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박수현 대변인이 위안부 TF 결과 발표 관련 문재인 대통령 입장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일위안부합의검토 태스크포스(TF) 최종보고서 발표로 박근혜정권의 외교안보의 무능과 적폐의 민낯이 드러난 가운데 합의의 폐기와 재협상을 놓고 논란이 격렬하다. 주권국가와 자주외교의 입장에서 원칙적 방향을 정확히 정립해야 할 때이다.

1. 미국의 개입과 압력에 관한 진상이 뚜렷이 밝혀져야 한다. 

28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비밀과 졸속, 이면합의 등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의혹과 문제점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진상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바로 미국의 개입과 압력이다. 취임 후 2년 동안 “위안부문제 해결 없이 한일관계정상화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던 박근혜정권이 2015년에 태도가 돌변하여 그토록 졸속으로 합의를 서두른 배경에는 미국의 개입과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에 관해 ‘위안부TF’의 보고서에는  “한·일 관계 악화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함으로써 미국이 양국 사이의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외교 환경 아래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협상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았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 보고서가 언급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전략이란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해 한국과 일본을 미국주도의 미사일방어망에 참여시키는 등 한미일삼각군사동맹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사실 위안부문제가 한일관계의 첨예한 이슈로 부상한 것도 정대협 등 관련단체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 배경에는 일본을 중국견제의 첨병으로 내세우고 한반도 군사개입의 길을 열어주려는 미국의 일본재무장 정책이 작용했다. 아베정권은 미국을 등에 업고 ‘전쟁가능한 나라’를 표방하면서 평화헌법개정과 군사대국화를 추진했다. ‘전쟁가능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했고, 그것이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도발적인 역사왜곡과 독도영유권분쟁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합니다." 2015년 3월 2일 웬디 셔먼 미국무부차관의 이 노골적인 발언 이후 박근혜 정권은 2015년 안에 위안부 문제를 무조건 타결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리고 협상 테이블에 외교부 실무자 대신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을 앉혔고, 이에 맞춰 일본은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이 나섰다. 그리고 2개월 만에 위안부피해자들은 물론 외교부의 의견까지 철저히 묵살된 채 협상은 타결됐다. 미국이 한일 양국의 역사문제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아베정권의 도발적인 역사왜곡미화정책을 의도적으로 조장했고 박근혜 정권을 힘으로 찍어 누름으로써 피해자의 인권과 권리는 물론 한국의 국가주권을 무참히 유린한 것이다. 

한일위안부합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자중심주의에서 벗어났다거나 이면합의가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모든 졸속, 굴욕협상을 낳게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피해당사국인 우리의 주권이 철저하게 유린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1965년 한일협정의 판박이다. 식민지배에 대한 고통과 분노가 가시지도 않았고 사죄배상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지만 철저히 무시되었다. 당시 미국은 1964년 박정희-사토 에이사쿠 정권을 압박해 협상 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이 한국을 압박해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강제했던 것은 중국의 부상과 베트남전에서 패색이 짙어짐으로써 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이 심각하게 흔들리던 상황 때문이었다.
과거청산 없이는 잘못된 역사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토록 뼈아프게 증명해주는 사례가 또 있겠는가? 
한낱 국무부차관의 무례한 말 한마디에 한 나라의 외교가 좌지우지되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 그 진상조차 속 시원하게 밝히지도 못하는 상항을 그대로 두고 한일위안부합의를 바로잡는 것이 가능할까?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한일위안부합의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다면 미국이 어떻게 개입하고 압력을 행사했는지, 도대체 왜 외교부를 제치고 국정원장 이병기가 협상의 전권을 쥐게 되었는지 그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2. 한일위안부합의 파기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폐기 사드배치철회는 한 꾸러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TF보고서’ 발표 직후 한일위안부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음으로써 일단은 협상의 파기, 재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앞뒤 사정을 조금만 살펴보면 졸속적인 한일위안부합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 사드배치를 위한 정지작업이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의 심각성은 한국의 미사일방어망 참여와 한미일군사동맹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데 있다. 
실제로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가 타결된 후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이 밀실에서 추진하다 중단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을 재개했고 탄핵위기에 몰린 2016년 11월에 국무회의 의결을 서둘러 단행했다. 이 시기에 전격적인 사드배치가 단행된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같이 한일위안부합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배치는 한 꾸러미다. 그러므로 한일위안부합의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미국주도의 MD망과 한미일군사동맹 구축의 길에서 발을 빼는 출발점일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한일위안부합의를 폐기할 수 있을까?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은 물론이고 아베는 “0.1mm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미일 MD구축과 한미일동맹구축에 사활적으로 매달리는 미국의 개입과 압력은 능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마이크 케이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CBS노컷뉴스가 요청한 ‘위안부 TF보고서’에 대한 논평에서 "미국은 이 민감한 이슈(위안부 문제)에 모든 당사자들이 협력하고, 치유와 화해, 상호신뢰를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를 오랫동안 독려해왔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인 한국 및 일본과 함께 북한이 반드시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일한 메시지로 북한 정권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을 포함, 공동으로 지역안보 이슈에 계속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신중한 표현을 쓰고는 있지만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동대처를 위해 미사일방어망구축과 한미일군사동맹을 일관하게 추진할 것이고 위안부문제 또한 그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투 트랙’이란 말이 나온다. 위안부문제를 한일관계정상화와 분리하여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위안부합의와 별개로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군사동맹 구축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이른 바 ‘3NO정책’을 표명한 바 있다. 사드추가배치, 미국주도의 MD망 참가, 한미일군사동맹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지난 8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시한을 1년간 연장했다. 협정의 시한을 1년으로 정하고 90일전에 폐기 또는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으면 1년간 자동 연장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시한을 1년간 연장한 이유로 한일군사정보교류에 대한 파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MD망 구축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북한 미사일에 대한 '연합방위능력 제고'와 '동맹억제력 강화'를 명분으로 '미사일 경보훈련'과 '미사일 요격훈련' 등 각종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여기에 일본까지 참여하고 있다. 또 SM-3, PAC-3 요격미사일과 공중 조기경보기 등 미국산 첨단무기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사실상 미국주도의 MD,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미국의 MD망 구축과 한미일동맹에 합류하면 NATO와 같은 미국주도의 집단안보체계의 하위동맹으로 재편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포위망구축의 전초기지로 전락하게 되고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신냉전질서에 갇히게 되어 미중 패권다툼의 희생양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더 늦기 전에 발을 빼야 한다. 한일위안부합의를 바로잡는 노력이 한일군사정부보호협정 폐기와 사드배치철회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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