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의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 향상’ 주목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왼쪽), 지난해 4월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 [사진 뉴시스]

평창올림픽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온다는 소식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발언이 이어지자 평창에서 의미있는 북미 대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마저 나온다. 

그러나 미국 현지 언론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남북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조선) 선제공격은 없다”는 말을 했다는 청와대 발표와 달리 이런 발언은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현지 언론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통화내용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료들이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북한(조선)을 타격하는 제한적 군사공격(Bloody nose)을 준비중이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음날자 사설에선 “평창 올림픽 기간에 미군의 핵항모 칼빈슨 호가 한국 영해상에 주둔한다”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폭스(FOX) 뉴스는 10일(현지시각) 북한(조선) 정권붕괴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폼페이오 CIA 국장이 “북한(조선)은 우리(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더 크고 작동하는 핵단추’ 발언은 합리적이며 전략적으로 스마트했다”고 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CNN 방송도 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시작된 것은 자신의 대북 제재와 압박 덕분이라 생각하며,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인정했다”는 보도를 통해 트럼프가 대화보다 제재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미군이 올 들어 북한(조선)의 위협에 맞서 땅굴 전투훈련을 강화했다”는 미 공영방송 NPR의 9일 보도다. 

NPR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이번 훈련 강화는 “북한(조선)에 땅굴이 많다는 것을 감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군사옵션을 제공하려는 준비 노력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오산 미군기지에서 활동 중인 미군 참수부대 데브그루(DEVGRU)의 훈련 횟수를 늘릴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대화국면을 일시적으로 지지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는 ‘힘에 의한 해결’, 즉 군사옵션을 포함한 제재와 압박으로 정권을 붕괴(레짐 체인지. regime change)시킨다는 목표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새 안보전략보고서에서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조선)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조선)과 전면전을 할 수도 없는 조건에서 트럼프의 선택지는 ‘대화’도, ‘선제타격’도 아닌 ‘레짐 체인지’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가 일관되게 반복하고 있는 ‘최고의 압박과 관여’에서 ‘관여’가 바로 ‘레짐 체인지’를 의미한다. 

그래서 북미간 대화 국면이 열릴지 모른다는 기대와 달리 미국은 향후 몇 년 안에 최고 수준의 경제봉쇄, 저강도 심리전, 군사옵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 정권을 붕괴시키려 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 향상’에는 중국을 ‘완전한 대북제재’로 끌어내, 원유공급 중단 등 모든 경제협력 차단이 포함된다. 

이를 강제할 수단으로 동원된 것이 ‘무역전쟁’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강도 높은 무역전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데 아직은 그 자체보다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용의 성격이 커보인다. 지난 6일 중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에 따라 북한(조선)에 정유제품 등의 수출제한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은 한미일동맹 구축을 매우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핵을 지렛대로 MD 구축을 위한 40억 달러 예산 증액과 한미일 MD망 구축,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전쟁국가화’, 한미일군사훈련 등이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결정적 순간에 남측 정권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정부에게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 가능 여부는 사활적인 문제다. 한일 ‘위안부’ 문제 타결,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등에 미국이 적극 개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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