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와 서비스산업] (2) 디지털 경제와 서비스 산업

제조업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스마트폰, 전투기 등의 제품은, 무엇보다 물리적인 실체가 있어 인식과 소유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좋아 수년간 사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어 오늘 팔리지 않아도 재고로 저장해 둘 수 있다. 또한 표준화와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누가 이용하던 동일한 품질을 제공한다.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발명품은 주로 제품이나 기계였으므로, 이를 담당한 제조업은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고 제조업의 경쟁력은 국가 경제의 흥망을 좌우하였다.

반면에 전통적인 서비스업은 ‘무형성(상품과 같은 물리적 실체가 없어 인식이 어렵고, 소유가 불가능)’, ‘소멸성(호텔·택시·돌봄 등의 서비스는 1회 사용으로 소멸하므로 저장과 재고가 불가능)’, ‘비분리성(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여 시공간적 제한을 받고 계획생산이 어려움, 철도좌석 또는 극장 입장권은 정해진 공간에서만 사용되며 특정 시간이 지나면 소멸)’, ‘가변성(사람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달라 표준화와 대량생산이 어려움)’ 등의 제한성을 가졌다. 따라서 서비스업은 제조업에서 만들어진 가치를 단순히 이전하거나 보조하는 부수적인 산업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정보혁명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온라인 예약과 결제’(철도, 항공, 숙박) 등이 가능해지면서 서비스산업은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무선통신(4G) 등의 디지털 기술로 온디맨드(On-Demand) 경제가 실현되어 전통 서비스의 4가지 제한성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산업간 융합이 가속화되어 서비스산업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등 제조업에도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어 서비스화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은 제품을 단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조달, 제조, 물류, 유통, 유지보수 단계에서 부품 상태나 주변 현황을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측정된 내용은 빅 데이터가 되고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화로 인한 산업의 변화는 일반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화로 인해 서비스산업의 제한성이 극복되고 산업의 서비스화가 실현되는 변화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SNS로 실시간 의사표현과 소통’, ‘O2O서비스로 사전 주문’, ‘IoT에 의한 측정과 데이터화’, ‘모바일과 가상공간의 활용’ 등으로, 서비스산업의 비분리성(시·공간적 제약)과 소멸성(1회 사용)이 극복되고 계획생산과 주문생산이 가능해지고 있다.

① 사물인터넷(IoT)은 2017년 말 현재 전 세계의 80억 개 기기에 부착되어 있으며, 유통업체의 49%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사물인터넷을 통해 주문에서 배송까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SNS와 고객 리뷰 등을 분석하면 다음달에 유행할 상품을 예측할 수 있어 계획생산(사전주문, 계획판매)이 가능하다. 

②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서비스산업의 시·공간적 한계와 소멸성을 극복해주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가상현실은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만들어진 사이버세계에 인간이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상공간에 쇼핑몰을 만들어 놓고 각종 시설물과 상품들을 배치하여 실세계처럼 자유로운 쇼핑이 가능하고, 전시관·박물관 등을 그대로 가상의 공간에 구현함으로써 온라인으로 실제처럼 전시가 가능하다. 또한 학습 및 오락용으로 ‘우주여행’, ‘바다 속 체험’, ‘고구려 여행’ 등을 가상공간에서 실현시킬 수도 있다.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혼합기술이다. ‘스마트폰으로 지도 검색, 위치 검색’, ‘포켓몬고 게임’, ‘영화 아이언맨(조준 및 비행경로 설정 장면)’, ‘군용기 조종석에 장착되는 HUD(조종석 앞 유리창에 있는 투명한 패널에 속도·고도·무장정보 등 각종 비행 및 임무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 눈)’, ‘구글 글래스’ 등이 사용되고 있다.

▲명품 선글라스를 사이버공간에서 착용해 보고 구입할 수 있는 가상현실 스토어 [사진 뉴시스]

 

▲증강현실 사례 [자료 : TRI GROUP 홈페이지]

③ 온라인 주문을 오프라인으로 배달하는 O2O서비스도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여 계획, 주문생산(판매)이 실현되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체는 유형자산의 재고비용으로 높은 고정비가 지출되었으나 온라인 유통업체는 접수된 주문에 맞추어 상품을 발주하므로 저장해야 할 오프라인 자산이 크게 줄어 총비용이 감소되었다.

▲ 종량제봉투를 편리하게 주문하고 배송 받을 수 있는 ‘O2O’서비스 시연 [사진 뉴시스]

서비스 노동자들의 숙련 수준과 그날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서비스 품질은, 디지털 기술에 의하여 표준화되고 있다.

둘째, Robo-Advisor(자산관리), 인공지능 의사, 챗봇과 음성비서 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서비스의 가변성이 극복되어 표준화와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의사의 진단’, ‘로보 어드바이저의 주식투자’, ‘챗봇과 음성비서의 문제 해결’ 등은 빅데이터에 기초하고, 알고리즘에 의해서 작동되므로 서비스 내용과 품질이 동일하다. 또한 누구나 클라우드에 접속만 하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동시에 수천, 수만 명의 고객과 연결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서비스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독창적인 로맨스로 2014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그녀(Her)’를 보면, 대필 작가 테오드르는 이혼한 후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사귀게 된다. 사만다는 수천 명의 고객과 동시에 접속할 수 있고, 대화하고 고민을 상담하는 등 이용자 개개인에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실제로 MS 365는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클라우드에 접속하기만 하면(수수료 지불하면 ID 부여)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그램을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또 가천대 길병원에서 도입한 ‘인공지능 왓슨 의사’도 단말기에 접속해 사용한다. 한국에서 해당 환자의 사진 등 데이터(예 : 조직진단 등)를 전송하면 미국 본사에서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하여 그 결과(예 : 암 초기)를 보내준다. 사실 플랫폼을 장악한 IBM은 한국의 귀중한 의료 데이터들을 공짜로 수집하면서 1년에 10억 원의 접속 수수료를 받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 [자료 : MK 증권 재인용. 2015. 10.5.]
▲챗봇의 상품 판매 채팅 [자료 : Jamie Park 제이미. 2016. 11.5]

셋째,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으로, 무형성(견본 체험 및 소유가 불가능)과 비분리성이 극복되고 있으며(가구조립이나 도자기 굽기 등 고객 체험, 가상·증강현실 가능), 이전에는 제품의 소유가 중요했으나 이제는 ‘서비스의 공유’ 또는 ‘서비스 이용권’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창조되고 있다(카셰어링, 복사기 및 정수기 임대 등). 

