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조선)은 지난 24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를 갖고 ‘해내외의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채택, 발표했다.[사진 : 로동신문 홈페이지]

북한(조선)이 올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조국통일과업”을 실현할 대책을 세우고 이행을 결의하는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를 갖고 해내외 동포들에게 띄우는 호소문을 지난 24일 발표했다. 

연초 통일문제를 주제로 한 북의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연합회의)는 지난 2015년부터 이어져 오는데 올해는 특히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이를 위한 당국회담 개최 의사를 밝히는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서인지 호소문에도 눈에 띄는 대목들이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한 남북관계 관련 언급들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먼저 꼽을 게 서두에 언급한 ‘민족적 대사들’ 얘기이다. 

북 연합회의는 호소문에서 “올해는 우리 인민이 삶의 요람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일흔돐을 경사롭게 맞이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진행되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같이 의의 있는 해”라고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민족적 대사들’라고 칭한 것처럼 자신들의 9.9절 행사와 남쪽 평창 올림픽 개최에 의미를 부여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문구다. 연합회의는 “북과 남은 한 피줄을 나눈 동족으로서 민족적 대사들을 다같이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위상을 내외에 힘 있게 떨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국무위원장 신년사의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 깊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여야 한다”는 대목을 연상시키는데 뉘앙스가 좀 다르다. 바로 ‘한 피줄을 나눈 동족으로서’와 ‘다같이’의 유무 차이다. 연합회의 호소문에서 “한 피줄을 나눈 동족으로서 민족적 대사들을 다같이 성대히 치르고”라고 밝혀 사실상 평창 올림픽에 이어 자신들의 9.9절 행사에 함께하자고 남쪽에 넌지시 제안한 것이다. 얼었던 남북관계가 이제 막 녹기 시작했고 또 행사가 9월인 만큼 명시적으로 제안하기엔 때 이른 사정 등을 감안한 표현으로 읽힌다.

다음은 통일관련 기념일 공동행사 개최 문제다.

연합회의는 호소문 3항 ‘북남사이의 접촉과 래왕, 협력과 교류를 폭넓게 실현하고 민족적 화해와 통일을 지향해 나가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 나가자!’ 맨 끝 단락에서 “우리는 올해에 겨레의 통일지향에 역행하는 온갖 도전을 과감히 물리치고 북남선언 발표 기념일들과 조국해방 73돐을 비롯한 여러 계기들에 해내외의 각 정당, 단체들과 인사들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들을 성대히 개최하여 민족의 자주통일 의지를 만방에 떨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엔 이처럼 통일관련 공동행사를 직접 언급한 대목이 없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진정으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원한다면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래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큰 틀의 입장만 밝혔다. 그리곤 특히 “남조선당국은 지난 보수‘정권’ 시기와 다름없이 부당한 구실과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내세워 각계층 인민들의 접촉과 래왕을 가로막고 련북통일 기운을 억누를 것이 아니라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는데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주문해 문재인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올해 통일관련 공동행사 개최가 불투명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다. 그래서 호소문의 내용은 김 위원장 신년사를 구체화할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이행을 다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합회의가 “통일지향에 역행하는 온갖 도전을 과감히 물리치고(중략) 민족공동행사들을 성대히 개최하여 민족의 자주통일 의지를 만방에 떨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여러 계기를 활용한 공세적인 공동행사 개최 제안이 예상된다.

연합회의가 호소문에서 남북 제 정당·단체 대표자연석회의 70주년(4월19일)인 올해 “련석회의의 정신을 고수하고 이어나가자”면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 실현’을 강조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처음 제안한 당사자가 바로 이 호소문을 발표한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이다. 조선로동당 7차대회가 열린 지 한 달 뒤인 지난 2016년 6월9일 당시엔 ‘연석회의’란 이름으로 북의 정부, 정당, 단체는 ‘온 겨레가 힘을 합쳐 분렬의 장벽을 허물고 조국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의 호소문을 내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에서 제시된 조국통일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여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앞당겨 오려는 불타는 일념으로부터”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 개최를 제안했다. 올해로 벌써 3년째고 특히 역사적 전례라고 할 남북 제정당·단체대표자연석회의가 열린 지 70주년인 만큼 이에 관한 북의 공식 제안도 예상된다.

