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또한 “고용노동부와 법제처는 상여금 총액을 연간단위(예- 연600%)로 정해 ‘산정주기•산정기간’이 1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상여금이 매월 지급되더라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단순히 지급주기만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최저임금 산입 대상 임금에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아예 ‘상여금을 없애려는 시도’도 빈번하다고 밝혔다. ‘상여금 250%를 1월부터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창원의 전자제품 하청업체’, ‘설 명절 상여금(200%)을 전액삭감 한다고 일방통보한 진주 정촌공단의 제조업체’ 등 상담사례를 소개했다.

뿐만 아니다.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성 급여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법의 불법사례도 감지된다. 경기도의 한 고속버스 회사에서는 ‘식대를 기본급화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체결을 시도’하거나, 대전 신탄진공단의 사내하청업체에서는 ‘상여금, 식비는 물론 교통비, 가족수당까지 기본급화 하겠다’는 사례가 민주노총 최임신고센터로 접수됐다.

이처럼 사용주들은 임금 항목 중 일부를 폐지하거나 기본급에 산입, 월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용주들이 추가적으로 보이는 ‘불법 행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동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시도하거나, 종용하거나, 협박하는 방법으로 나타난다.

취업규칙(사규, 인사규정, 급여규정 등)으로 임금 항목을 정하고 있는 경우, 이 규정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반드시 절반이 넘는 노동자의 동의를 얻거나, 전체 직원 절반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다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노사협의회’ 노동자대표의 동의만으로는 효력이 없다.
기존에 주고 있던 식대와 교통비, 가족수당도 일방적으로 없앨 수 없다. 이 같은 임금항목이 근로계약서에 있는 경우, 근로계약을 변경하려면 역시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용주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동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휴일, 야간근로 등의 ‘가산율을 낮춘다거나 휴가일수를 줄이겠다’면서 상여금 삭감이나 기본급화에 동의하도록 종용하거나 △퇴사종용은 물론 정리해고, 회사폐업으로 위협하거나 △(노사협의회 합의만으로도 불이익변경이 불가능함에도) 노사협의회에서 이미 합의된 것처럼 속여 상여금 기본급화를 기정사실화해 개별 동의서명을 요구하는 등의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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