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와 서비스산업] (3) 한국 서비스산업의 혁신 전망

저성장·디지털·고령화 시대, 대안은 서비스다

첫째, 디지털시대, 농업과 제조업의 고용은 감소되나 서비스업의 고용은 증가한다.

하루 종일 농사를 지어야 생존이 가능했던 인류는, 농업 생산력의 비약적 발달로 농업 인구를 한 자릿수로 줄였고, 이제는 로봇과 컴퓨터의 도입으로 제조업 인구를 한 자릿수로 줄이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손끝 서비스는 상당 기간까지는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 또한 데이터의 수집·가공·분석 등 소프트웨어(정보서비스업) 그리고 연구개발(전문·과학·기술서비스)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도 서비스 부문의 고용 창출은 지속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혁신으로 인해, 늘어난 여가시간(주3일 근무 등으로 노동시간의 지속적 단축, 은퇴한 노인 인구의 증가)과 소득을, 인간은 자기계발, 교육, 의료, 문화, 예술, 체육, 여행, 오락 등에 쓰게 되는데 이런 영역은 모두 서비스산업이다.

실제로 선진국일수록 의료와 교육뿐만 아니라 행정, 문화, 간병, 보육, 돌봄 등의 사회서비스를 공공부문이 포괄해 ‘질 좋은 서비스 제공’과 ‘고용 창출’을 실행하고 있다.

▲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카 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렌터카처럼 하루 단위가 아니라 시간 단위로 쪼개 필요한 만큼 빌려 쓸 수 있는 것이 카 셰어링 서비스다. [사진 뉴시스]

둘째, 디지털 시대 모든 산업은 서비스화 된다.

디지털 경제에서 모든 산업은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어 온디맨드 서비스로 전환된다.
농업은 비닐하우스에 ICT를 접목해 원격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농장이 된다. 제조업에는 사이버물리시스템에 의한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되고 있다. 건설업은 가상현실 스마트 헬멧을 착용해 사고를 줄이고, 드론을 이용해 작업현장을 지원한다. 전기·수도·가스 등 유틸리티 산업은 사물인터넷 등을 이용해 자동·원격으로 실시간 유지·보수가 가능하고 주택(태양광)과 중앙전력(발전소)이 쌍방향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시장에서 ‘매운탕 재료’를 사면 제품 구입이지만, 음식점에서 ‘매운탕 요리’를 사 먹으면 서비스 구입이다. ‘정수기’를 구입하면 제품이지만, AS를 받으면서 ‘렌탈’로 사용하면 서비스가 된다. 자동차를 ‘구입’해 이용하면 제품이지만 ‘카셰어링’으로 쏘카·딜카를 이용하면 서비스다. 디지털 시대에서 제품과 서비스는 종이 한 장 차이이므로, 모든 산업에서 제품의 서비스화가 진행되고 있다. 

셋째, 저성장과 고령시대, 한국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는 내수경제와 통일경제다.

제조업 수출로 고도성장을 유지해 온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째 계속되는 세계대침체(사실 세계대공황) 국면에서 과거와 같은 수출주도 성장은 마감되었다. 설마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이제는 국민경제로 파급되지 않는다. 수출의 성과는 글로벌 공급사슬로 인해 해외로 유출되거나, 소수 재벌(총수일가와 외국인 주주)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줄어든 수출 또는 수출과정에서 유출된 가치만큼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내수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내수경제는 대부분이 서비스산업이다. 

① 한국은 내수 비중이 낮으므로 이를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GDP 대비 내수 비중 국가비교 (자료 : 국회예산처(2016), 2015년 기준, 단위 %)

위의 그림을 보면,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미국에 비해 20%나 낮고, 장기침체인 일본보다도 12% 낮다.

앞으로는 수출주도 성장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2%대 저성장 시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은 내수에서 나와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성공 비결은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의 임금과 소득을 높이고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

미국도 1930년 대공황을 맞이해 뉴딜정책으로 유효수요를 창출했다. 특히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부여하고 이를 억압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GM, 포드 등 자동차노조, 철강노조 등이 폭발적으로 결성되어 단체교섭과 파업 등 강력한 협상력으로 임금과 고용조건을 상승시켰다. 그 결과 튼튼한 중산층이 형성되고 공황 극복의 전기를 마련했다. 

② 남북경협과 통일경제를 실현하면, 내수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북미 핵대결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키며 생산적인 자본마저 이탈할 수 있다. 대결정책은 결국 거대한 충돌로 경제의 파국을 가져올 것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종속적인 대미정책은 ‘사드배치와 중국의 경제 보복’, ‘미국 무기수입으로 재정 부족’ 등 경제 발전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남북합의를 이행하면 현재의 경제 침체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남과 북, 재중 동포, 재일 교포 등의 경제를 연결하면 ‘8천만의 코리아 경제권’이 형성된다. 현재 중국이 대만과 화교 등을 포괄해 중화 경제권을 형성한 것과 유사하다.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경제는 줄어든 수출부문 이상의 새로운 내수경제를 창출할 수 있다. ‘대륙횡단철도 및 남북도로·항만·천연가스수송관 연결 등 거대한 물류·교통 서비스’, ‘백두산·금강산·묘향산 등 관광서비스’, ‘각종 사회인프라 건설 서비스’, ‘북의 풍부한 지하자원 개발’, ‘50개의 개성공단 북측 전역으로 확산’ 등의 사업은 거대한 시장과 고용을 창출해 적어도 20~30년 이상의 한반도 경제부흥기가 도래할 수 있다. 