또 하나는 올해를 “조국통일사에서 영원히 빛날 대전환, 대사변의 해”로 만들자고 강조한 점이다. 

연합회의는 “모두가 광명한 민족의 래일을 굳게 믿고 뜻 깊은 올해를 조국통일사에 영원히 빛날 대전환, 대사변의 해로 빛내이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는 제안으로 호소문을 마무리했다. 

‘대전환, 대사변’이란 표현은 한 번 더 나온다. 1항 ‘절세위인의 애국애족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자주통일의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거족적 투쟁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에서 “하루속히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이룩하고 자주통일의 새 력사를 써나가자는 것이 절세의 위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 일떠선 우리 겨레 모두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한 것. 올해 남북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이루는 게 김정은 위원장의 뜻과 관련돼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맥을 보면, 1항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언급한 다음에 “북남관계를 시급히 개선하고 통일되고 강성번영할 민족의 밝은 미래를 활짝 열어나가자! 온 삼천리강토를 자주통일의 열풍으로 들끓게 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궤도를 따라 북남관계를 과감히 전진시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남북관계의 시급한 개선과 6.15공동선언, 10.4선언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엄청난 대규모의 변화, 사건, 급변’을 뜻하는 대전환, 대사변, 대변혁이란 수사(修辭)를 사용할 일이 조국통일사와 남북관계에서 무엇인지는 당사자가 아닌 만큼 추론만 가능하다.

그렇다고 유추해볼 근거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대전환, 대변혁’이란 표현이 쓰인 신년사가 있다. 

박근혜 정권이 한창이던 지난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뉴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곤 그해 신년사가 당시 남쪽에서 주목 받은 이유가 등장한다. 이렇게 ‘남북관계의 대전환, 대변혁’을 강조한 김 위원장은 고위급 회담은 물론, 최고위급 회담(정상회담)까지 언급했다.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립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리유가 없습니다.”

앞서 호소문에서 “하루속히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이룩하고 자주통일의 새 력사를 써나가자는 것이 절세의 위인의 숭고한 뜻을 받”드는 일이라고 강조한 게 이런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구상과 관련돼 있는 것은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온 삼천리강토를 자주통일의 열풍으로 들끓게 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궤도를 따라 북남관계를 과감히 전진시켜 나아가”는 데서 필수불가결한 게 바로 남북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야 제2의 6.15시대를 열어갈 수 있음은 상식이다.

그래서 연합회의도 최근의 고위급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는 “오늘의 의미 있는 출발을 북남관계의 새로운 발전과 제2의 6.15시대에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시대와 민족사의 엄숙한 명령”이라고까지 호소문에서 의미부여한 게 아닐까? 

이렇게 호소문에서 정상회담을 연상시키는 수사까지 사용한 데서 보듯 올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북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남북관계가 순탄대로를 걷게 되리라고 낙관하긴 아직 때 이르다. 이런 북 연합회의의 제안이 현실화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남북관계를 진척시켜 나가는데 전제조건이라고 할 평화 조성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북 연합회의도 호소문 2항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벌려나가자!’에서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은 북남관계 개선의 결정적 걸림돌이며 평화적 통일을 가로막는 근본장애”라고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그리곤 “우리 민족에게 참혹한 핵재난을 들씌우려는 외세의 전쟁도발 책동에 단호히 맞서 싸울 대신 오히려 그에 편승하여 동족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우매하고 무지한 동족상쟁 행위는 비참한 자멸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남쪽에 경고하곤 “해내외의 온 겨레가 떨쳐 일어나 정세를 격화시키고 평화를 파괴하는 온갖 적대행위와 전쟁책동을 단호히 반대 배격하자”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무엇보다 북남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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