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에서 우리쪽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북쪽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통일부=뉴시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어렵게 대화의 물꼬를 텄다. 민족구성원들의 기대와 열망, 세계인들의 관심과 지지가 한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화의 계기는 마련했지만 난관과 장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북한의 평창 참가와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말은 했지만 못마땅한 시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남북대화의 당사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대화가 미국의 대북제재 효과 덕분이라며 트럼프에게 감사를 표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미국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라지만 그러고서야 남북대화가 진전될 수 있을지 회의감마저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

정부는 그간 이른바 ‘운전자론’을 내세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정책과 군사적 압박에 가장 앞장서 왔다. 그 결과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북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남북관계는 박근혜 정권 때보다 못해졌다. 많은 나라들이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여부를 망설일 만큼 한반도에는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공포가 더 심해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북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대화를 하겠다고 한다.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한 남북대화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화의 모멘텀마저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5.24조치를 해제하고 남북사이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는 문제는 아예 꿈도 꾸기 어렵다.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에 나선 것도 이런 제재 일변도의 정책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전쟁의 위험만 불러올 뿐이라는 것, 남북관계가 더 파괴된다면 회복할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 아니었는가?

남북대화와 북핵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대화와 제재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현실성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접어야한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고집하는 한 대화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비핵화를 당장 철회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일단 남북대화와 북핵문제를 분리 접근해야 한다. 북핵문제는 남북 사이에서 다루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북대화의 장에 북핵문제를 끌어들이면 남북대화는 미국의 대북 핵 포기 압력을 대행하는 대결의 장, 압박의 장으로 변질된다.

남북사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북미 갈등과 대결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이같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출발점은 두말 할 것 없이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분리 접근하는 것이다.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어렵게 만들어진 남북대화의 계기를 반드시 살려 민족 앞에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오직 국민의 힘, 민족의 힘을 믿고 자주적 입장에서 남북관계 대전환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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