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전 사령관 “한미훈련을 대북 협상수단 삼으면 미군 철수해야” 주장도

▲사진 : 자주시보 홈페이지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할 수 있다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제안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올림픽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 훈련 날짜를 일시 조정하는데 찬성한다는 것인데 호전적인 군 출신들의 반응치고는 이채롭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 전직 사령관의 경우 연합군사훈련을 마치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이른바 ‘쌍중단’처럼 북한과의 협상수단으로 삼을 경우 주한미군을 아예 철수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도 폐기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점이다. 

27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정당하고 타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지낸 그는 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군사훈련 연기 제안에 관해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수천 명의 선수들이 (한국에)들어오는 시기에 군사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준비태세에 아무 변화가 없도록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투태세와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군사훈련의 기능이며, 전장에서 적을 압도하고 파괴하기 위해 군사장비 기술을 익히고 정신을 무장하는 법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 군사훈련이라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벨 전 사령관은 북한과 협상을 위해 경제적, 외교적, 혹은 다른 안보관련 접근법을 시도할 순 있겠지만 절대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를 협상수단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놔선 안 된다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쌍중단’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그는 “내가 사령관직에 있을 때 한미 두 나라 중 어떤 쪽이라도 북한을 달래기 위해 군의 준비태세를 낮추자고 제안했다면, 미국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두 나라간 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할 것을 즉각 권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라도 한미 양국의 준비태세를 협상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두 나라 병력과 한국 시민을 위험하게 만드는 만큼, 자신은 이제 미국이 한미동맹을 저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력히 권고하겠다는 거다. ‘한미동맹 파기’를 볼모로 연합 준비태세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런 한편으론 연합 준비태세의 수준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를 경우 아예 한미동맹을 파기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다만 벨 전 사령관은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명석하고 애국심이 강해 연합군의 준비태세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에서 복무한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VOA에 평창 올림픽 개최를 위한 한미군사훈련의 일시적 연기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평창 올림픽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한국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의 날짜 조정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서먼 전 사령관은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한미군사훈련이 아니라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한미군사훈련 연기가 자칫 북한을 달래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북한을 달래려는 시도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곤 “그런 시도는 통한 적이 없고 북한과의 거래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훈련을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지만, 북한의 위협과 준비태세를 포함해 평가해야 할 여러 요소들이 있다고 말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국가 지도자의 첫 번째 의무는 자국민 보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사훈련은 한미 연합군의 준비태세에 핵심적인 부분이고, 심지어 북한도 자신들의 훈련에 대해 같은 주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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