19세기 미국의 영토는 태평양에 도달했지만 동-서 교통은 마차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미국은 20년에 걸쳐 대륙횡단철도를 건설(1869년 개통)해, 서부 개척시대(1865~1890)를 열었고 철도를 따라 도시가 건설되면서 경제부흥기를 맞았다. 

통일경제가 실현되면 세계 최대 인구가 밀집한 동북아에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출발점이 되는 부산은 세계 물류 서비스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다. 

통일경제는 세계대침체 국면에서도 거대한 동북아 신흥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천문학적 국방비를 삭감해 공공사회서비스 부문(OECD 꼴찌수준)에 투입하면 고용창출과 복지서비스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③ 고령사회 한국은 생산가능인구의 소비가 줄고 노인인구의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다.

UN은 2015년 인간생애주기를 ‘0~7세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인’,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으로 재구분했다. 인구 통계 및 노인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장 로빈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교수는 ‘2017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에 참석해 "과거 200년간 인류의 생존 곡선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인류 기대수명이 110세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밝혔으며, 머킨 박사는 과학한림원 서울포럼에서 “과학기술의 힘으로 인간 150세 시대가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2017년 4월부터 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가 14%이상)가 되었고, 2026년 이전에 초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가 20%이상)로 돌입하게 되는데, 그 속도가 세계 최고를 기록한 일본보다 빠르다. 고령사회에서는 인구의 다수가 된 노인들이 소비를 주도한다. 

고령사회 일본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주택, 자동차, 외식 등 주요 산업이 침체하고 노인과 관련된 의료산업, 간병산업, 돌봄서비스, 생활산업의 소비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은 일본의 고령화 단계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미 은퇴하고 있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와 5년 후부터 은퇴가 시작되는 포스트부머(1964~1976년생)가 한국의 고령시대를 주도한다.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 세대이자 민주화 세대(87년 6월항쟁)로 소비 여력이 현재의 노인들보다는 훨씬 크고 문화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여가와 취미를 위한 소비도 가능하다. 따라서 의료, 간병, 돌봄, 생활필수품 부문에 더하여 노인용 여가·취미 등의 서비스 소비가 증가할 것이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생필품을 O2O서비스로 구입할 것이다. 고령시대에는 서비스산업의 역할이 훨씬 증대된다. 

디지털 시대, 서비스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나, 한국의 서비스업은 중심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서비스산업의 GDP 비중(부가가치)이 OECD 국가에서 꼴찌 수준이다. 무역수지도 제조업은 만년 흑자이나 서비스업은 적자이고, 만년적자인 기술서비스의 경우 적자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에 올인한 박정희 정부 이후 수출, 제조,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내수, 서비스, 중소기업은 차별을 받았다. 정부 보조금, 세금감면, 각종 특혜는 모두 수출·제조·대기업에게 주어졌고 내수·서비스·중소기업은 부차적인 산업이었고 불공정거래의 대상이었다.

▲서비스산업의 GDP 비중 국제비교 (자료 : 한국무역협회(2013년 기준), 단위 %)

아래 표와 같이 서비스 산업의 고용비중과 1인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해도 OECD 국가에서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국 서비스산업 고용과 생산성 국제비교 (자료 : OECD(2013년 기준), 단위 %, 천불)

수출·제조업만 지원해 온 한국은 내수·서비스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해 고부가가치 영역인 지식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제조업에서 밀려난 퇴출자들이 자영업자가 되어 소매점, 음식·숙박업 등에 과도하게 몰려 전반적으로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아졌다.

또한 한국의 공공사회지출 비중은 OECD 절반수준으로 공공사회서비스(행정, 복지, 의료, 교육, 문화 등) 고용이 낮다. 2014년 기준 공공부문 고용은 7.6%로 OECD 평균 21.3%의 3분의 1 수준이다. 선진국은 사회서비스를 공공부문으로 흡수해 서비스의 질이 높고 이 부문의 고용비중도 한국의 2~3배를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약속했는데 이는 대부분 간병, 보육, 돌봄, 의료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다. 이 부문은 고용 비중이 낮고, 민간위탁 등으로 대국민 서비스가 취약하기 때문에, 선진국형 산업구조와 고용구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의 고용과 부가기치를 대폭 높여야 한다. 

▲OECD 주요국 공공사회지출 비중 (명목GDP대비, 2016년 기준, 단위 %)

서비스경제의 민주화로 소득주도성장을 실현시켜야 한다

미래는 서비스 시대이지만,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영세하고 부가가치가 낮다.
더구나 서비스시대의 주역인 종사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마트 노동자’를 비롯해 ‘가맹점의 갑질에 시달리는 체인점’, ‘1인 자영업’,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노동’ 등으로 일반 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다. 다수가 유사노동자(독립노동자)이지만 노동기본권이나 4대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는 고용형태와 연동되는데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최저임금, 4대 보험, 노동기본권 등의 사회적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에서 서비스산업이 선진국 수준의 부가가치와 고용 비중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서비스경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첫째,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차별하는 기존 정책을 폐기하고,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발생하는 서비스산업에서의 다양한 착취구조를 근절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경제에서 기술혁신으로 창출된 소득을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해야 한다. 
셋째, 모든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사회복지 혜택과 노동기본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넷째, 서비스 종사자들의 주체적인 네트워크와 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는 비정규 사업의 모범이 될 것이다. 

서비스경제의 민주화로 임금인상과 안정된 고용 그리고 경영참가 등 산업 민주주의가 보장되어야, 작업자의 질 좋은 서비스와 창의적 혁신(제안)이 가능하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