디지털 기술은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시켜 패키지로 제공하므로, 자신이 필요한 시간과 공간에서 즉각적으로 요구를 실현하는 온디맨드 경제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2016년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적용해 식재료 보관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생활 속 콘텐츠를 접목시킨 스마트 패밀리 허브 냉장고를 출시하였다. 기능을 보면 냉장실 문에 탑재된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푸드 알리미, 푸드 레시피, 푸드 쇼핑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를 확인할 수도 있고, 대형마트와 연계해 부족한 식재료를 구입할 수도 있다. 또 음성으로 읽어주는 레시피에 따라 요리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이트보드, 메모 기능이 있는 패밀리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음악, TV, 웹브라우저 기능도 제공한다. 이런 기능들은 센서를 이용한 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다음으로 LG유플러스는 네이버의 AI 스피커(프렌즈), IPTV, 홈 IoT 제어 기능을 더하여 ‘프렌즈+(플러스)’를 최근 출시했다. 영화 제목을 몰라도 스피커에다 장르, 배우, 감독 등 키워드를 말하면 관련된 VOD(주문형 비디오)와 평점, 줄거리까지 알려준다. ‘눈물 쏙 빼는 영화 찾아줘’라고 하면 슬픈 영화를 알아서 검색해 준다. 또 TV 시청 중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네이버 DB와 연동해 검색 결과를 TV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리모콘 마이크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AI 스피커를 통해 조명·에어컨·가습기 등 홈 IoT 제품 여러 개를 동시에 제어할 수도 있다. “홈아이오티에 나 잔다고 해”라고 말하면 취침모드가 실행되어 TV와 조명이 꺼지며 가습기가 작동한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 자동차의 개념도 ‘소유 중심’에서 ‘이동권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은 누가 얼마나 좋은 성능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자율주행이 상용화 되면 5분 내에 자동차를 호출하여 원하는 장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이럴 경우 차고에서 잠자는 시간 비율이 평균 92%인 자동차를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동차를 소유하면 구입액(할부 지급), 등록세·보유세·면허세, 보험료, 수리비와 부품교체비, 기름값, 주차비용, 운전 피로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필요할 때만 자동차를 불러서 사용할 수 있다면 소유 비용의 절감, 주차공간의 활용, 그리고 운전하는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일(독서, 통화, TV시청, SNS, 회의 준비 등)로 대체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자동차산업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된다. 이런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버, 디디추싱, 리프트 등 카셰어링 업체들과 구글, 애플, 인텔, 텐센트, 바이두, 삼성전자 등 ICT 업체들이 천문학적 투자로 자율주행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유형 (자료 :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 그 현황과 나아갈 길’에서 재작성, 문형철(2016))

넷째, 서비스 중심 경제에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가치를 창조한다.

제품 중심 경제에서는 공급자가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할 때 가치가 창출되었다. 즉 전통산업에서는 제조업의 생산과정에서 가치가 창조되고 유통, 운송, 물류, 교육, 의료, 금융, 행정 등의 서비스 산업은 자본의 회전율을 빠르게 하거나, 자본과 토지를 빌려주거나, 사회인프라인 교육·치안 등으로 생산을 지원하는 부차적인 역할(가치 이전)을 하면서 제조업에서 발생한 잉여가치를 분배(수수료, 지대, 이자, 세금 등)받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현재 주요 국가에서 서비스 산업이 고용의 80%,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조건에서, 여전히 서비스는 제조업의 부수적인 역할에 불과한 것인가? 지식과 정보가 핵심이 되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서 고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디지털 경제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가치 창출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 간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으며 모든 산업은 중요하다. 단 시대적 조건에 따라 상대적 중요성이 달라질 수 있다. 농업시대와 제조업시대가 질적으로 다르듯이, 내연기관과 석유 중심의 제조업시대(오프라인 경제, 공장에서 생산/노동)와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서비스시대(O2O경제, 사이버물리시스템, 가상공간에서 생산/노동)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로 향후 풍부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 글에서는 문제제기로 그친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에 의하면, 디지털 경제에서 가치창출은 제품의 생산이나 교환에 의하여 이뤄지는 것보다도 제품의 이용에 의하여 이뤄진다. 즉 제품 또는 산출물에 부과되어 있는 가치보다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가 공동 창출하는 가치가 더 중요해진다. 과거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공급자 위주에서 일방향으로 진행되었으나, 현재는 쌍방향의 관계가 가능하다. SNS, 사용후기, 고객리뷰 등을 통해 소비자의 의사가 생산에 반영되며, 소비자가 직접 가구 조립, 도자기 굽기(체험) 등으로 생산에 참여한다. 또한 자동차, 빈 방, 책 등 매일 쓰지 않는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여 자원 활동을 극대화하는 공유경제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는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프로슈머(Prosumer)라는 신조어가 출현하였다.

디지털 기술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과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개선된 성과를 노동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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