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워싱턴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VOA 영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서산낙일(西山落日)의 위기에 처한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어떡하든 세계패권을 계속 유지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국가안보전략’으로 그 성격을 규정한 이 전략은 자국의 ‘국토안보’와 ‘경제안보’를 두 축으로 미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4대 핵심이익 실현방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처음으로 미국의 전략이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처럼 ‘경제안보’ 실현은 새 국가안보전략의 최고목표다. ‘국토안보’를 침해하는 북한(조선)과 테러리스트,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에 대한 대결과 경쟁이 전략의 핵심 요체인 것이다. 이것은 미국식 가치와 이념, 그에 기반한 기후변화 대처 등 국제적 사안을 전 세계에 관철해 미국의 세계패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밝힌 기존의 안보전략과 구별된다.

미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4대 핵심이익이란 ▲미국민과 본토의 보호 ▲미 경제번영의 촉진 ▲군사력 재구축에 의한 힘을 통한 평화 유지 ▲세계에 대한 미국 영향력의 향상이다. 이 가운데 미국민과 본토 보호를 위한 최우선 대결 대상은 북한(조선)이고, 미국 경제번영 촉진을 위한 첫번째 경쟁상대는 중국이라는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를 “사실상 중국 봉쇄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북한(조선)이 가장 많이 거론된 배경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대처방안으로 상대에 대한 대화와 존중, 공존이 아니라 대결과 경쟁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핵무력을 비롯한 군사력을 재구축(Rebuild)하고, 미국 파트너의 강화와 다자포럼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영향력 증대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토와 경제가 위협받는 사상 초유의 약화된 조건이지만 군사력 증강과 동맹, 파트너 강화를 통해 패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다극화한) 국제질서의 변화를 부정”한 “제국주의적 성격이 명확”한 보고서라고 강력히 비판하였고, 중국 역시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과 같은 구시대적 관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발하였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적대적 경쟁자’로서 대결 상대로 규정한 것은 사실상오바마 정부 전략의 재판이다. 물론 오바마 정부의 2015년 국가안보전략에는 중국을 글로벌 위협에 대처하는 파트너로 규정하고 “중국이 책임 있는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지,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중국 포위전략을 실행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나토의 강화, 우크라이나 친미 쿠테타 등으로 포위전략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이 전략은 중‧러의 전방위적 협력 강화를 촉발해 상하이협력기구(SCO) 확대 강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브릭스(BRICS) 협력 강화로 이어져 미국 일극 패권체제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역설적으로 세계 다극화를 촉진한 것은 미국의 오만한 패권전략의 결과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제 아예 공식적으로 중국, 러시아와의 동시 대결을 선언한 것은 여전히 미국의 힘이 우월하다는 오만함과 중‧러에 의해 실제 미국의 안보와 번영이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략보고서가 중국,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한 것처럼 중‧러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흔들어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것은 일대일로(一帶一路) , 위안화 국제화 등에 의한 미국의 경제패권, 달러패권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이로써 그간 대북 압박을 위해 잠정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중국에 대한 유화적 태도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 거친 무역보복과 지적재산권 및 금융규제, 그리고 일본, 한국,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무력 증강 등을 통해 경제, 안보 분야에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에 대해서도 조금도 변하지 않은 전략을 내놨다.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발표처럼 화성-15형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제재와 압박, 필요시 군사적 수단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이 전략 발표를 위해 사전, 사후 일련의 정지작업까지 진행하였다. 먼저 전략 발표 직전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의 화성-15형 발사가 미국의 “임박한 위협이 아니”라고 발표하고, 전략 발표 이후에는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는 북한 정권의 협력 없이도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할 준비를 해야”하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권 내부의 ‘조건 없는 북미 대화’ 주장을 묵살하고 아직은 북의 위협이 임박한 것이 아니기에 기존의 제재압박 대결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더 시간을 끌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북전략이 정권 내부 군산복합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강경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F-35A 20대 추가 구매 보도가 나온 배경이다. 이로써 북미간 대결은 더욱 첨예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쩌면 최후지점까지도 예상케 한다. 

이같은 미국의 무모할 정도의 대결정책은 필연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미국이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냉전적 편 가르기와 대결정책을 고수한다면 세계는 더욱 빠르게 미국으로부터 이탈해 나갈 것이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예루살렘 지위변경 반대 결의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되었듯이 미국의 패권적 횡포는 이미 전 세계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중‧러를 비롯, 북과의 대결정책 역시 거꾸로 북‧중‧러간의 관계 개선과 협력을 촉진하는 배경이 될 것이다. 만약 23일 미국이 제안한 유엔안보리 새 대북제재 결의안이 부결된다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미 러시아는 대북 추가제제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의 미국 눈치 보기 역시 쑹타오 대북특사 방북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양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포위전략으로 자신이 포위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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